영화 속의 장면들처럼 비가 무진장 내리는 개봉일, 수많은 연인들의 염장을 견뎌가며 보았습니다. (수재민들께는 그게 또 한없이 죄송한 일이겠지만서두....)
먼저, 전 살인의 추억을 보지 않았습니다. 왠지, 그런 류는 특히나 저를 열받게 만들거든요. 왜 그런 류 있잖습니까.... 왜 아무 힘도 없는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당한다든가 살해된다든가 강간당한다든가 하는....... 그런거 보면서 또 열받을 것 같았고, 그리고 몇 번, 살인의 추억을 케이블TV에서 보았을 때, 역시나 했습니다.
그래서 봉준호 감독의 작품은, 플란다스의 개도 안보고, 솔직히 이번이 제일 처음이 아닌가 합니다.
꼭 그런 면에서, 이번 이 작품........
아 쉬바.......ㅠㅠ 무슨 찬사를 해도 모자랍니다.......
개인적으로 참 영화관안에서 이렇게 격정적이 되어보기도 처음이었습니다. 기대한 걸 이렇게도 무너뜨리지 않는 영화는 정말 처음이고 게다가 한국영화를 이렇게 감정이입해서 본 적도 처음입니다. 글쎄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 어찌나 신경을 잔뜩 쓰고 봤는지 배가 다 고파지더라니까요. 밥먹고 들어갔는데.....ㅋ 또 영화관에서 잘 울지는 않는데, 정말 울뻔 했습니다. 뭐랄까, 그 괴물, 생각만큼 그렇게 쉽지 않죠. 가족들도 정말 사투를 벌입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아무도 믿어주지 않으며 오히려 그들의 뜻과는 반대로 미친듯이 돌아가버리는 세상.
그 모든, 주인공에 반대급부적인 캐릭터와 소재들 (이런걸 식자 말로는 안타고니스트라고 한다나요.....주인공은 프로타고니스트)이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때로는 정말 비열하게 풍자되면서 차분하게 사람을 미칠듯한 지경으로 만들어가는 겁니다. 거기에 앞에 벽처럼 버티고 선 무적의 괴물까지..... 참 뭔가 하려고 하면서도 깨지고 당하기만 하는 그 가족들의 모습들에 감정이 스며들어 너무 화가 나고 한 편으론 불쌍해서......헐. 남들이 웃는 장면에서도 웃지를 못하겠더군요.
그만큼 감정을 울컥하게 하는 것들이 존재합니다. 이렇게 열받게 만들면서도 재밌게 하는 그 기묘함. 아무것도 아닌 그냥 멋부리지 않은 컷인데 그 컷의 분배가 거의 샘 레이미 못지 않게 쪼릿한 장면들이 존재하는 것.
또 다른 의미로는, 그만큼 봉준호라는 감독이 상징을 잘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습니다.
괴물, 그 자체의 상징으로는 냉혹한 현실에 빗댈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헐리우드의 좀비들이 사회학적으로 분석되는 그런 의미처럼, 괴물도 다분히 그런 '상징적 의미'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더 기형적인 것은, 주인공들 자체마저도 가족제도에 대한 일종의 풍자기능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스포일러가 될까봐서 더 이야기는 못 드리겠습니다만, 많은 부분에서 가족들도 봉준호 감독의 말대로, 그러니까 뭐랄까, '디즈니적인' 가족상은 아닙니다. 그들의 대화에서조차, 현대가족제도 속에서의 구성원들은 비틀리게 풍자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극과 설정 속에서는 오히려 그게 더 격이 맞겠다 싶기도 하구요.
100억 쏟아부은 영화치고는 이 정도로 상징을 잘 사용한 예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매트릭스랑도.
(사실 이건 비교를 하기엔 좀 무리가 있겠죠? 그래도 이렇게 써본 건...... 매트릭스는 종교적인 아이템들을 가져다가 그냥 아이템으로서 기능하게 만든 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괴물 같은 경우는 가족의 캐릭터나 괴물 자체, 그리고 장면 하나하나에 나오는 수많은 사람들이 냉혹한 현실 혹은 뭔가를 풍자하는 것으로 기능한다는 데 그 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괴물의 특수효과에 관한 한, 솔직히 디지털로 보시면 약간 실망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솔직히 많지는 않은 몇 장면에서 편차가 있습니다. 즉, 어떤 장면은 오, 그럴듯한데~하기도 하고 또 어떤 장면은 저게 뭐야 CG티 너무 난다 하는 장면도 있을 것이고. 하지만 장담컨대, 초반 딱 한 장면과 마지막의 몇 장면만 빼면 CG는 아주아주 괜찮다고 보시면 됩니다. 절대로 실망은 안 시킬 정도로.
꼭 하나만 단점의 말을 하자면......왠지 대사가 잘 전달이 안되는 것 같은 그 동시녹음의 문제는 도대체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지.....뭐 그렇다고 중요한 부분에서는 안들리는 것도 아니지만......나중에 다시 시나리오라도 읽어야 될 판입니다.....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