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금까지 불러주는 사람이 없어서 내심 섭섭했다. 동료 인간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워낙 뛰어나 그들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도 명색이 영화 제목에 등장하는 주인공인데 홀대 받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줘 고맙다. 나는 한강에 버려진 독극물 탓에 생겨난 돌연변이다. 몸체는 버스 크기만 한데 다리 한 쌍은 짧고 뒷다리 한 쌍은 기형이라 거동하는 게 편하지만은 않다. 보신 분들이 입 모양이 특이하다고 하는데, 이가 둥글게 원을 그리며 솟아나 있다. 뉴욕타임스는 내 입을 연꽃 모양이라고 표현했더라.”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장면이 너무 드세다. 공포스럽기도 한데.
“백주 대낮에 물속에서 나와서 사람들을 이리 치받고 저리 치받고 닥치는 대로 삼키니 당연히 그랬겠지. 그래도 사람 고기 맛을 알아버린 뒤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으니 난들 어떻게 할 방도가 없었다. 희생자들한테는 미안하다.”
―사람을 언제 맛보게 됐나.
“영화에서 어떤 사장이 한강에 투신하지 않나. 그때 우연히 인육을 맛봤다.”
―사람 해치는 일을 참을 수는 없었나.
“내 나이가 7살인데 사람으로 치면 사춘기쯤 된다. 그런데 어렸을 때 부모한테서 배워야 할 생존법칙을 난 배우지 못했다. 그러니 자제력이란 게 있을 리 없지 않나. 돌연변이로 몸은 이상하게 비대해지고 생긴 것도 다르니 날 거둬주는 이가 없었다. 처음 잘못된 길로 들어섰을 때 말려주기만 했어도 사람들 놀라게 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게다가 사춘기 때가 가장 먹성 좋을 시기 아닌가.”
―몸에 상처도 많은 것 같은데.
“한쪽 눈의 상처는 어린 나이에 혼자 위험한 한강에서 놀다가 생긴 거다. 강에 다니는 모터보트가 신기해 접근했다가 빠르게 지나가는 보트에 부딪혀 다쳤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인데, 내가 생긴 게 이런 데다 몸도 여기저기 아파서 성격이 신경질적이고 제멋대로이긴 하다.”
―맞다. 어떤 이는 죽이기도 하고 어떤 이는 산 채로 잡아가기도 한다. 극중 박강두(송강호)의 딸 현서(고아성)는 살아있는데.
“그건 내가 먹이를 먹는 방식 때문이다. 나는 입에 일단 먹이를 집어넣고 본다. 배고플 땐 바로 먹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땐 입에 넣어 운반한다. 아마 현서를 잡았을 땐 포만감 때문에 먹지 않았나보다.”
―먹잇감을 저장해놓는 아지트가 있던데.
“위험한 한강과 콘크리트 구조물로 뒤덮인 고수부지에서 내가 쉴 수 있는 공간을 찾아뒀다. 먹이를 저장해두기도 하고 위에서 소화시킨 뒤 뼈를 뱉어 놓는 곳이기도 하다. 꼬리를 이용해서 수직 하강해 들어가면 몸에 꼭 맞을 정도의 하수구이다. 음침한 분위기가 무덤 같아서 나도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할리우드 영화와 달리 사람들과 정서적 교류가 없는데.
“아마 내 캐릭터 창조의 아버지격이라 할 수 있는 봉준호 감독님이 기존 괴수 영화와는 다르게 찍고 싶었던 것 같다. 현서가 도망치려는 순간 꼬리로 잡았을 때 관객들은 나와 현서 사이에 뭔가 교류가 일어날 거라고 기대했을 수도 있다.”
―마지막에 뭔가 몸에서 떨어져 나가던데.
“이것 역시 봉 감독님이 설정한 거다. 영화를 직접 보고 의미가 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내가 사람을 먹고 무섭게 생겼다고 미워하지만 말고 어쩔 수 없는 환경에서 생겨난 불쌍한 생물체라고 가엾게 여겨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