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3와 광기의 역사.

니췌 작성일 06.09.22 07: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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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내공 : 우수함


미셸 푸코에 따르면, 역사는 인간과 광인의 대립으로 점철되어져 왔다. 다수의 인간과 허용되지 않은 소수자 광인, 인간은 소수자의 타자성을 광기로 분류하고, 그들을 광인으로 규정지으며 그들의 광기를 제거하려 하거나 혹은 사회의 테두리 밖으로 내몰아 왔다.

전기 구조주의의 역사주의자들과는 달리, 후기의 개량된 역사주의의 대표격인 푸코는 역사를 일반적 인간의 사유, 행위의 패턴을 도출해내는 데에 쓰지 않고, 오히려 일반의 범주에서 배제된 소수자의 입장에서 사유했으며, 소수자와 다수의 화해의 도모가 아닌, 그 둘을 구분-역사적으로 지속되어 온-을 원천적으로 허물고자 노력했다. 개인적 소견이지만, 그는 니체가 기존의 모든 가치를 초월한 초인을 말했던 것처럼, 새로운 범주와 의미의 인간을 정의하려고 했던 듯하다. 그것을 통해 광인에 대한 폭력과 배제라는 과거의 악령을 극복하려 노력했던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액스맨에서의 인간과 뮤턴트간의 대립상황은 조금 다르다. 그들은 뮤턴트로서의, 인간으로서의 스스로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으며, 극중 어떤 진영이라도 양자간의 좁힐 수 없는 종적 차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현상에 대한 입장은 세 가지가 등장한다. 양자의 독립성과 본래성을 유지한 채 화합을 이끌어 내려는 이상론의 자비에르, 화합을 말하지만 실상 인간 주체로 뮤턴트를 흡수-통합하려는 미 정부(헐리웃 영화답게 미 정부는 일반 인간을 대표하고 있다-_-), 그리고 자비에르와는 달리 화합이 불가능하다 말하고 전쟁 없이는 소수자 뮤턴트의 생존도 없다고 말하는 에릭.

영화에는 치료제가 등장한다. 그것은 인간과 구분되는 뮤턴트만의 특질을 제거하는-혹은 치료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인간진영은 그 치료제를 이용해 뮤턴트의 특질을 강제로 제거함으로써 그들과의 반쪽짜리 화합-이라기 보다는 흡수, 통일-을 추진한다. 마치 역사를 통해 인간이 광인을 구제되어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광기를 치료될 수 있는 하나의 질병으로 규정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극중 인물 중 푸코와 대응되는 인물은 스톰이다. 그는 말한다, 뮤턴트는 환자가 아니며 그들의 능력은 질병이 아니라고.

하지만 앞서도 말했듯, 푸코와는 달리 스톰과 자비에르는 인간과 뮤턴트간의 종적 차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푸코는 인간과 광인 모두를 아우르는 새로운 범주의 '인간'을 창조해서 대립을 해소하려 했지만, 극중 스톰은 철저하게 본래의 의미에서의 화합을 추진한다.



그래서 그 화합이라는 것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어떻게 양자가 대립을 극복하고 화해에 도달할 수 있는지가 매우 궁금해졌지만, 결국 영화는 그것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내리지 않은 채 막을 내리고 만다. 영화의 마무리는 울버린과 진의 로맨스와 희생, 비극적 결말과 같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전철을 철저하기 답습하기만 했을 뿐이다.

하긴 생각해보면 액스맨은 SF액션이지, 철학 영상교재가 아니다. 영화에 대한 나의 기대는 처음부터 빗나가 있었던 것이다.



여하튼 액스맨 시리즈는 어설픈 스릴러나 예술영화보다는 내게 훨씬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재미있었고, 사유할 소재를 던져 주었다. 이 이상 무엇을 얼마나 더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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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1 - 난 화려한 CG나 박진감 넘치는 전투신보다 울버린 팔뚝이 더 볼만하더라.
p.s. 2 - 비록 파랗지만, 묘한 성적 매력이 느껴지는 미스틱. 1편에서 처음 보고 나서 분명히 저거 시리즈 끝나기 전에 한 번은 벗는다 싶었는데, 여지 없더군.
p.s. 3 - 티저 동영상에서 겁나 멋있게 등장하는 엔젤, 화려한 비주얼에도 불구하고 기이할 정도로 적은 극중 비중.
p.s. 4 - 할리 베리는 도무지 나이를 안 먹는다. 그가 우리 막내이모보다 겨우 세 살 적은 것 같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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