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 시골 고아원에서 자랐지만 대학에 가겠다는 꿈을 갖고 서울생활을 시작한 수민(이영훈 분). 서울에서의 일상은 기대만큼 희망적이지는... more..
솔직히 말하자면 별로였다.
아니, 사실 재미는 있었다. 남-남 커플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요즘 유행하는 '잘생긴 재벌 2세와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여성의 이루어질 수 없는 로맨스' 컨셉의 드라마류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까. 유사한 정도가 아니다. 수민 역을 '가련한 여성'으로 대체하면 구별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게이의 특수한 무엇으로 분류될 수 있는 어떠한 점도 찾아낼 수 없다. 사회가 허용하는 경계 밖으로 내몰린 자, 그들에게 던져지는 향한, 조롱이기 보다는 차라리 공포나 증오에 가까운 대중의 시선, 정체성의 물음이나 저항의식 등 우리가 퀴어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감독은 당당히 외면해버린다.
수민은 게이로서의 성향과 전혀 무관한(전혀는 아닐지도?) 이유로 일반의 범주에서 스스로 뛰쳐나와(내몰린 것이 아니라) 게이의 공동체에서 같은 부류의 이들과 생활하며, 때문에 게이만의 특수한 고통이나 고뇌 따위는 개입할 여지조차 없다. 영화 후반부에서 나타나는 그들의 갈등은 앞서도 언급했던 '부의 격차, 계층간 갈등' 등으로 대체하더라도 맥락상 큰 문제가 없을 듯하다.
대신 감독은 잘 생긴 꽃미남을 내세워 애절한 로맨스를 만들어 내기에 여념이 없다. 벗고, 섹스하고, 다투고, 화해한다. 윤색되어 나타난 작품 속의 '허구'은 '진실'과 관객의 관념에 간극을 만들고, 이때 고상하지 못한 진실은 화려함의 뒷편에서 그림자 속으로 점점 침전한다. 대중앞에 스스로를 온전히 드러낼 기회조차 갖지 못한채.
이것은 다만 게이 관객을 위한 조금 독특한 형태의 멜로(혹은 에로)물이다. 그 이외의 어떤 것도 기대하면 안 된다. 현실을 드러냄이 아닌 은폐함 위에서 말해지는 것에서 우리는 어떤 고상한 것도 찾으려 해서는 안 된다. 다만 즐겨라. 수민의 길고 탄탄한 몸매와 정태의 자상한 매력을, 그리고 그 둘의 애절한 로맨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