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액션·멜로·추리·범죄 요소 가미 ''잘 빠진'' 도박 영화

JustOne 작성일 06.09.25 11: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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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내공 : 우수함


국어사전을 보면 도박의 동의어는 ‘돈 따먹기’다. ‘돈’이라는 먹이를 좇아 인간들이 모여들고 그것을 ‘따먹기’ 위한 아귀다툼 속에서 협잡, 음모, 배신, 복수를 마다하지 않는 인간 본성의 바닥이 드러난다. 욕망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대목에선 액션이, 도박판에 모인 남녀에게선 멜로가, 복수와 응징의 드라마엔 추리·범죄 영화의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있다. 영화로 만들기에 더없이 좋은 소재다. 영화 ‘타짜’(28일 개봉)는 이 모든 요소를 넣고 버무리되 이야기가 느슨해지거나 캐릭터를 놓치는 오류를 피해가면서 ‘잘 빠진’ 도박 영화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만화 대 영화=영화 ‘타짜’는 허영만·김세영 원작의 만화 ‘타짜’를 영화화한 작품. 1999년 7월부터 4년간 스포츠 신문에 연재돼 큰 인기를 얻은 만화로 4부(1부 지리산 작두, 2부 신의 손, 3부 원아이드 잭, 4부 벨제붑의 노래)에 걸쳐 연재되며 게재 홈페이지는 평균 100만 이상 페이지뷰를 기록하는 선풍을 일으켰다.

이런 원작의 후광은 영화화하는 데 축복이자 부담이었다. 각색과 연출을 맡은 최동훈 감독은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으로 타고난 이야기꾼임을 입증했지만, 원작의 방대한 이야기와 다양한 캐릭터를 영화적으로 풀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최 감독은 1부 지리산 작두를 바탕으로 ‘타짜가 되어가는 고니가 만나는 인간군상’이라는 줄기로 이야기를 간추렸다. 승부사 고니, 그의 스승인 평경장, 도박의 꽃이자 설계자인 정 마담, 서민형 타짜 고광렬 등 4명의 주요 캐릭터와 죽음의 타짜 아귀, 고니의 사랑 화란, 고니를 화투판으로 이끈 사기 도박꾼 박무석과 곽철용 등 10명 남짓의 조연 캐릭터로 정리가 됐다.

가구공장에 다니던 고니(조승우)는 타짜 박무식 일행이 짜고 친 도박판에서 3년간 저축한 돈을 모두 날린다. 박무식을 찾기 위해 전국 도박장을 쫓아다니던 고니는 전설적인 타짜 평경장(백윤식)을 만나 잃은 돈의 5배를 따면 화투를 그만두겠다고 약속하고 기술을 전수받는다. 지방 원정을 돌던 고니는 정 마담을 만나 물욕에 눈뜨고 평경장과 결별하고 정 마담과 함께 화려한 도박 인생을 시작한다. 경찰의 단속을 피하는 과정에서 고광렬(유해진)을 만난 고니는 그와 짝을 이뤄 전국 화투판을 휩쓴다. 고니는 마침내 죽음의 타짜로 불리는 아귀와 목숨을 건 한판을 벌인다.

◆‘꾼’들이 모였다=고니는 타짜로서의 기술을 익히기 위해 손바닥이 닳도록 화투패로 연습한다. 평경장, 아귀, 정 마담, 고광렬 등도 제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다. 활자로 설명된 이들을 ‘육화’하는 배우들 또한 전문가다. 조승우는 순수한 청년과 잘나가는 타짜로 으스대는 고니에서 마지막 아귀와의 대결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남자의 모습까지 폭넓은 연기를 보여준다.

백윤식과 유해진은 ‘욕망을 향한 폭주기관차’ 고니 곁에서 유쾌한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평경장 역의 백윤식은 다른 대안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유유자적 유머러스한 말투로 ‘짧고 굵게’ 영화의 기어를 변속한다. ‘구강 도박’의 달인 고광렬은 배우 유해진을 만나 따뜻함과 인간미를 얻게 된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악마적 타짜 아귀를 연기한 김윤식은 전라도 사투리와 소름 돋게 하는 기분 나쁜 미소로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한다.

◆욕망 앞에 선 인간=영화는 화투판에서 돈을 잃는 일반인들을 등장시킨다. 고등학교 선생님은 도박장에서 돈을 빌리려다 평경장에게 “교육공무원이 도박해도 되냐”는 핀잔을 듣는다. 교수는 도박장에 왔다가 자식의 수술비를 몽땅 잃고 “즐거웠다”는 예의 있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뜬다. 이를 보다 못한 고니가 자신의 돈을 수술비로 쓰라며 주지만 교수는 다시 그 돈을 들고 도박판으로 발길을 돌린다. 별 두 개짜리 퇴역 장성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고니에게 약이 올라 퇴직금을 몽땅 날린다. 영화는 도박에 빠진 캐릭터의 처참하면서도 어이없는 말로를 보여준다. 물욕, 맹목적인 승리욕,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도박판에서 자신은 예외일 거라고 믿는 어리석음에 대한 경계로 읽힌다. 고니가 스승 평경장처럼 욕심의 절제를 보여주는 마지막 대목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 알고 보면 더 실감 나는 도박 용어들

영화에선 화투의 규칙을 잘 모르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게임이 진행되는 상황을 설명해준다. 그렇지만 도박의 규칙과 상황을 숙지한다면 타짜들의 심리전과 기싸움을 좀더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다.

타짜:최고 경지에 오른 전문 도박사를 일컫는 은어.

섰다:화투 20장만 갖고 하는 게임. 한 사람 앞에 두 장씩 돌린 후 그 조합의 서열로 승부를 가린다. 서열은 높을수록 좋다. 서열은 정해진 족보에 따르며, 족보는 지역과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상대방의 패와 심리를 읽어내는 눈치와 승부를 거는 두둑한 배짱이 승리의 관건.

하우스:판돈을 걸고 도박을 하는 전문 도박장을 말한다.

개평:사전적 의미는 남의 몫에서 조금씩 얻어가지는 공것. 판돈을 딴 사람이 잃은 이들에게 조금씩 나눠주는 것.



자료 출처 : 세계일보&세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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