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제 근무도 안하는 버림받은 직장인의 황금과도 같은 일요일 아침, 알콜과 업무에 찌든 일주일간의 고단한 피로를 풀어주는 달콤한 늦잠, 그 늦잠을 자는 재미보다 더 한 재미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집앞에 있는 멀티플렉스 상영관에서 조조영화를 보는것이다. 비록 이동통신카드의 할인중단과 신용카드의 할인혜택이 급격히 줄어들어 조조를 땡기는 맛이 예전같지는 않아졌지만.. 그래도 작은 생수병 하나들고 트레이닝 복장에 슬리퍼 질질끌고 가서 홀로 영화 한편 봐주는 넉넉하고 편안한 센스는 나의 일요일 아침의 가치를 빛나게 해주는것중 단연 으뜸이 되기에 앞으로도 쭈욱~ 포기할수없는 유쾌한 주말일과가 되지않을까 싶다.
어제는 '라디오스타'를 조조로 보았습니다. 80년대 후반 가요계를 석권했던 당대 최고의 인기 록가수에서 2006년 현재, 털 다 빠진 공작새가 되어서 라이브까페에서 통기타로 생활을 근근히 유지해가는 자존심만 살아있는 철없는 무대뽀 통기타 가수 '최곤(박중훈)' 과 그런 '최곤'을 야생?에서 발굴해 최고의 가수로 만들어놓고 최곤이 일으키는 사건과 사건속에서 몰락해 가는 최곤과 끝까지 함께 하며 최곤이 최고라는 철없는 생각을 버리지 않도록 최곤의 프라이드를 살려주며 한 가수의 메니저가 아닌 속깊은 인생의 메니저 역활을 하는 박민수(안성기)가 문닫힌 폐쇄직전의 영월방송국에 내려가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그린 잔잔한 인간애를 담은 영화였습니다.. 스케일도 크지않고 사건도 복잡하지않고 줄거리도 그다지 굴곡이 없는 TV의 단편드라마같은 잔잔함X2인 스타일이였지만 퇴물가수가 재기를 꿈꾼다는 평범한 소재가 저를 상당히 관심가게 만들더군요. 영화에 대한 리뷰를 통해 얻은 정보도 없이 그냥 느낌으로 예약한 영화였기에 당연히 그런 소재인지도 몰랐답니다... 사실 저는 7080세대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쉽게 알수있는 80년대 후반 정상에 있던 가수의 팬까페 운영자를 하고 있거든요...^^;; 그냥 그때를 기억하며 지내는 분들과의 소소한 삶의 이야기를 나누며 지내는.. ㅋㅋㅋ 그러기에 소재에 대한 호기심은 충분히 솔깃한거였습니다.. 암튼 영화는 딱 짤라 그랬습니다.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형식의 감동이 있다!!!' 세줄요약으로 압축하라면 압축도 가능한 스토리였지만.. 그 속에서 얻은 감동은 30줄로 표현해도 부족한 그런 감동.... 이 영화는 감독이 만들어놓은 인위적인 감동(슬픈음악에 슬픈분위기 등등)을 어느 시점에서 풀어놓았을때 아...이제 감동이 나오겠구나하면서 감동먹을 준비를 하며 그 감동을 느끼는것이 아니고..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장면인거 같은데.. 가슴속 어딘가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듯 꿈틀거리는 감정을 발견하면서 그 감정이 감동이라는것에 눈치챘을땐 안구에 습기가.... 마치 자스민차를 한모금 물었을때 입안에 스미듯 퍼지는 진한 향처럼... 감동이 번지는것이였습니다. 바꿔말해 감독이 쥐어준 감동을 느끼는게 아니고 관객이 더듬이를 세워 감동을 찾아 느끼게 되는 형식이랄까? 그래서 짧고 진한 감동보다는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감동으로 다가오는.... 암튼 저는 그랬습니다. 그것은 이준익감독의 연출력과 안성기와 박중훈의 탁월한 연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미모의 최정윤이 깨찰빵의 깨처럼 박혀있고, 노브레인의 풋풋하면서도 저항적?인 모습과 흥겨운 음악이 있었기에 웃음과 재미까지 더해진 결과겠지요... 보는동안 웃음과 재미가 반복되며 잔잔한 감동이 오랫동안 남아있어... 이 영화보러 오기를 잘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다른 영화를 보지 못해서 비교할수는 없겠지만.. 저와 취향이 다른 사람들이 보더라도 선택에는 큰 실패가 없으리라 사료되는바 조심스럽게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