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극단적으로 축소한 모델이 있다. 하나는 학교, 하나는 조폭, 선생님의 교육에 대한 열정으로 움직일 줄 알았던 학교는 결코 그런 곳에 아니었듯이. 의리로 뭉쳐져서 움직일 줄 알았던 조폭도 오히려 그 반대였다.
원칙과 상식으로 움직여야 할 이 사회는.. 알고보면 무원칙과 비상식으로 움직이는 세계인 것과 마찬가지이듯이...
이 영화에서 보면 세상은 조인성을 중심에 두고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조인성의 가족들은 재개발 때문에 쫓겨날 위치에 처해지지만 나중에 조인성은 다른 지역에서 재개발을 위해 사람들을 쫓아내는 위치에 처해진다. 조인성은 자신보다 다른 놈을 더 챙겨 주었기 때문에 형님을 죽였고 또한 조인성은 동생(친동생 아님) 입장보다 친구를 더 생각했기 때문에 동생에게 죽임을 당한다. 자신은 조폭이면서 친동생에게는 쌈질하면 다리몽둥이를 뿐질러 버린다고 하고, 결국 친동생도 조폭의 길을 걷게 된지만..
조폭의 이야기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조금도 다를바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슬슬 30을 바라보는 나이에 느끼는 거지만, 제대로 성공하는 놈들에게는 일종의 공식이 존재하고 있었다. 끝까지 사람을 믿게 만들고 최후의 순간에 뒤통수를 날리는 것. '내가 너만은 끝까지 믿고 간다' 이 말을 믿는 사람들에게 이미 미래는 없다.
내가 아는 지인이 해준 유명한 얘기가 있다. 구조조정 되면 누가 먼저 짤리는지 알아요? 소같이 우직하게 일한 놈이 제일 먼저 짤리는 거에요....
왜? 가장 뒤탈이 없을게 분명하니까... 어차피 생존본능에 충실한 놈들은 윗대가리들과 연계하면서 서로가 서로의 약점을 공유할 수밖에 없다. 겉으론 손바닥 비비면서도 '나 건들면 재미 없을껄'하고 말할 수 있도록 언제나 대비하는 머리 잘돌아가는 사람은 함부로 잘라낼 수 없다. 그래서.. 제일 뒤탈없는 놈부터 짜르는거야.
그래도.. 나는 소같이 우직하게 일하련다. 왜냐하면... 어설프게 사람을 믿고 어설프게 배신을 하다가는 조인성같이 될 가능성이 크거든.... 사실 나는 아직까지 어리석게도 의리, 우정, 신뢰 이딴 것들의 존재를 믿고 있거든. 마지막에 배신당하는 순간에도, 설마 배신당한다 하더라도말야... 괜히 나같은 사람이 이런 사고방식으로, 조인성처럼 행동하면, 정말로 조인성처럼 되버린다.
이러다 조인성처럼 되면 안되지....ㅋㅋ
참고로. 말죽거리 잔혹사 때부터 그랬지만, 이 감독의 작품은 이루어질 수 없는 애절한 사랑을 끼어놓아서 사람을 더 안타깝게 만든다. 이루어질 듯, 손에 잡힐듯 하는 순간. 행복이 눈앞에 보이는 그 순간이 바로 비극의 클라이막스가 시작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