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 정을 통하게 하는 일..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 영화는 상당히 외설적이다. 그 수위도 높으므로 많은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여러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많은 상을 수상한 수작이다. 포르노그라피라고 생각될 만큼 많은 노출장면이 등장하지만 끝까지 영화를 보고나면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찾고자 깊은 생각을 요하는 매우 어려운 작품이다. 영화의 시작은 상당히 우울하다. 우울하게 들리는 음악, 지저분한 방안.. 한 여자의 노크 소리가 남자의 낮잠을 깨운다. 과거 뮤지션이었던 남자의 이름은 '제이' 아내와 아이들과 헤어져 지금은 바텐더로 일하면서 혼자 살고 있다. 그는 매주 수요일마다 찾아오는 그녀에 관해 아무것도 모른다. 그렇게 둘은 수요일마다 만나 섹스를 나눈다.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격렬한 몸짓으로... 그러던 어느 수요일, 여자는 어김없이 섹스가 끝나자 황급히 문을 나선다. 암묵적인 약속을 깨고 갑자기 여자의 뒤를 몰래 따라가기 시작하는 제이, 그는 여자가 사라진 극장 안으로 이끌리듯 들어선다. 조용히 객석에 앉은 제이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연극 무대에 선 여자, 바로 그녀다. 그리고 옆 자리에 앉은 그녀의 남편으로부터 그녀의 이름이 '클레어'라는 사실을 전해 듣는다. 그녀 몰래 연극을 보며 제이는 클레어 남편과 가까워지고, 남편은 자신의 부인인 줄 모른 채 제이로부터 수요일의 여자 얘기를 듣게 된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말없이 시작된 제이와 클레어의 관계, 의미 없이 나눈 둘 사이 관계에 제이는 점점 그녀에게 이끌리고 집착하게 되고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면서 둘 사이의 관계는 점점 어긋나기 시작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어떤게 좋은 것이고 나쁜 것인지 생각지 못했다. 점점 난해한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몇 번이고 영화를 봤다. 내머리 속에 맴도는 두 가지의 단어, 사랑, 열정.. 영화 속의 사랑은 낭만으로 포장된 로맨스가 아니다. 상처가 많은 사람들의 기형적인 사랑으로 그 끝 또한 비정상적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탈낭만화된 사랑.. 속도 없고 껍데기도 없는 아무것도 없는 사랑.. 서로 간에 말없이 욕구만을 충족시키기 위해 더러운 방에서 갖는 성관계는 아름답게 볼 수가 없다. 열정 없는 주인공 제이에게 열정 넘치는 여주인공 클레어는 제이에게 잃어버렸던 부분을 채워주는 존재이다. 그런 클레어의 사랑을 느끼지만 클레어가 유부녀라는 사실을 알고 제이는 매우 혼돈스러운 감정에 괴로워한다. 사랑하지만 더는 사랑해서는 안 될 존재.. 여자는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사랑하는게 나쁜 건가?" 결혼이라는 둘레 속에서 한 인간의 열정과 사랑은 무시된 채 살아간다면 그것 또한 괴로움일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어기기엔 사랑과 열정만으로는 사회 속의 규범을 무시할 수는 없다. 결국에 둘은 갈라설 수밖에 없다. 제이와 클레어의 계속되는 심리변화 속에 이 문제가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영화의 후반부에 보여주는 클레어의 갈등은 그녀가 현실을 벗어날 수는 없음을 보여준다. 사랑이 없는 남편과의 단조로운 삶을 이어가기엔 그녀 또한 힘들다. 하지만 벗어날 수는 없다. 그리고 제이 또한 붙잡을 수 없음에 괴로움을 느낀다. "난 당신을 떠나지 않을꺼에요"라고 말하며 남편에게 말하는 클레어에게 남편은 그녀에게 현실을 직시하라는 충고를 한다. 형편없는 배우라는 사실을 알고 자신은 그런 여자를 여왕처럼 떠받고 살아왔다며 이제는 괴롭다고 그녀의 열정을 포기하라고 말한다. 현실 앞에 그토록 갈망하던 자신의 이상을 포기해야만 한다. "늘 맞춰가며 사는 삶 속에서 내가 원하는 사람의 품에 안기는 게 그렇게 나쁜가요?" 라고 말하는 여자는 "당신만 있으면 되요. 나에게 돌아와요."라고 말하는 남자에게 "안돼요."라고 말한다. 끝을 맺는 관계 속에서 마지막으로 의미있는 사랑을 나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주는 바쁘게 움직이는 자동차들의 풍경 속에서 결국 모든게 다 현실로 회귀했음을 일상으로 돌아갔음을 말한다. intimacy는 영화의 원제목이다. intimacy는 첫째, 서로 간에 벽이 없을 만큼 가까운 관계이며 둘째, 비밀스러운 성적관계를 의미한다. 하지만 첫 번째의 intimacy가 좌절되고 마음이 없는 몸만을 선택하게 된다. 결국 몸은 마음의 대체수단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뚜렷한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처럼 인스턴트 사랑과 일회용 사랑이 판치는 세상에서 진정한 사랑을 꿈꾸는 사람이 조롱받는 세상에서 우리의 intimacy는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 정사..정을 통하게 하는 일.. 이 말에 나는 yes냐 no냐로 답하기에는 어려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