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기본에 충실한 영화

한마르 작성일 07.01.08 01: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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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내공 : 우수함


비디오를 빌려 신랑과 함께 보았다. 신랑은 보고 나서 화를 냈다. 퀄리티가 없다고. 하지만 정말일까? 나는 오히려 다르게 보았다. 이 영화는 굉장히 기본에 충실한 영화다. 그래서 충분히 특별한 영화다. 솔직히 나는 이 영화만큼 기본에 충실한 영화를 본 적이 없다.

잔인해 지는 것은 쉽다. 감정에 치우치는 것도 쉽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라인(선)을 지키는 것은 어렵다. 그런면에서 이 영화는 올드보이나, 친절한 금자씨보다 윗 줄에 있다.

감정의 마지막까지 가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준다. 이것에 작자와 독자의 '거리'가 있을까? 그저 영화를 본 후 충격과 씁쓸함 만이 있을 뿐이다.

영화는 감독의 감성과 말을 굉장히 짧은 시간 안에 풀어 놓아야 한다. 그리고 완결 지어야 한다. 말하자면 나름대로 구성을 가지고 있는 한 권짜리 소설책인 셈이다.

이제 괴물을 보자. 괴물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을까. 감독은 괴물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들여다보고 있다. 문제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미군이 시키고 한국이 실행한 한 가지 사건에서 시작한다. 만약, 미군이 시켰다 하더라도 한국의사가 제대로 처리했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사는 의문을 가지지만 그대로 시행한다.

그리고, 두번째 컷, 부도에 몰려 한강에서 자살하는 남자가 말한다. '끝까지 무딘 새끼들'이라며 자신을 말리러 온 사람들에게 말 하고는 떨어진다. 그 밑에서는 가족을 가진 남자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이다. 특별히 미군을 탓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이것은 우리의 일상이다. 그 일상 속에서 괴물이 나타난다. 괴물에게 악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다 마주치는 고통(살인이나,강간이나, 방화나, 사기나, 그것도 아니라면 돈을 떼이는 것 마냥, 뭐 그런 것 마냥)마냥 괴물은 부조리한 일상 속에서, 그 고리의 중간에서 나타난다.

그 불합리한 고통 속에서 한 '인간'을 구하려고 하는 것은 우리 일상 생활 속에서 '가족' 이외에는 아무도 없다. 근현대사 속에 고통받았던 모든 '한' 인간을 구하려고 했던 것은 '가족' 뿐이었다. 10년, 20년이 지나도 의문사 진상위원회에 탄원하고, 고소하고, 자료를 모았던 것은 그의 '가족' 뿐이었다.

그럼 가족이 없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가족이 없었던 어린 소년은 아무도 구하려 하지 않는다. 그럼 그 소년은 어떻게 되었을까?

모든 어른들이 사회의 부조리 속에 침잠해 있을 때, '한 인간'을 구하려고 한 가족은 그 부조리 속에 아무 이상없는 정신을 의심당하고, 사회에서 격리당한다.

감독이 특별한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다. 그저, 우리 사회의 일부분을,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스쳐가듯 이야기 하고 있다.

어쨌든 '괴물'의 이 가족은 어떻게든, 아이를 구출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정작 그 아이는 죽고 없다. 그저 구한 것은 다른 아이다. 우리의 지난 가족들이 이미 잃은 가족들 대신, 아직 죽지 않은 남의 자식을 구했듯...

그런데, 왜 이 영화가 왜 아이를 구하러 다니고 있을까? 그것도 너무 당연하다. 이 부조리한 세상에 아무런 방어막 없이 고스란히 내팽겨친 것은 아이들이니까.

블랙코메디도 아니고, 호러 영화도 아니다. 이것은 그저 가장 기본에 충실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특별한 언어 없이 다 하고 있는 영화일 뿐이다.

그리고 실상, 이런 영화는 별로 없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이렇게 감정적인 호도없이 절제하고 있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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