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는 괴로워] 김아중이 빛난 영화

한마르 작성일 07.01.21 20: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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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내공 : 우수함


영화를 보는 방법은 아마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비쥬얼이 중요한 사람이 있고, 주제의 전달성이 중요한 사람이 있고, 또 스토리의 완결성이 중요한 사람이 있을 것이고,,, 뭐 어떤 사람은 촬영감독의 빛처리 같은 것을 열심히 보는 사람도 있을 지 모르겠다.

실은 나는 영화를 안 본지 꽤 오래 되었다. 중학교 1학년 처음 영화관이라는 세상을 알고 용돈이 모이는 대로 혼자 영화를 보러 다녔다. 그때에는 2본 동시 상영극장에 1000원 주면 두 편을 볼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호소자'를 보러 갔다 '깊고 푸른 밤'이라는 안성기 장미희 주연의 영화를 보고 거친 황야를 본듯한 기분에 줄곧 우울해 하기도 했다. 비디오 1편 빌리는 가격이나 영화관에 가는 가격이나 별 차이없던 시절이기도 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500원짜리 비디오대여점이 나왔다. 그 때에 하루 네편씩 어쩌면 여섯편씩 영화를 닥치는 대로 빌려다 보았다.

그러면서 느낀 점 하나는 '별' 영화 없다는 사실이다. 영화 한컷한컷 마다, 조명 하나하나마다 의미나 암시가 있는 영화는, 더구나 그 암시가 성공하고 있는 영화는 거의 없다.

좋은 영화라고 말하는 후라이드그린토마토 같은 영화도 자세히 보면 두가지의 플롯 때문에 어딘가 엉성하다. 오히려 그냥 sf영화처럼 보이는 카타카가 주제의식이나 플롯의 완결성 면에서는 훨씬 좋은 영화다. 나는 후라이드그린토마토 보다 그 영화에 나왔던 매리 스튜어트 매스터슨이 출연한 영화 베니와 준을 훨씬 윗줄로 친다.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알아도 베니와 준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실상 조니뎁 팬이 아니라면 본 사람이 별로 없는 영화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여왕 마고'를 보았다. 처음엔 혼자서, 두번째엔 직장 사람들을 꼬셔서, 그리고 세번째엔 다시 혼자서 영화관을 찾았다. 실상, '유럽식 암시'에 익숙지 않아서, 비디오로 여러차례 더 본 지금도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 분위기 만큼은 몹시 좋아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 보면 이 영화가 정말 '완결'한가? 물었을 때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어렵다. 비쥬얼도 굉장하고, 중간 중간 그 시대의 생활상이나, 상황을 보여 주는 것도 좋다. 하지만 뭘 말하려는 거야? 하고 물으면 어깨를 으쓱이게 된다. 대체 주제가 뭐야??

실상 하나의 영화에서 여러가지를 바란다는 게 얼마나 가당치 않은 지는 영화를 보다 보면 알게 된다. 정말 완전무결한 영화 같은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말이다.

나는 예술 영화라는 것은 이제 거의 보지 않는다. 실상 인내심도 없고, 너무 플롯이나 암시가 느슨해서 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볼 경우에는 인터넷을 하거나 책을 뒤적이며 띄엄띄엄 보는 수 밖에 없다.

얼마 전에 본 '천하장사 마돈나' 같은 영화는 좋은 영화다. 나도 이런 류의 소품을 좋아한다. 신랑은 같이 보다 정말 좋은 영화라면 감동했다. 쯧,, 원래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김기덕 영화같은 것이나,, 이런식의 영화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취향이라며 빌려온 나는 띄엄띄엄 보았다. 안 그러면 지겨워서 못 보는 것이다.

여기 리뷰란에서 '미녀는 괴로워'의 리뷰를 몇 개 읽어 보았다. 여성들에게는 어느 정도 공감을, 남성에겐 '이게 뭐야' 하는 의문을 남겼던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스토리 같은 것 보다, 이 영화를 보면서 김아중 연기에 솔직히 감동했다. 영화를 하면 연기가 확실히 는다더니, 정말 장족의 발전이 아닌가.

연기의 디테일 하나하나가 섬세하고 유려하다. 원작 만화도 읽어보았지만, 소재만 가져왔을 뿐,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나름 지루하지 않았다. 솔직히 김아중의 얼굴이 지루하지 않게 해 주었다. 그게 아마 텔레비전과는 다른 스크린의 힘일 것이다.

이 영화는 김아중 원맨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로지 김아중의 연기력에 의지하고 있는 영화인데, 실패하지 않았다는 게 솔직히 놀라웠다.

거의 신인이나 다름없는 배우인데, 그 배우를 전면에 내세워 이 정도 성공하다니, 대체 감독 배짱이 어느 정도야? 하고 묻고 싶었다.

그리고 솔직히 다른 것은 이야기할 것도 없다. 뭐 이야기 할 꺼리나 있나? 이런 영화에 주제나, 스토리나, 플롯은 솔직히 있으면 좋고, 없으면 하는 수 없고 뭐 그런 것 아닌가? 하는 거다.

건담 시리즈에 매카닉 디자인이 주인공인 것처럼, 말이다. 누가 건담 시리즈에 주제나, 스토리나 플롯이나 이런 것을 세세히 따지나? 좀 이상해도, 하는 수 없지, 하며 뭐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매카닉 디자인이 후지면 광분하지 않는가?

두가지 토끼를 잡으면 좋지만,, 한마리만 성공적으로 잡는 영화도 실은 별로 없다. 그렇지 않은가? 두가지 잡으려다 어정쩡하게 무너진 영화들. 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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