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키발보아] Never Give Up...

경파한녀석 작성일 07.01.11 06: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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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내공 : 상상초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이전 록키 시리즈를 본 록키 팬들을 위한 영화이자, 나아가서는 록키 영화가 개봉

되던 시절에 함께 살았던 사람들을 위한 영화이다. 진부한 스토리라인, 꽃미남 꽃미녀는 커녕 젊은이가 몇 보이

지도 않는 후줄그레한 캐스팅, 실전 격투기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는 복싱이란 스포츠 등등 소재에서부터 케

케묵은 냄새를 한것 풍기고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영화는 그러하기에 더욱 그 빛을 발

한다.


영화의 이야기는 공전절후의 히트를 기록했던 1편의 시나리오를 거의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1편

의 젊은 록키가 세상 저켠에 밀려난 부랑배에 가까웠던 것에 비해 발보아의 록키는 나름대로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있어 그 '출발선' 에 차이가 있다는 것 뿐. 하지만 지나간 세월로 육체적 한계점이 뚜렷하게 보일 수 밖에 없

는 50대의 록키에게, 삶이 고단한 것은 매한가지다. 젊은 록키에게 앞날에 대한 희망이 없었다면 늙은 록키는 의

욕을 거세당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앞날이 보이지 않는 자와 더 이상 앞을 보지 않으려 하는 자... 힘들고 고단하

기는 마찬가지나 다시 일어서기엔 후자쪽이 더 어려워 보이는 것은, 록키가 세월이라는 주먹의 충격이 고스란히

쌓인 펀치드렁크 증세를 앓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록키와 같은 나이의 세대에게 있어 이는 다들 앓고 있는 지병이나 다름없다. 나이가 들어 육체는 갈수록 쇠약해

지고 자식들은 출가하여 삶의 낙이라고는 그저 과거를 돌아보는 것 뿐. 인간은 세월의 무게를 실감하게 될 쯤이

면 더 이상 앞으로의 문제보다는 옛 일을 안주삼아 살아가기 마련이다. 뭔가 바꿔 보기엔 그럴 힘도 없고, 용기도

없어서겠지. 그렇게 하루하루 살던 록키에게 계기로 다가온 것은 TV에서 흥미거리로 방송한 현 챔피언과의 가상

시합이었다. 죽어버린 줄 알았던 복싱에의 욕구가 되살아나고, 그날을 기점으로 록키의 일상은 달라지기 시작한

다.


이후의 진행은 록키 1편과 판에 박은 듯 똑같다. 무명 복서에게 제안된 현 챔피언과의 시합, 주위의 만류, 하드

트레이닝... 차이점이 있다면 곁에 있는 것이 아내가 아닌 아들이란 것 정도일까. 그러나 이 차이점 하나가 1편과

발보아를 가르는 가장 큰 분수령이 된다.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는 애드리안을 향한 외기러기 사랑이 젊은 록키

의 얻을 수 없는 것에 대한 강한 성취욕을 상징한다면, 아버지에게 사사건건 반발하며 겉도는 아들에 대한 사랑

은 나이든 록키의 하나하나 잃어가는 것들에 대한 상실감과 안타까움을 나타낸다. 이제 나이 육십에 이르러 여

러 아이들이 장성하여 다 떠나보낸 시기가 된 스텔론은, 자신의 모습 그 자체인 록키를 통해 이런 감정을 드러내

고 싶었음에 틀림없다. 지나간 세월만큼 록키란 캐릭터 뿐 아니라 영화 그 자체도 나이를 먹은 것은 자연스런 일

일 것이다.


처절한 시합끝에 은은히 깔리는 주제곡 "Gonna fly now" 와 함께 펼쳐지는 감동의 엔딩... 30년전의 그것과 다른

점이라곤 깨끗해진 화면 하나 뿐인 구닥다리 영화지만, 마치 고전 한 권을 읽은 것 마냥 밀려오는 감동은 요새 영

화들에 처지는 바가 전혀 없음이다. 고전은 고전이되 케케묵은 냄새나는 헌 책이 아닌 표지만 새걸로 갈아끼운

고전이라고나 할까... 진정한 감동은 시대를 뛰어넘는 법이라는데, '록키 발보아' 도 그 목록에 꼭 올려놓아야 할

작품임에는 틀림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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