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본 괜찬은 전쟁영화.. 전쟁영화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언제나 새로운 전쟁영화가 나오면 2~3번 씩 본뒤에 그 전쟁에 관하여 혹은 전투에 관하여 많은 생각을 해본다. 처음 플래툰을 봤을 때도 그랬고... 그 이후 올리버스톤의 다른 2편 7월4일생 , 하늘과 땅을 봤을 때도 그랬다. 이번에 나온 '아버지의 깃발'은 출시 이전 부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큰 기대를 하고 감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실망감이 없는 작품이었다.
사실 2002년에 블랙호크 다운 이후론 괜찬은 전쟁영화가 개봉을 하지 않은 것 같다. 태극기 휘날리며.. 는 훌륭한 영화이긴 하지만 5년동안 벌어진 모든 내용을 짧은 시간에 넣기 위해서 전쟁자체의 문제점 지적은 실폐한 듯하고 밴드오브브라더스 라는 대작이 나오깃했지만 TV시리즈 물이니 넘어가도록 하자. 물론 몰락(downfall)이란 대작이 있긴하지만 국내에 개봉을 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진 못했다.(우리나라 이야기다.) 그런 와중에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클린트 이스트 우드'가 메가폰을 잡고, 라이언 일병구하기의 스필버그가 제작지원한..그런 영화가 나왔으니 전쟁영화 팬들에겐 기대작이 아닐수 없다.
먼저 배경이된 이오지마(혹은 아오지마)섬의 전투는 태평양 전쟁말기 최악의 전투로 손꼽힌다. 오키나와 공격을 위해 전초전 성격으로 시작된 이전투는 5일만에 섬을 점령할 계획으로 시작되었으나 한달동안 일본군에게 덜미를 잡히고 결국 3만명에 이르는 미해병측의 사상자를 내며 끝냈다. 이 외에도 씬레드라인이나 윈드토커에 표현된 태평양 전쟁에 섬 전투는 비슷한 양상을 보며 일본군의 이런 광신성이 잘 표현되어 있다.
각설하고 넘어가 아버지의 깃발이 여느 전쟁영화와 다른 점이라면 사실적인 전투(상륙장면)묘사도 있겠지만 실제 이오지마 섬의 스리바치 산에 성조기를 세운 6명의 해병대원(정확히는 5명의 해병대원과 1명의 해군)의 이야기이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처음 보면 이영화는 여느 전쟁영화와 마찬가지로 미국인의 개척정신(혹은 미국만세?)로 보여지기 쉽겠지만 영화는 과연 전쟁의 진짜 영웅은 누구 인가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전쟁영화가 나오면 항상 '미국만세'와 연관짖는 비평가들이 이 영화 역시 다른 영화와 같게 본다면 다시 한번 영화를 천천히 보기를 권하고 싶다.
사실 클린트 이스트 우드라면 예전의 그의 작품들인 더티하리 시리즈만 봐도 이런 착각을 일으키기 쉬울것같다. 하지만 이 영화의 특별한 점은 한가지 더 있다. 바로 일본군의 입장에서 같은 전쟁을 바라본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라는 속편이 있다는 점이다. 사실 적의 입장에서 (미군의 관점에서 적이라는 표현 사용) 바라본 영화는 이 영화가 처음이 아니다. 올리버 스톤의 월남전 3부작중 하늘과 땅이 월남인 여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월남전의 실상을 그렸고, 위 워 솔져스에서도 간간히 월맹군 장군의 입장에서 바라본 장면들이 들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일개 군인인 한 일본인 병사의 입장에서 그가 왜 싸워야 하는가에 대해 나타낸 영화는 처음이 아닌가 싶다.
다른 나라에선 이미 개봉한 작품이지만 우리나라에선 2월달이나 되야 만나 볼수 있는 점이 아쉽다. 어쨋든 우리나라도 일본군에게 강제 징집되어서 태평양 전쟁에 동원참전한 국가라는 점이 찝찝하지만은.. 오랫만에 정말 대작 전쟁영화 한편이 나온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