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불타는 스파이더맨의 연대기 1 - 코믹스화 부분

NEOKIDS 작성일 07.05.04 23: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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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필름2.0

             333호 특집1 기사 불타는 스파이더맨의 연대기, 영화칼럼니스트 김정대

 

 

 

 

 

-----코믹스화 부분

 

 

 


1960년대 초, 마블 코믹스의 편집장이자 작가였던 스탠 리(옮긴이 주: 스파이더맨3에서 중간에 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

 

다고 파커에게 말하는 노인으로 까메오 출연)는 향후 진로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당시 만화업계가 매너리즘에 빠져있다고 여

 

진 그는 기존 관습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만화를 소개할 것을 꿈꾸고 있었다. 그러나 마블 코믹스 발행인 마틴 굿맨은 이미 상

 

업성이 검증된 관습을 굳이 파괴할 이유가 있느냐며 그의 제안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옛관습을 따라 한심한 만화를 계속 양산

 

하느니, 차라리 만화작가 커리어를 포기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게 낫다고 판단한 스탠 리는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헌데, 그가 사직서를 내기 직전에 운명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경쟁사인 DC코믹스의 슈퍼영웅 팀 만화시리즈인 저스티스 리

 

그 오브 아메리카의 성공을 보며 배아파하던 굿맨이 리에게 우리도 슈퍼영웅 팀 시리즈를 하나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다. 굿맨

 

이 생각한 것은 캡틴 아메리카나 서브마리너와 같은 과거의 마블코믹스 캐릭터들을 한데 모은 시리즈였다. 하지만 리는 제안

 

을 들으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스타일로 무장한 완전히 새로운 슈퍼영웅 팀 시리즈를 떠올린 것이

 

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그에게 굿맨의 고집을 꺾을 만한 힘이 없었다. 그날 저녁, 리의 아내는 이 일 때문에 남편이 고민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까짓것 당신이 원하는 스타일로 만화를 그려요! 그래서 짤린다고 해도 어차피 그만 둘 생각

 

이었잖아요.-이 말을 듣는 순간, 한동안 잠자고 있는 리의 창작욕이 활활 타올랐다. 다음날 당장 동료 잭 커비와 '파격적인 슈

 

퍼히어로 팀 만화'의 창작 작업에 돌입했고, 그 결과 만화계의 조류를 영원히 바꿔놓은 걸작이 탄생했다. 바로 판타스틱4였

 

다. 그러나 당시에는 리조차 이 만화가 도입한 컨셉이 훗날 마블코믹스, 아니 미국만화계를 통틀어 최고의 인기스타인 스파이

 

더맨을 낳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마블 전성시대의 개막과 거미인간의 탄생

 

 


판타스틱4의 가장 큰 공헌은 슈퍼히어로 만화에 리얼리즘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이 만화는 만일 보통사람이 우연한 사고로 슈

 

퍼파워를 얻어 영웅이 된다면, 그리고 슈퍼히어로가 된 후에도 보통사람과 같은 개성을 지닌다면 하는 컨셉에서 비롯됐다. 과

 

거의 슈퍼히어로들과는 달리 판타스틱4의 영웅들은 일상적인 고민들에서 전혀 자유롭지 못하며, 지극히 인간적인 약점마저

 

지닌 불완전한 인물들이다. 팀의 리더인 리드 리처드는 항상 설교조의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따분한 인물이며 애인이자 동

 

료인 수 스톰과의 관계도 순탄치 않다. 또 자니 스톰의 경우는 사고뭉치에 가까운 틴에이저다. 그리고 벤 그림의 경우는 오히

 

려 슈퍼파워를 자신에게 내려진 저주라 여기고 있다. 세 명의 동료들과는 달리, 그는 괴물에 가까운 the thing으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이 네 명은 또한 기존의 슈퍼히어로들과는 달리 종종 사회에서 냉대를 받기도 한다. 당장 시리즈 2편에서 이들은 어

 

처구니없게도 범죄자로 몰려서 군대에 쫒기게 된다. 이런 것들은 기존의 슈퍼히어로 만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컨셉이었다.

 

독자들은 자신들과 같은 약점을 지닌 이 현실적인 캐릭터들에 즉각 매료되었다. 판타스틱4에 쏟아진 열렬한 호응에 고무된 스

 

탠 리-잭 커비 콤비는 저주받은 슈퍼히어로 벤 그림의 설정을 더욱 확장해 또 하나의 걸작을 만들어낸다. 바로 헐크였다.

 

 

판타스틱4와 헐크의 대성공으로 마블코믹스는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한편, 스탠 리는 두 만화의 컨셉을 총망라한 새로운

 

슈퍼히어로 시리즈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벽에 붙은 파리를 보고는 벽을 기어다니는 슈퍼히

 

어로를 문득 떠올렸다. 그는 즉각 이 영웅에게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파리인간, 모기인간, 곤충인간 등 갖은 괴상한 이름들

 

을 놓고 고민하던 그는 어린 시절에 즐겨 읽던 펄프 픽션 스파이더를 떠올리고는 스파이더맨이라는 이름을 지어냈다. 리는 앞

 

선 두 인기 만화의 컨셉을 계승해 이 새로운 영웅을 다음과 같이 설정했다. -왕따 틴에이저가 어느 날 거미에게 물린 뒤 슈퍼

 

히어로 스파이더맨이 된다. 하지만 그에게 부여된 슈퍼파워는 오히려 삶을 구속하는 재앙이 된다.-

 

 

리는 즉각 굿맨에게 달려가 이 아이디어를 들려줬다. 굿맨의 반응은 이러했다.

 

"지금 농담하나? 틴에이저는 슈퍼히어로 만화의 조연은 될 수 있어도 절대 주인공은 될 수 없다고! 게다가 명색이 슈퍼히어로

 

라는 인물이 왕따인데다가 사춘기 소년의 고민을 안고 있다는 건 또 무슨 헛소리인가? 악당이랑 싸우는 스토리로 컷을 가득

 

채워도 부족할 판에 그런 이야기까지 담으면 만화는 엄청나게 따분해진다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름이 스파이더맨이 뭔가?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동물이 거미라는 거 자네 정말 모르나?"

 

 

리는 이 말을 듣고 크게 실망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멋진 아이디어를 그냥 버릴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대중들에게 이 아

 

이디어를 선보이고 싶었던 리는 어메이징 판타지의 마지막 호에 그것을 싣기로 했다. 이 잡지는 폐간할 예정이었던 관계로 굿

 

맨의 감시망에는 벗어나 있었기에 리는 아무런 제약 없이 머릿속으로 구상한 이야기를 펼칠 수 있었다.

 

 

최초에, 리는 잭 커비에게 이 새로운 만화의 그림을 그려줄 것을 의뢰했다. 하지만 커비가 그린 스파이더맨은 체격이 우람한

 

전형적 영웅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리는 이와는 정반대되는, 평범하고 볼품없는 캐릭터를 원했다. 결국 그는 과감히 파트너

 

를 교체하기로 결심했고, 이에 따라 새로 호흡을 맞추게 된 인물이 바로 스티브 딧코였다. 고뇌하는 보통사람과 우중충한 도

 

시의 묘사를 장기로 했던 딧코는 리의 기대에 부응하는 그림을 그려냈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첫 번째 스파이더맨 이야기

 

는 예정대로 1962년 8월에 발간된 어메이징 판타지 15호에 실렸고, 잡지는 곧 폐간됐다. 최소한 대중들에게 스파이더맨이 뭔

 

지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고 여긴 리는 이후 한동안 스파이더맨을 머릿속에서 지운 채 다른 작품의 창작활동에만 전념했다.

 

헌데, 얼마 후 어메이징 판타지 15호의 판매량 집계결과가 나오자 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늘 판매부수가 저조했던 이 잡지

 

의 15호는 놀랍게도 마블코믹스의 발간지 중 최고의 판매부수를 기록한 것이다. 물론 그 원인이 뭔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

 

었다. 쇼킹한 판매부수 발표가 있은 직후, 굿맨이 리에게 와서 더 쇼킹한 제안을 했다.

 

"이봐, 왜 지난 번에 내가 아주 좋아했던 스파이더맨 이야기 있잖나? 그거 시리즈로 발간해 볼 생각 없나?"

 

마블코믹스의 인기 시리즈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옮긴이 주: 이 때의 스파이더맨은 겨드랑이에 거미

 

줄로 된 날개가 조그맣게 있었음....-_-;;;)

 


스파이더맨 , 고뇌하는 보통영웅

 


어메이징 판타지 15호에 실린 스파이더맨 만화는 첫 컷부터가 파격적이었다. 이 컷의 좌측에는 핸섬한 틴에이저 무리가 그려

 

져 있었는데, 그들 중 누구도 만화의 주인공은 아니었다. 이 만화의 주인공은 바로 그들이 손가락질하고 있는 우측의 청년이

 

었다. 마르고 볼품없는 이 왕따 청년의 이름은 피터 파커로, 전형적인 공부벌레형 인간이다. 파커는 어느 날 과학 학술 발표회

 

를 참관하던 도중 방사능에 노출된 거미에게 물리고 그 영향으로 초능력을 가지게 된다. 초능력을 이용해 돈을 벌 방법을 궁

 

리하던 파커는 복장과 거미줄 발사기 등을 만든 뒤 스스로를 스파이더맨이라 명명하고 TV쇼에 출연해 큰 인기를 끈다. 그러

 

나 자만심에 도취된 그는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주하던 도둑을 보고도 막지 않는 우를 범하게 되고, 결국 그 도둑은 파커의 삼

 

촌 벤을 살해한다. 살해범을 붙잡은 뒤, 자신 때문에 벤이 죽었음을 안 파커는 눈물을 흘리며 황혼 속으로 사라진다. 만화의

 

마지막 컷에는 파커가 이 사건을 통해 비로소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리

 

고 이 문구는 그대로 시리즈의 캐치프레이즈가 되었다.

 

 

스토리를 구상하며 리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었다. -만일 보통사람에게 초능력이 생긴다면 그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정

 

말로 과거의 슈퍼히어로들처럼 이타적인 목적에 그것을 쓸까? 아니다. 보통사람이라면 누구나 돈과 명예를 위해 그것을 활용

 

하려 할 것이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생생한 리얼리티는 이렇게 해서 부여됐다. 만화사가들은 스파이더맨이 초유의 인기를

 

끈 이유를 캐릭터 묘사의 리얼함에서 찾고 있다. 소외감과 고독감, 돈문제, 학업문제, 그리고 연애문제까지 파커가 겪는 모든

 

고뇌들은 실제 세상의 모든 젊은이들의 그것을 대변하고 있다. 또한, 파커가 갑작스럽게 생긴 초능력 때문에 오히려 곤경에

 

처한다는 설정은 청소년들이 사춘기에 겪는 성장통에 대한 은유로 해석되곤 한다. 실제로, 파커가 시리즈를 거듭하며 습득하

 

는 교훈의 내용은 청소년들이 성장과정에서 체득하게 되는 인생의 교훈과 놀랍도록 일치한다. 또, 시리즈 2편 이후 스파이더

 

맨이 엉뚱하게도 사회의 적으로 내몰린다는 설정은 1960년대의 반항적인 젊은이 문화에 대한 기성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을

 

형상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주인공의 설정, 테마, 시대정신 등 모든 면에서 주된 독자층이었던 청

 

소년들의 관심사를 120% 반영한 작품인 셈이다.

 

 

샘 레이미는 스파이더맨의 특질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수퍼맨의 클라크 켄트는 일부러 얼간이인 척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의 피터 파커는 진짜 얼간이다!- 만화학자 윌리엄 라담 역시 비슷한 맥락의 의견을 제시했다. - 수퍼맨에

 

서 진짜 주인공은 수퍼맨이며 클라크 켄트는 그의 가면에 불과하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의 설정은 이와는 정반대다.- 이들의

 

의견은 독자들이 피터 파커에게 일체감을 느끼고, 그에게 감정몰입을 할 수 있었던 요인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만화의

 

연재가 시작된 직후, 리의 사무실에는 팬레터가 산더미처럼 쌓여갔다. 리조차도 스파이더맨이 이렇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 줄

 

은 예상치 못했다. 1960년대 중반에 이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판타스틱4를 제치고 마블코믹스, 아니 미국만화업계 최고의

 

인기 시리즈로 등극한 상태였다.

 


아이러니와 파격의 연대기

 


스파이더맨의 설정은 아이러니와 파격이라는 말로 대변된다. 우선 스파이더맨을 공공의 적으로 매도하는 j.조나 제임슨 편집

 

장을 보자. 제임슨은 수퍼맨의 편집장 악당 버젼이라 할 정도로 심술궂은 인물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피터 파커의 돈 문

 

제를 해결해주는 유일한 인물이다. 또한 학교에서 늘 파커를 놀려대는 플래쉬(옮긴이 주: 영화 1편 중 학교에서 디지게 터지

 

던 놈)는 우습게도 스파이더맨의 열렬한 찬미자이다. 이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악당의 설정이다. 예컨대 시리즈 3호에 처음

 

등장한 이후 큰 인기를 끈 닥터 옥토퍼스를 보자. 스파이더맨의 생명마저 위협하는 강력한 악당인 그는 이후 전개되는 이야기

 

에서 파커의 숙모 메이와 사랑에 빠진다. 결국 파커는 메이의 가슴에 상처를 줄까봐 옥토퍼스에게 손대지 못하는 난처한 상황

 

에 빠지게 된다. 시리즈 최고의 인기 악당 중 하나인 그린 고블린의 설정은 이보다 더 기괴하다. 리는 시리즈 14호에서 그린

 

고블린을 처음 소개한 후, 오랫동안 이 악당의 정체를 밝히지 않아 독자들을 애타게 했는데, 시리즈 39호에서야 밝혀진 그의

 

정체는 쇼킹했다. 바로 파커의 친구 해리 오스본의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훗날 해리 오스본 자신도 스파이

 

더맨의 적이 된다는 점이다. 친구와 적의 경계가 없는 스파이더맨의 뒤죽박죽 세계, 그것은 바로 현실세계의 축소판이기도 했

 

다.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만화 속 설정은 계속 업데이트된다. 예컨대, 고등학생이었던 파커는 일정 시간이 흐른 후 대학생이 되

 

고, 첫사랑인 그웬 스테이시를 만나게 된다. 한편, 작화가 스티브 딧코는 38호를 끝으로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하차하고, 그

 

자리는 존 로미타가 대신하게 된다. 이전까지 로맨틱 만화 장르에서 주로 활동했던 로미타는 특히 미모의 여성을 잘 그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로미타가 탄생시킨 최고의 인물은 바로 엠제이였다. 붉은 머리의 엠제이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그웬 스테이

 

시와는 달리 보다 쾌활하고 활동적인 인물로, 엄밀히 말해 주인공급으로 설정된 캐릭터는 아니었다. 본래 스탠 리는 파커와

 

스테이시를 어느 시점에서 결혼시킬 예정이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파커에게 더 잘 어울리는 인물은 오히려 엠제이라고 느끼

 

게 된다. 이 시점부터 엠제이는 파커의 진짜 파트너로 급부상하는데, 1972년부터 리의 뒤를 이어 시리즈를 맡게 된 작가 게리

 

콘웨이는 이런 분위기를 이어받아 시리즈 121호에서 충격적인 내용을 소개한다. 이 작품에서 그린 고블린에게 납치된 스테이

 

시는 브룩클린 다리 위에서 떨어지게 되는데, 스파이더맨은 간신히 거미줄로 그녀를 붙잡는 데 성공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

 

는 숨을 거두게 된다. 더 쇼킹한 것은 그녀가 죽은 이유가 바로 스파이더맨의 거미줄로 인한 갑작스러운 충격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스파이더맨은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손으로 그녀를 죽이기까지 한 것이다. 분노

 

와 자괴감에 휩싸인 스파이더맨은 다음 호에서 그린 고블린을 글라이더에 찔려서 죽게 한다. 이 내용이 담긴 시리즈 121-122

 

호는 현대 슈퍼히어로 만화의 관행을 송두리째 바꾼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작품들 이후 슈퍼히어로 만화의 내용

 

은 그야말로 예측불가능하게 되었다. 여주인공은 죽을 수도 있으며, 우리의 영웅은 악당과의 대결에서 패할 수도 있다. 또한

 

사회의 정의는 반드시 회복되는 것은 아니며 때로 악이 승리할 수도 있다. 이것은 1980년대 이후 유행하게 되는 누아르 스타

 

일의 만화들을 예고하는 징후이기도 했다.

 

 

스테이시가 죽은 후, 파커는 자연히 엠제이와 결합하게 되는데, 이후 시리즈 인물들 간의 얽히고섥히는 관계는 이전의 만화와

 

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밀하게 묘사된다.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단순한 액션만화가 아닌 소프 오페라 라고도 불리는 것

 

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1980년대로 접어들면서 시리즈의 묘사 양태는 더욱 기발해지는데, 1984년에 발표된 마블 슈퍼히

 

어로들과의 비밀 전쟁-먼 별에서 전개되는 마블의 영웅들과 악당들의 대결을 다룸-에서 마블의 새 편집장이자 작가인 존 슈

 

터는 검은 복장을 입은 스파이더맨을 소개했다. 만화에서 스파이더맨은 전투 중 복장이 손상되어 검은 색의 외계 복장을 하

 

는 것으로 설정됐는데, 슈터는 스파이더맨은 앞으로 계속 검은 복장을 입게 될 것이다 라고 공언해 화제가 됐다. 그의 공언대

 

로 한동안 만화에서는 스파이더맨이 계속 검은 복장을 입게 되는데, 시간이 갈수록 이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독자가 늘어나

 

게 된다. 결국 1988년에 이르러 마블은 스파이더맨의 복장을 예전의 복장으로 환원시키기로 결정했는데, 문제는 갑작스런 복

 

장의 변화를 어떻게 설명하는가였다. 바로 그때, 당시 시리즈의 작가였던 데이비드 미셀리니가 기막힌 반전을 생각해냈다. 파

 

커의 검은 의상은 사실 인간을 숙주로 삼는 외계 생명체 라는 것이다. 이 컨셉을 바탕으로 미셀리니는 당시 마블 사가 새로 고

 

용한 만화가 토드 맥팔레인과 함께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서 1988년 4월에 간행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300호에 게재했다. 스

 

파이더맨에게 버림받은 검은 외계생명체 심비오트는 이후 에디 브록이라는 숙주를 만난다. 에디 브록과 심비오트 사이에는

 

스파이더맨을 죽도록 증오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둘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결합해서 탄생한 것이 베놈이다. 이 작품의 발

 

표 후, 베놈은 그린 고블린과 닥터 옥토퍼스 이후 최고의 인기악당이 되었고, 토드 맥팔레인의 주가 역시 하늘을 찌르게 된

 

다. 베놈의 인기가 예상 외로 오래 지속되자, 마블은 몇몇 만화에서 아예 베놈을 주연급으로도 등장시켰다. 당초 악당으로 구

 

상된 베놈이 본의아니게 선인에 가까운 주인공으로 둔갑하자, 미셀리니는 심비오트와 결합한 새로운 악당 카니지를 등장시

 

켜 베놈 및 스파이더맨과 맞서게 하기도 했다.

 

 

토드 맥팔레인이라는 걸출한 만화가를 배출한 이 시기는 바로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중흥기였다. 그러나 이후 시리즈는 혼란

 

기로 접어든다. 시리즈 내용이 최초의 컨셉과 너무 동떨어졌다고 판단-이 시기의 피터 파커는 엠제이와 결혼 후 자식까지 낳

 

기 직전이었다-한 마블은 시리즈의 개혁을 단행했는데, 그 개혁 내용은 모든 독자들을 경악케 했다. 바로 1975년 스파이더맨

 

149호 이후 전개된 모든 이야기의 스파이더맨은 사실 진짜가 아닌 클론이었다는 것이다. 이 설정에 따라, 마블은 기존의 피터

 

파커와 메리 제인을 퇴장시키고 새로운 스파이더맨의 이야기를 전개했다. 그러나 독자들은 자신들이 20년이 넘도록 봐온 캐

 

릭터가 가짜라는 사실에 크게 분노했고, 당황한 마블은 알고보니 클론으로 여겨졌던 예전 스파이더맨이 진짜였더라! 하고 설

 

정을 급히 바꿨다. 이 모든 혼란을 야기한 주범이 죽은 줄 알았던 그린 고블린이라는 구차한 추가설정까지 도입하면서 말이

 

다. 이 웃지 못할 해프닝 이후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내용은 더욱 복잡해져갔다. 클론 사가로 대표되는 혼란기를 경험하며 독

 

자들은 자연히 예전 스파이더맨 이야기의 정제된 내용을 그리워하게 된다. 스파이더맨 영화 버젼이 수면 위로 급부상한 것은

 

바로 이 시점이었다.

 

 

 

(다음은 영화화 부분입니다...이 부분도 꽤 재밌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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