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불타는 스파이더맨의 연대기 2 - 영화화 과정

NEOKIDS 작성일 07.05.05 01:4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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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필름2.0

             333호 특집1 기사 불타는 스파이더맨의 연대기, 영화칼럼니스트 김정대

 

 

 

------영화화과정

 

 

 

 

스크린으로의 험난한 여정

 


1960년대 이후 최고의 인기를 누린 마블의 슈퍼히어로들은 이상하게도 만화책만 벗어나면 전혀 맥을 못췄다. 수퍼맨, 배트맨

 

등 DC코믹스의 슈퍼히어로들이 수십 년간 브라운관과 라디오, 은막을 고루 지배했던 현상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오죽했

 

으면 리가 -무슨 저주에라도 걸린 것 같다- 고 푸념했겠는가. 판타스틱4로 마블의 전성시대가 열린 이후, TV나 영화 등 다른

 

매체에서 성공한 마블의 슈퍼히어로는 헐크(CBS의 TV시리즈)가 유일했다. 스파이더맨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60년대 이

 

후 스파이더맨은 애니메이션, TV드라마로도 종종 제작됐으나 랄프 박시의 TV용 애니메이션 작품이나 1994-1998년 제작된 애

 

니메이션을 제외하고는 만족스러운 작품이 거의 없었다. 기대를 모았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TV시리즈(1977년 작. 옮긴이

 

주: 이 작품이 바로 본인이 기억하는 MBC에서 방영된 스파이더맨 드라마 시리즈임......)의 경우는 리가 "방영을 중단해달라

 

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 형편없는 각본으로라도 시리즈를 계속 만들라고 해야 할 지 몰라서 고민스러웠다"라고 털어놓았을

 

정도로 완성도가 형편없었다.

 

 

헌데, 애니메이션이나 TV시리즈는 그렇다 치더라도 최고의 인기 만화인 스파이더맨이 장편영화로 오랫동안 만들어지지 못

 

한 이유는 뭘까? 1970년대 초 마블로부터 판권을 구입해 영화화 하려고 했던 스티브 램버그의 고백을 들어보자. "어느 스튜디

 

오도 영화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일단 스파이더맨의 갖은 공중곡예를 영상화할 기술력 자체가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고,

 

설사 기술력이 있다고 해도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퍼맨 더 무비 (1978)의 대히트로 슈퍼히어로물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을 때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수퍼맨이 하늘을 나는 신보다 스파이더맨이 빌딩 사이로 곡예를

 

부리는 신이 훨씬 찍기 어렵다는 것은 누가 봐도 명백했기 때문이다. 제2의 월트디즈니를 꿈꾸던 리에게 자신의 최고 걸작이

 

영화로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만큼 속상한 일은 없었다. 메이저 스튜디오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자, 마블은 소형 영

 

화사에 스파이더맨의 판권을 팔 것을 고려하게 된다. 1982년에는 B급 영화의 대부 로저 코먼이 판권을 사서 영화판 스파이더

 

맨을 만들려고 했으나 그는 리가 쓴 트리트먼트(영화의 줄거리, 주요장면 등을 압축해서 적은 글)을 본 뒤 혼비백산해 제작을

 

포기했다. 코먼이 책정한 예산으로는 리가 구상한 클라이맥스 신(UN빌딩을 배경으로 한 스파이더맨과 닥터 옥토퍼스의 대결

 

씬)을 도저히 찍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1985년에는 중소 영화사 캐논의 대표 메나헴 골란(옮긴이 주: 이 사람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니 영화제작 참여만 12페이지가 나

 

옴....ㅋ 척노리스의 델타포스 시리즈, 코난 더 바바리안, 슈퍼맨 4도 이사람 제작 작품. 태생이 이스라엘....-_-;;)이 스파이더

 

맨의 영화화 판권을 사들였다. 향후 펼쳐질 불행한 사태들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비롯됐다. 리의 원작만화에 대한 이해도가 절

 

대적으로 부족했던 골란은 오로지 싸게 제작해서 한몫 잡아보자는 생각으로 스파이더맨의 판권을 구입했는데, 최초에 그는

 

역시 리의 원작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각본가 레슬리 스티븐슨에게 스파이더맨의 각본작업을 맡겼다. 황당하게도 그의 각본

 

에서는 피터 파커가 거미에게 물린 뒤 다리가 여덟 개인 진짜 거미인간(!)으로 변신하는 것으로 묘사되었다. 리는 물론 노발대

 

발하며 이 각본에 퇴짜를 놨고, 다음으로 고용된 각본가는 테드 뉴섬과 존 브랑카토였다. 두 사람은 영화의 악당을 닥터 옥토

 

퍼스로 정한 뒤, 스파이더맨과 닥터 옥토퍼스의 기원을 한데 묶는다는(닥터 옥토퍼스의 실험으로 방사능에 노출된 거미가 파

 

커를 문다는 설정) 과감한 시도를 했는데, 각본 작업을 하면서 그들은 스파이더맨의 각색이 다른 슈퍼히어로물보다 몇 배로

 

까다롭다는 것을 깨달았다. 플롯만으로 봤을 때 스파이더맨 만화시리즈는 사실 비극에 가깝다. 이것은 "피터 파커는 늘 불행

 

해야 한다. 만일 전편에서 그가 행복했다면 다음 편에서는 꼭 그를 불행하게 만들라"는 리의 집필 모토가 40년이 넘도록 후배

 

작가들에게 계승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화의 분위기는 이상할 정도로 발랄하며 유머가 넘친다. 이런 묘

 

한 현상은 리가 말풍선을 효과적으로 활용(스파이더맨은 상황에 관계없이 항상 재치 넘치는 독백을 하고 있다)했다는 데서 주

 

로 기인하는 것인데, 문제는 영화에서는 이런 방법을 쓸 수 없다는 것이었다. 비극적 플롯과 희극적 분위기를 어떻게 조화시

 

키는 가는 이후 스파이더맨의 각본을 맡은 모든 이들의 숙제가 됐다.

 

 

초창기에 골란은 스파이더맨의 감독을 토브 후퍼(옮긴이 주: 텍사스전기톱살인사건 1974년작의 바로 그 감독!)에게 맡기려 했

 

다. 그러나 캐논영화사 최대 히트작이었던 대특명(1984)의 감독 조셉 지토가 스파이더맨을 연출하고 싶다고 밝히자, 골란은

 

즉각 후퍼에게서 메가폰을 빼앗아 그에게 던져주었다. 헌데 문제는 각본가 뉴섬-브랑카토 콤비와 지토와의 호흡이 전혀 맞지

 

않았다는 점이다. 각본가들은 지토가 스파이더맨과 같은 복잡한 작품을 맡을 정도의 창의력과 연출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

 

국 지토는 과거 13일의 금요일4 에서 자신과 작업한 적이 있는 바니 코헨에게 각본을 맡겼다. 코헨은 뉴섬-브랑카토 콤비가

 

구상한 플롯에 몇 가지 요소를 첨가하는 형식으로 각본을 완성시켰다. 예컨대 닥터 옥토퍼스에게는 새로운 조수가 하나 생겼

 

는데, 파커의 삼촌을 살해하는 것은 바로 이 조수였다는 식이다.

 

 

내용상 원작 만화에서 다소 벗어난 점이 흠이긴 하지만, 코헨과 지토는 적어도 만화의 정수는 이 각본이 훌륭하게 포착했다

 

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토가 이탈리아에서 영화를 찍을 준비를 할 때, 황당한 일이 생겼다. 캐논영화사는 당시 무분별한 투자

 

로 인해 극심한 재정난에 처한 상태였는데, 이 때문에 영화의 제작비를 당초 계획했던 1500만불에서 1000만불로 삭감해버린

 

것이었다. 애당초 캐논은 스파이더맨을 저예산 영화로 기획한 바 있지만, 제작 규모가 이 정도로 쪼그라들자 지토는 "그 돈으

 

로는 도저히 스파이더맨을 만들수 없습니다. 차라리 안 만드는 게 낫습니다!"라면서 메가폰을 놔버렸다. 스톱모션 애니메이

 

션 기법과 싸구려 합성 기법 등 온갖 값싼 특수효과 기법으로 만들어질 계획이었던 캐논의 스파이더맨은 (다행스럽게도) 빛

 

을 보지 못하게 됐다.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캐논영화사는 결국 파테커뮤니케이션에 인수됐고, 골란은 판권만료시점(1990년 4월)이 도래하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 스파이더맨을 영화화해야겠다는 일념으로 프로젝트를 다시 부활시켰다. 하지만 제작규모는 지난번보다 오히

 

려 더 축소됐다. 어이없게도 골란은 5백만 불의 제작비로 스파이더맨을 만들려고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새로 고용된 각본가

 

돈 마이클 폴은 특수효과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 닥터 옥토퍼스 대신 나이트굴이라는 뱀파이어 악당을 만들어 등장시키는 꼼

 

수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골란은 폴의 각본 역시 제작비가 많이 들어갈 것이라 판단하고는 저예산 영화 전문 각본가인 에단

 

와일리를 고용해 초저예산 영화버젼 스파이더맨의 각본을 새로 쓰도록 했다. 와일리는 각본에서 돈이 들어가는 요소는 모조

 

리 빼버렸으며, 심지어 파커도 영화의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스파이더맨이 되는 것으로 설정했다. 물론 영화가 이런 식으로 제

 

작되면 영화팬들의 살인적인 비난이 쏟아질 것은 너무나 뻔했지만, 골란은 이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로

 

지 인기 캐릭터의 이름값을 이용해 조금이라도 돈을 벌어보자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도 골란

 

은 제작비를 충당할 수 없어 영화를 만들지 못했다. 1989년에 골란은 21세기픽쳐스라는 회사를 설립한 뒤 마블 측에 판권만료

 

기간을 연장해 줄 것을 요청하고 다시 스파이더맨의 제작에 도전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람보2, 토탈리콜 등을 제작했던 거

 

대 독립영화사인 캐롤코픽쳐스가 골란의 프로젝트에 관심을 나타냈다. 골란은 즉각 캐롤코와 판권계약을 체결했는데, 캐롤코

 

가 당시 스파이더맨의 감독으로 내정한 이는 다름아닌 제임스 카메론이었다. 스파이더맨은 이 순간부터 초대형 영화로 돌변

 

했다.

 

 

원작만화의 열혈 팬이었던 카메론은 80페이지에 이르는 스파이더맨의 트리트먼트를 작성했는데, 여기서는 스트랜드(만화의

 

악당인 일렉트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캐릭터)와 샌드맨 등 두 명의 악당이 등장해 스파이더맨과 맞선다. 분위기가 원작

 

만화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 파커가 방사능 거미가 아닌 유전자 돌연변이 거미에게 물린다는 것, 그리고 만화와는 달리 스

 

파이더맨의 거미줄이 체내에서 직접 생산된다는 것 등이 이 트리트먼트의 특징이었다. 약간의 컨셉상 변화가 있긴 했지만 파

 

커의 고독감과 소외감, 성장기 소년의 심리상태에 대한 탁월한 묘사 등 원작만화의 지배적 정서는 이 트리트먼트에 훌륭하게

 

담겨 있었다. (옮긴이 생각: 왠지 이 구상이 다크엔젤로 연결된 것 같은 느낌이.....) 리는 카메론이 스파이더맨의 감독을 맡았

 

다는 사실을 크게 기뻐했고(그는 카메론 영화의 팬이었다) 트리트먼트를 본 후에는 "지구상에서 스파이더맨을 가장 완벽하

 

게 영화화 할 수 있는 사람은 카메론이다!"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특히 터미네이터2를 본 뒤에 그의 확신은 굳어졌다. (T-1000

 

은 샌드맨에게서 영향받았음) 하지만 그의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카메론은 무능한 제작자 골란을 스파이더맨 크레딧에 올리는 것을 거부했는데(역시~나이스 카메론~), 이후 모든 일이 꼬이

 

기 시작한 것이다. 카메론의 결정에 발끈한 골란은 캐롤코를 고소했는데,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스파이더맨 전쟁의 서막이었

 

다. 캐롤코는 이후 비아콤과 소니의 TV-비디오 판권이 무효라면서 (골란은 자금난을 겪을 때 두 회사에 TV와 비디오 판권을

 

각각 판 바 있다) 두 회사를 고소했고, 두 회사는 이에 반발하며 캐롤코, 21세기픽쳐스, 마블을 모두 고소했다. 이 어지러운 상

 

황에서 파테커뮤니케이션에 속하던 MGM 역시 자신들이 캐논영화사의 스파이더맨 판권을 물려받았다면서 법정 공방 중이

 

던 회사들을 모조리 고소했다.

 

 

소송이 거미줄처럼 얽히던 와중에 캐롤코와 21세기픽쳐스, 마블이 모두 파산신청을 하면서 상황은 더욱 우습게 됐다.

 

마블을 공중분해될 위기에서 가까스로 구해낸 CEO 아비 아라드는 이 난감한 사태를 수습하려고 분주히 뛰어다녔으며, 결국

 

1999년에 가서야 MGM의 판권은 이미 만료됐다는 LA대법원의 판결을 이끌어내 몇 년간 질질 끌던 복잡한 소송들을 매듭지었

 

다. 마블은 곧 소니와 스파이더맨의 판권계약을 체결했고, 비로소 스파이더맨은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게 됐다. 다른 메이저

 

스튜디오와 맞설 수 있는 대박 프랜차이즈 시리즈 아이템을 애타게 찾던 소니에게 이보다 더한 희소식은 있을 수 없었다. 계

 

약이 체결된 직후, 소니의 회장 존 캘리는 "오늘은 스튜디오 역사상 가장 경사스러운 날이다!"라고 소감을 밝혔고, 스탠 리 역

 

시 "그간 스파이더맨의 영화버젼을 너무나 보고 싶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라고 외쳤다. 하지만 동시에 비보도 전

 

해졌다. 수년에 걸친 법정싸움에 지친 카메론이 "나는 이제 더이상 스파이더맨을 연출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 소니는

 

블록버스터물의 대가가 빠진 자리를 메우기 위해 론 하워드, 팀 버튼, 크리스 콜롬버스, 데이비드 핀쳐 등 많은 감독들을 놓

 

고 고민을 거듭했고, 결국 샘 레이미에게 스파이더맨의 메가폰을 맡기기로 최종 결정했다.

 


거미인간, 할리우드를 평정하다

 


스파이더맨의 각본을 맡게 된 데이비드 코엡은 원작만화에 가장 가깝게 각색된 카메론의 트리트먼트를 바탕으로 각본작업을

 

진행했다. 코엡의 각본 초고는 카메론의 것과 내용상 매우 유사했는데, 다른 것이라면 스트랜드가 일렉트로로 바뀐 것 정도였

 

다. 이듬해에 작성한 수정본에서 코엡은 내용을 상당부분 바꿨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렉트로와 샌드맨 대신 그린 고블

 

린과 닥터 옥토퍼스를 악당으로 설정한 것이었다. 이 각본에 스튜디오는 우려를 표시했다. 두 명 이상의 악당을 한 영화에 등

 

장시킨다는 것은 잘나가던 워너의 배트맨 시리즈를 좌초시킨 원인으로 지목되었기 때문이다. 예컨데, 배트맨2를 비판한 이들

 

은 한 목소리로 악당이 두 명이나 출연하는 바람에 플롯의 초점이 분산됐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역시 두 명의 악당이 등장

 

한 배트맨 포에버도 같은 맥락의 비판을 받았으며, 무려 세 명의 악당이 등장한 배트맨과 로빈은 시리즈 중 최악이라는 평가

 

를 받았다. 게다가 닥터 옥토퍼스와 같은 슈퍼스타 악당이 그린 고블린과 함께 출연할 경우 극중 비중이 현저히 줄어들 수 있

 

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결국 제작진은 근 15년동안 각본에서 존재해온 악당 닥터 옥토퍼스를 과감히 포기하고 그린

 

고블린을 스파이더맨의 유일한 악당으로 설정하게 된다.

 

 

스파이더맨 각본의 최종 수정본은 카메론의 트리트먼트와는 매우 다른 내용이 됐지만 두 가지 설정은 끝까지 살아남게 된다.

 

첫째는 파커를 무는 거미가 원작 만화와는 달리 유전자 돌연변이 거미라는 것이며, 둘째는 스파이더맨이 체내에서 생성된 거

 

미줄을 발사한다는 것이다. 특히 두 번째 설정을 놓고 일부 팬들은 원작을 무시했다며 크게 반발했는데, 레이미는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카메론의 판단은 옳았다. 만일 만화 내용대로 파커가 거미줄 발사기를 발명하는 것으로 설정한다면 그가

 

보통인간이라는 설정이 의미가 없어진다. 그런 황당한 기계를 발명할 정도의 인물이면 불세출의 천재가 분명한데, 그렇다면

 

그는 발명품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가 가난하게 산다는 것은 애당초 말이 안 되며, 천재라는 이

 

유 때문에 관객들은 그에게서 괴리감마저 느낄 것이다. 또, 파커가 벽을 기어다니는 능력이나 초감각 등 다른 거미의 능력은

 

모두 전수받았으면서 유독 거미줄 만드는 능력만 보유하지 못했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레이미의 이 발언은 그가 스파이더

 

맨을 만들며 리얼리티를 얼마나 중시했는지에 대한 방증이 된다. 그는 무엇보다 이 영화가 크립톤에서 온 슈퍼영웅이 아닌 우

 

연히 스파이더복권에 당첨된 보통인간의 이야기이며, 액션물을 가장한 성장이야기라는데 연출의 초점을 맞췄다.

 

 

싸구려 B급영화로 만들어졌다가 사장될 뻔한 스파이더맨은 실로 기막힌 시기에 빛을 보게 됐다. 이 영화가 제작될 무렵에는

 

엑스맨의 성공으로 한동안 주춤했던 슈퍼히어로물 인기가 부활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엑스맨은 역시 스탠 리의 원작을 바탕

 

으로 한 영화답게 슈퍼히어로의 인간적 측면의 묘사가 매우 돋보인 작품이었는데, 이런 설정에 익숙해진 관객들은 스파이더

 

맨의 설정을 더욱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작품이 디지털 특수효과 시대에 제작

 

되었다는 사실이다. 덕분에 이 영화에서는 10년전만 해도 꿈꿀수 없었던 특수효과 씬의 구현이 가능해졌다. 이런 천혜의 제작

 

배경에도 불구하고 레이미는 영화를 찍는 내내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는 그의 첫 번째 대형 블록버스터 작품인데다가

 

(어라? 이블데드3 지옥의 군대들이 아니라?), 제작초기부터 캐스팅 및 영화의 설정 등을 놓고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는 특수효과로 범벅이 된 이 영화에서 어떻게 연출감각을 유지할 지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그

 

런 그에게 위안거리가 되었던 건 자신이 바로 리의 열렬한 팬이며, 스파이더맨의 세계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안다는 점이었

 

다. (레이미는 80년대에 리의 다른 걸작인 마이티 토르의 영화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미 리와 인연을 맺은 바 있다. 마이

 

티 토르가 무산되자 대신 다크맨을 연출하게 된다.) 레이미는 팬들의 야유가 쏟아질 때마다 스스로에게 "팬들을 기쁘게 해주

 

는 유일한 길은 그들의 다양한 요구를 억지로 수용하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누구 못지않은 스파이더맨 팬인 나의 내면의 목소

 

리를 따르는 것이다"라고 되뇌었다. 그의 접근법은 옳았다.

 

 

2002년 5월, 북미에서 개봉한 스파이더맨은 역대 개봉일 흥행수입 신기록을 작성하며 (개봉 3일만에 수익 1억불을 돌파한 영

 

화는 스파이더맨이 처음) 박스오피스를 초토화시켰다. 마블의 대표 아비 아라드는 1996년 마블이 재정적 위기에 처했을 때 채

 

권자들에게 "스파이더맨 하나만 해도 10억불의 잠재적 상업성이 있소! 우리에게 기회를 주시오!"라고 설득한 바 있는데, 이 말

 

은 결국 사실로 입증됐다. 이런 상업적 성공보다 매니아들을 더 기쁘게 한 것은 오랫동안 음지에서 활동해 온 레이미 감독의

 

연출력이 비로소 대다수의 대중에게 인정받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스파이더맨은 평단으로부터도 대단한 갈채를 이끌어냈으

 

며, 만화의 팬들 역시 레이미가 원작만화의 주제의식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면서 손가락을 치켜들었다.(옮긴

 

이 생각: 왜 히딩크가 생각날까 ㅋ)

 

 

스파이더맨의 대성공 이후 마블 슈퍼히어로물의 행보는 그야말로 거칠 것이 없었다. 스파이더맨 이후 마블 캐릭터를 내세운

 

영화들이 벌어들인 흥행수입은 40억불이 넘는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스파이더맨 이후 제작된 슈퍼히어로물의 전반적 퀄리티

 

가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향상됐다는 사실이다. 레이미는 스파이더맨2에서 1편을 뛰어넘는 호평을 이끌어내며

 

이런 고품질 슈퍼히어로물 시대를 연 일등공신이 됐다. 스파이더맨2에는 닥터 옥토퍼스가 비로소 등장하게 되는데, 존 다익스

 

트라(옮긴이 주: 무려 스타워즈 에피소드 4때부터 일해왔던 특수효과의 대가)가 이끄는 소니의 특수효과 스탭들이 만든 닥터

 

옥토퍼스의 기막힌 액션 씬들은 스타워즈와 터미네이터2 이래 최고의 시각효과 혁명이라는 격찬을 받았다. (옮긴이 생각: 매

 

트릭스는 왜 빼먹구....그건 있는 것들 재활용해서 그런가....) 레이미는 이미 1편을 통해 기본적인 설정의 소재를 마쳤기 때문

 

에 2편에서는 비교적 수월하게 고독한 영웅에 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었는데, 영화는 마치 스탠 리가 1967년 스

 

파이더맨 50호에서 소개한 spiderman-no more의 세익스피어 버젼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완성도를 자랑했

 

다.

 

 

두 편의 스파이더맨을 통해 대자본과 특수효과의 압박 속에서 재능을 펼치는 법을 완전히 터득한 레이미는 스파이더맨3에서

 

과거 스튜디오가 금기시했던 것들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무려 3명의 악당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그것인데, 특히 현

 

대 코믹스가 낳은 최고의 캐릭터 중 하나인 베놈이 출연한다는 사실은 열혈 팬들의 아드레날린 게이지를 최대치로 올려놓기

 

에 충분했다. 그 외에 새로 등장한 캐릭터 중 특히 흥미로운 인물은 그웬 스테이시다. 그녀는 비운의 죽음 등의 설정으로 한

 

번도 영화 등장인물로 고려된 적이 없었다. 레이미의 스파이더맨보다 훨씬 심각한 영화를 꿈꿨던 카메론조차 스테이시는 처

 

음부터 등장인물에서 제외시킨 바 있다. 흥미롭게도 한때 감독후보였던 데이비드 핀쳐는 이와는 반대로 그웬 스테이시 일화

 

에 가장 관심이 많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물론 스테이시가 스파이더맨3에서 맡은 역할은 만화와는 다르지만, 그녀가 출연한다

 

는 사실은 레이미가 만화의 오랜 모토인 '피터 파커가 행복하게 된다면 다음편에서 그를 불행하게 하라'를 이번 작품에서 실

 

천에 옮겼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렇다. 스파이더맨3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2편보다 무겁고 암울한 영화이다. 바로 그렇기

 

에 이 영화는 팬들이 절대 놓칠 수 없는 작품이 돼 버렸다. 인기 만화작가 브라이언 마이클 밴디스는 일찌기 이렇게 말했

 

다. "수퍼맨은 당신이 되기를 희망하는 영웅이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은 고뇌하는 당신 그 자체다." 스파이더맨3는 밴디스의

 

이런 해석에 가장 부합하는 작품으로 태어났다.

 

 

 

 

 

 

(어유,,,,,수작업 정말 힘드네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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