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트랜스포머

소마토마 작성일 07.07.15 05:5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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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그렇듯이, 이번 여름 극장가에는 주목받은 작품들이 여럿 있다.  전작의 인기를 이으려는스파

이더맨3, 슈렉3등에서, 오래된 고전의 새생명을 불어넣는 새 다이하드영화, 곧 방영되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새 작품까지, 한껏 달궈진 할리우드 극장가는 그 열기가 식을줄 모른다.

 

이중에서 트랜스포머는 단연 주목을 제일 많이 받은 작품들중 하나이다.  이 영화는 1980년대 방영

된 동명의 미국 카툰시리즈를 실사화한 영화로서, 86년대에 극장판으로 만들어진후 21년만의 신작

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사실 하즈브로(Hasbro)사가 제작및 판권을 수입해서

판매한 일본 변신로봇 장난감 시리즈에 그 바탕을 둔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영화에선 아직 나

오지 않았지만, '스타스크림(Starscream)'의 오토봇 라이벌로 나오는 '제트파이어(Jetfire)'는 바로 마

크로스의 발키리 로봇과 동일하다.  단순히 생긴것이 비슷하다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변신로봇 장

난감이 두 시리즈에 출연된 것이다(Hasbro는 미국에서의 판권을 구입한 것이므로, 일본내에서는 그

들의 권리가 효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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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한국포스터(출:네이버)

 

당시 G.I.Joe등의 시리즈로 재미를 본 하즈브로는 트랜스포머의 특징을 홍보하기 위해 동일명의 코

믹북과 TV시리즈를 제작해서 방영했다.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로봇의 변신이라는 개념은 소년들

의 가슴에 불을 질렀고, 홍보겸 제작되었던 코믹북과 TV시리즈가 오히려 본방인 장난감보다 더 인

기를 끌어버리고, 지금까지도 하즈브로의 시리즈매출을 견인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마침내 86년에는 트랜스포머 극장판이 제작, 상영되었다.  한국에서는 한국인이 감독한 것으로 주

목을 받았지만, 정작 미국에서는 '시민 케인'등으로 유명한 올슨 웰즈와 스타트랙의 '스폭'박사(한국

에서는 덜 유명하지만, 미국에서의 '스폭'은 스타워즈의 '요다'에 비견될 정도로 인기있는 캐릭터이

다)역으로 잘알려진 레오날드 니모이의 참여로 눈길을 끌었다.  웰즈는 행성을 집어삼키는 거대위

성 '유니크론(Unicrom)'역을 맡았고, 니모이는 바로 '메가트론(Megatron)'의 개조형

갈바트론(Galvatron)의 목소리를 제공했다(안타깝게도 웰즈는 더빙작업이 끝난지 5일후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트랜스포머는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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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년 트랜스포머 영화(출:위키피디아)

 

사실 이 영화는 극장에서는 그다지 큰 히트를 치지 못했다.  이 작품에 열광했던 소년들은 극장에

혼자 출입할 수는 없었고(미국에서는 보호자 없는 어린이들의 극장 입장을 제한한다), 자신들의 지

갑에 거대한 지출을 추구하는 트랜스포머 시리즈(원래 시리즈인 Transformers:Generation 1은 오토

봇만 수집해도 300개가 넘는다고 한다)는 부모님들에게는 못마땅한 존재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

나 후에 VHS와 DVD로 출판된 영화는 큰 인기를 끌었고, 지금도 미국 청소년들이 꼭 몇번씩 보는

명작으로 취급된다.  특히 이제 20~30살이 넘은 청년들이 지금도 영화에서의 '옵티머스

프라임(Optimus Prime)'의 운명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온다고 한다나...?

 

어쨌든 트랜스포머는 80년대 청소년들의 한때를 풍미했던 작품이고, 당시의 소년들이 이제 그때의

향수를 그리는 청장년으로 성장한 지금 이 작품이 실사화되었다는 것은 어찌보면 필연이다.  한국

에서도 최근 김모(!)감독의 작품 로보트 태모(!)V가 다시 극장에서 상영되어 꽤 관중을 모았지 않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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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제네레이션1의 모든 캐릭터들(출:위키피디아)

 

사실 하즈브로에서 실사화를 처음 추진했던 작품은 바로 G.I.Joe였다.  하지만 지금의 하즈브로의

시발점이 되었던 이 시리즈의 실사화는 이라크전쟁이 벌어지면서 반전분위기가 일어나자 계획이

중지되었고, 하즈브로는 트랜스포머를 대신 선택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초기에 하즈브로의 트랜스포머 영화는 다수의 할리우드 영화사의 외면을 받았다

고 한다.  지금 대형영화사들을 주름잡는 사장들은 대부분 50대를 훌쩍 넘긴 노년층이고, 수퍼맨이

나 배트맨을 읽으며 자란 이들에게는 트랜스포머는 단순한 장난감 홍보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매장될뻔한 이 작품을 살린 것은 다름아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었다.  본인도

이 시리즈의 팬이었던 스필버그는 제작총지휘자의 자리를 꿰차앉고,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갔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이 작품의 감독으로 선택된 마이클 베이 본인은 원래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관

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트랜스포머 원작을 본적도 없고 그에 관련된 지식도 전무했던 그는, 처음에

는 이 작품을 "그냥 단순한 장난감 영화"로만 취급했다.  그러나 스필버그의 설득과 하즈브로를 방

문하며 시리즈를 이해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결국 영화감독직을 맡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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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프라임(출: forevergeek.com)

 

트랜스포머의 팬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원작과 영화의 차이점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처음 쓰여

진 초본 시나리오에서는 트랜스포머들이 '아크(방주, Ark)'라는 우주선을 타고 지구에 불시착했다고

쓰여져 있었다(86년 영화의 시초점인 원작 TV시리즈도 이렇게 시작된다).  그러나 베이가 참여한 후

영화는 원작의 반영보다, 좀더 현실적인 부분에 맞추기 위해서 재구성된다.  원작에서는 로봇모드

에선 전부 같은 사이즈로 변신하는 것과는 달리, 영화에서는 변신물에 따라 제한된 사이즈로 각각

다르게 만들어졌고, 초본이 너무 "애들같다"고 느낀 베이는 영화속의 군대 이야기를 더 확장시키기

도 했다.

 

원작팬들(최소한 미국내의 팬들)에게는 다행히도, 스필버그는 전체적인 부분에서 적당한 수정을 가

했다.  스필버그에게 도달하기 전의 초본에서는 트랜스포머들에게는 대사가 없었다.  그러나 스필

버그가 새로 고용한 시나리오 작가들은 말하지 않는 트랜스포머는 팬들을 배신하는 거라 생각하고

대사를 추가했다.  그 대사들을 연기할 배우들로 마이클 베이는 처음엔 브랫피트등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을 섭외하려고 했지만, 스필버그는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80년대 TV카툰과 86년 영화

에서 배역을 맡았던 성우들을 대신 초빙했다.  다만, 아쉽게도 원 메가트론의 성우였던 프랭크 웰커

는 참가하지 못했다.  마이클베이는 그의 성우연기가 자신이 추구하는 사악한 메가트론의 분위기에

맞지 않다고 대신 휴고위빙(매트릭스의 "스미스"역)을 고용했던 것이다.  대신 웰커는 영화와 시기에

맞게 판매되는 게임에서 프라임의 성우인 피터 쿨런과 다시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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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게임  거의 모든 플랫폼으로 출시(출:compactiongames.about.com)

 

이렇게 원작을 바꾸는 마이클베이의 행동은 특히 미국에서 많은 팬들의 원성을 샀고, 이로 인해 살

해위협까지 받았다고 한다.  사실 원작의 분위기는 영화와 다소 다르다.  원작TV시리즈에서는 트랜

스포머들의 전쟁은 대체로 자신들만의 것으로 끝나고, 샘등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구인들은 트

랜스포머들의 존재를 모른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꽤 큰 도시에서 대대적으로 공개적인 전투를 한

다.  원작의 옵티머스 프라임은 인간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일부러 자신들에게 불리하기까

지한 곳으로 전장을 옮긴다.  그러나 영화에서의 프라임은 똑같은 말을 하면서도, 결국 마지막 전투

는 주민들이 가득찬 대도시에서 화려하게 펼친다.  또 원래 캡오버트럭이었던 프라임의 변신도, 크

기가 작다고 일부러 피터빌트형의 트럭으로 교환되었다.  원작의 '범블비(Bumble Bee)'는 폭스바겐

비틀인데, 여기서도 역시 베이가 '허비(Herbie the Love Bug, 한국에서는 린지로한이 출연한 허비,

첫시동을 걸다로 개봉되었다)'와 헛갈리기 싫다고 체볼레 카메로로 바꾼 것이다.  참고로, 영화에서

나오는 차량들이 GM사의 디자인들인 이유는, 제작비를 아까기 위해 GM사와 영화에 사용되는 차량

을 제공받는 전속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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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블비의 디자인을 바꾼 원인이 된 허비! 닮지도 않았구만!(출:네이버)


 

그렇다고 다 원작과 다르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 원작에서 메가트론은 옵티머스 프라임보다 강하

다.  그러나 어려운 처지에서도 절대 굴복하지 않는 프라임과 달리, 메가트론은 상황이 순간적으로

불리해지기만 해도 후퇴하는 습성때문에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부분은 원

작 시리즈와 접촉이 적은 해외팬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원작과 익숙한 본지의 팬들은 다 숙지

하고 있는 사실이다.  디자인이 대다수 바뀐 범블비나 프라임도 각자의 고유적인 몸통색깔(범블비

는 노랑색, 프라임은 빨강과 파랑)을 유지했고, '아이언하이드(Ironhide)'의 무기전문가로서의 위치나

'라쳇(Ratchet)'의 의사로서의 능력도 그대로이다(영화에서 라쳇이 수술하는 장면은 상영시간상의

문제로 삭제되었지만).

 

하여튼, 원작과 비교하든, 하나의 독립된 영화로 보든, 사실 트랜스포머는 좀 어정쩡한 영화이다. 

원작의 분위기나 내용을 완전히 살리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그냥 새로운 영화라 치기에는 스토리가

딸린다.  원작을 살리려는 시나리오 작가들과 새작품으로 만들려는 감독과의 알력싸움이라도 있었

던 걸가, 어느 하나에도 치우치지 못하고 중간에 서성이는 작품으로 완성되어 버린 것은, 원작의 팬

이었던 필자로서는 좀 안타까운 면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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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에 왜 인간들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지...(출:canmag.com)

어찌보면 원작에 무지하던 마이클베이를 감독으로 택한 것은 선택미스였을지도 모른다.  영화가 완

성된 지금도 아직 트랜스포머에 관해서 그냥 "robot"로 지칭할 정도로 본 시리즈에 애착이 없는 베

이가 80년대의 원작을 살릴수 있다고는 기대가 가지 않는다.  베이의 영화에 공통되게 나오는 "절대

선, 절대악"의 주제도 사실 본 트랜스포머작품과는 동떨어져 있고, 그가 자주 써먹는 "America is

the best!(미국이 최고야!)"의 분위기는 미국내에서도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영화에서 미국이 주인

공으로 나오는 것까지야 미국회사에서 제작한 것이니까(사실 할리우드 영화에서 한국인이 정의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겠는가?) 그렇다 쳐도, 베이의 그것은 조금 도가 지나치다.

 

그러나, 그의 액션물 제작에 대한 센스는 대단한 것이다.  영화에서 변신하는 트랜스포머들, 그들의

거대한 몸집들이 맞부딫히는 결투같은 부분들은 스토리의 취약점이나, 원작에 맞지않는 부분들의

존재를 잊게 만든다.  솔직히 이런 오락류의 영화에서 스토리 진행을 위한 부분은 거추장스럽다. 

영화를 관람하면서 필자가 인간들이 나오는 부분에서 자주 우물거린 말은, "트랜스포머들 나오게

얼렁 들어가!"였으니까.

 

게다가, 사실 트랜스포머는 원래 영화로서의 내용을 보기위해 가는 것이 아니다.  유전공학의 위험

성을 배경으로 한 '쥬라식파크'를 같은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의 리스트'같은 휴먼드라마로 기대

하고 보지않듯이, 최소한 이번의 트랜스포머 영화는 그런 의미로 보는 영화가 아닌 것이다.  위에

언급한 김모(!)감독의 로보트 태모(!)V의 재상영때 사람들이 모인 이유가 현대적 CG그래픽이 아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아무리 표절의혹이 있다고 해도, 어린 시절 소년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아

한때를 풍미했던 것은 바로 그작품이었고, 이제는 기억속에 깊이 묻혀버린 그때의 감동과 흥분을

다시 되살리기 위해 관중들은 20년이 넘은 옛작품을 비싼 가격을 내며 극장에서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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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셉티콘과 오토봇(출: www.matthewdoucette.com)

 

트랜스포머도 마찬가지다.  거의 같은 인기를 끈 영국을 제외하고는, 사실 한국같은 미국밖에서 이

시리즈를 제대로 기억하고 이해하는 사람들은 얼마되지 않을 것이다.  옵티머스 프라임이 트랜스포

머들의 고향 사이버트론에서 독재자로 군림하려던 메가트론과 맞서기 전에는 단순 노동형 로봇이

었다는 것이나, 메가트론도 단순한 악인, 아니 악봇이 아닌, 독특한 이상과 그 이상을 힘으로라도

이루려는 야심가였다는 것이나, 오토봇과 디셉티콘들이 때로는 공동적인 위협과 대항하기 위해 손

을 잡는, 결사적인 적보다는 대립하는 경쟁관계에 더 가까웠다는 것등을 아는 사람들은 미국 밖에

는 많지 않다.  그렇지만 미국에서는 이 로봇들의 싸움과 경쟁을 보며 자란 청장년들이 건재하고,

이들은 그래서 이 시리즈에 열광하고 모이는 것이다.

 

이들은 마이클베이나 스필버그의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이 아니다.  트랜스포머를 보러 모이는 미국의

관중들의 목적은 이 영화를 보면서 단순히 변신하는 로봇을 보며 감탄하는 그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

가는 것이다(알고했는지, 영화에서도 프라임이 '본크러셔(Bonecrusher)'와 고속도로에서 변신해서

충돌하는 것을 본 소년은 경악한 엄마와는 달리 "멋지다!(Cool!)"이라며 감탄한다).  트랜스포머 영화

의 내용과 주제가 관중을 불러 모으는 것이 아니고, 관중들 기억속의 추억의 캐릭터들이 그들을

영화관으로 이끄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화면상 어색한 부분이 없이 만들어진 것만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고 봐야한다.  이번에 부족한 면은 후속작에서 만족되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마이클 베이 본인은 후속작도 감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당연히 하고싶겠지, 엄청 벌었을텐

데!), 아직까지는 후속작의 감독자리는 미정이다.  일단 시나리오 작가들은 다음 스타트랙 영화에

계약이 되어있어 그들의 참가는 불투명하다고 봐야할테고, 어찌되었든 다음 작품은 이 영화의 연장

선보다는, 원작 시리즈의 내용안에서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과연 트랜스포머가 프랜차이즈로서의

과업을 이룰것인가, 아니면 그저 단순한 리메이크로 끝나게 될것인가는 다음 작품에서 결정이 날

것이다.  지금은, 그저 제작되었다는 것에 만족하도록 하자.  아직 시리즈는 끝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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