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물론 이 영화는 성룡의 영화라기 보다는 홍금보의 영화다. 감독도, 주연도 홍금보니까..
80년대 청소년들에게 '한국 영화'(당시에는 흔히 일본식 표현으로 '방화'라고는 했다..)는 금단의 영역이었다. '체육관 대통령' 전두환이 집권 후 추진한 3S 정책의 여파로, 정치적 표현은 여전히 제한되었지만 성적 표현의 표현은 비교적 자유로워진 한국 영화계는 갑자기 <애마부인>이나 <산딸기>같은 에로 영화들을 양산해냈다. 한 때 스포츠 신문의 영화 광고(!)들을 스크랩(흠.. 필자 역시 기이한 인간이다.. 죄송..)했던 필자가 당시 스크랩한 자료들을 펼쳐보다보니, 그 어린 시절 스크랩했던 영화들의 포스터가 꽤 선정적임을 알 수 있었다.
곧 당시 한국 영화를 본다는 것은 '야한 영화'를 본다는 것으로 인식되던 시절. 그런 지경이니 80년대 청소년들이 홍콩 영화에 열광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80년대에는 미국에서 맷 딜런, 다이안 레인, 로브 로 등을 위시한 '브랫팩' 배우들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그들은 일종의 핀업 스타에 불과했다. 즉 영화는 보지 못했고 그들의 얼굴이 담긴 조악한 사진들을 코팅해 책받침으로 사용하던 시절이었다. 80년대 고등학교를 다니던 학생들에게 친근한 영화들은 비교전 근방의 배우들이 한 껏 '폼'을 잡았던 홍콩 영화들이었다. 소년들은 유년기에 성룡과 홍금보 주연의 코믹 쿵푸물에 열광했고 <영웅본색>과 <천녀유혼>이 대유행을 한 뒤로는 주윤발과 왕조현, 유덕화 등에 열광했다.
80년대 중반까지 성룡-홍금보-원표는 같은 카테고리 안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대스타가 된 것은 성룡이 먼저였지만, 전혀 날렵해 보이지 않는 체구로 놀라운 쿵푸 동작을 소화했던 홍금보 역시 자신의 캐릭터를 공고히 한 스타였다. 더구나 홍금보는 무술 감독 출신으로 영화판에서 뼈가 굵어 엄청난 분량의 필모그래피를 소유한 감독이기도 했다.(76년부터 99년까지 홍금보는 38편의 영화를 연출했고 50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완벽주의자' 성룡에 비해 홍금보의 영화는 (액션 시퀀스 연출에 있어서) 오밀조밀한 맛이 덜하지만, 상대적으로 선이 굵고 거친 느낌의 액션 연출을 선보인다. 감독으로서 홍금보는 이례적인 인정 희극인 <미라클>을 제외하고 줄곧 액션 장르 안에 머물러 있는 성룡에 비해 그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편이다.
<삼덕화상과 춘미옥>이라는 정통 쿵푸물로 감독 데뷔한 홍금보는 <귀타귀>같은 괴기 코미디, <동방독응>같은 전쟁 액션물, <전신>같은 SFX 무협물, <일옥양처>같은 로맨틱 코미디까지 다양한 영화들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홍금보 영화의 특성이 잘 베어있는 작품은 이 글에서 언급할 <오복성>을 위시한 <쾌찬차>, <용적심> 등으로 이어지는 성룡과의 협업 작품들일 것이다. 무술 감독 출신(주성치의 최근작 <쿵푸 허슬>에서도 홍금보는 주성치와의 의견차로 중도 하차하기까지 무술 감독을 맡았다. 그의 빈 자리는 원화평이 맡았다)답게 홍금보는 북파 무술을 기반으로 한 빠르고 경쾌한 무술 동작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미스터 부> 시리즈 등에 기반한 광동 코미디에도 어느 정도 능통했음을 <오복성>은 잘 보여준다.
홍금보를 비롯해 오요한, 금건훈 등으로 구성된 잡범 출신의 전과자 집단인 '오복성'의 모습을 경쾌하게 담고 있는 <오복성>은, 홍금보 특유의 에피소드 나열식으로 영화를 끌고 나가면서 액션 장면으로 모든 갈등을 해소하는 대단원으로 마무리되는 구성을 지니고 있다. 크게 보아 <오복성>은 홍금보가 맡고 있는 코미디 파트와 성룡이 맡고 있는 액션 파트가 번갈아 보이다가 간혹 교차되고 사건에 휘말린 '오복성'이 결과적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
전체적인 영화의 비중이 3:7로 코미디의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액션 시퀀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성룡이 펼치는 중반부의 롤러 스케이트를 타고 차를 탄 범인을 쫓는 재치있는 카 체이스 씬이나 후반부 유니폼같이 양복을 맞춰 입은 악당들을 붉은 츄리닝(!)의 홍금보가 일 대 다수의 격투를 벌이는 장면들은 배우들의 육체적 능력을 충분히 표현해 내며 시각적인 쾌감을 선사하고 있는 것. 또한 <오복성>은 왕정과 주성치의 등장 이전, 소박하고 순진한 홍콩 코미디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우리 나라로 치면 '서민 코미디'라고 할 수 있는 <오복성>은 결코 밉지 않고 장난이 심한 '오복성'의 캐릭터들을 부각시키면서, 즐거운 에피소드들을 나열해 간다. 왕정 영화나 주성치 초기 영화들에서 발견되는 위악적인 개그 대신 유머러스한 친근한 주인공들의 개그는 오히려 우리 관객들의 정서에 더 닿아있는 듯한 느낌이다. 보너스로 원표가 카메오로 출연하고, 80년대 홍콩 내에서 최고의 인기를 모았던 종초홍의 초기 모습도 반갑다
안녕하세요...
80~90년대 중국영화를 사랑하는 베지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