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형호제>는 80년대 크게 인기를 모았던 스티븐 스필버그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영향하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당시 <프로젝트 A>, <폴리스 스토리> 등의 감독, 주연 작품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연속적인 대성공을 거둔 성룡은 좀 더 국제적인 규모의 프로덕션을 준비했는데, 그것이 <인디아나 존스>에서 착상을 얻은 <용형호제>다. 물론 <용형호제>는 어디까지나 '성룡식' 모험 영화다. 자신의 캐릭터를 입힌 '아시아의 매' 재키를 연기하는 성룡은 '보물'이나 '비밀' 보다는 성룡 스타일의 액션 어드벤쳐로 <용형호제>를 완성한다.
후에 중국식 인디아나 존스라 할 수 있는 정소동 감독, 이연걸 주연의 <모험왕>과 비교해 봐도 <용형호제>는 SFX의 힘을 얻기보다는 성룡 고유의 애크로배틱 액션과 알란 탐, 관지림 등의 친분 깊은 배우들과 어울린 개그가 이어지는 '성룡 스타일'의 모험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용형호제>는 80년대 중반 전성기를 구가하던 성룡의 자신감과 열정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작품 초반의 점프 장면을 촬영하다가 추락한 성룡은, '사망설'까지 돌 정도로 큰 부상을 입었는데(그 모습은 크레딧이 올라갈 때 확인할 수 있다.) 이 사고는 액션에 있어서만큼은 완벽할 정도의 팬 서비스를 보여주는 성룡 영화의 정신을 설명할 때 꼭 거론될 정도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상제무장'이나 '만물교'니 하는 소소한 설정들은 확실히 헐리우드산 모험물에 비해 플롯의 약점이 드러나는 설정들이지만 <용형호제>는 성룡 특유의 아날로그 액션과 코미디를 통해 헐리우드 모험물과 차별되는 원초적인 유쾌함을 전해주는 작품이다.
<용형호제>는 알란 탐(당시 장국영의 최고 라이벌로, 사실상 홍콩 최고의 인기 가수였다.. 국내에는 많이 잊혀졌지만 아직도 홍콩 연예계의 영향력은 상당하다고 한다. 조용필과 함께 공연하기도 했다.)에게 코미디의 상당 부문을 할애하였으며, 골든 트리오가 연기한 <쾌찬차>에도 출연한 바 있는 스페인 배우 마리아 델로레스 포너와 관지림 등이 출연한다.
<폴리스 스토리> 등의 작품에서 사용된 에로틱한 조크가 덧붙여 경쾌한 이야기를 끌고 나가며, 오프닝과 중반부에 액션 시퀀스가 배치되어 있다. 물론 최고의 볼거리는 '만물교'의 본거지에서 펼쳐지는 성룡의 1대 다수의 액션씬으로, 아마조네스를 연상시키는 4인의 흑인 여전사들과 펼치는 빠르고 유머러스한 액션씬이 특히 즐겁다. 중반부 펼쳐지는 '묘기 대행진' 수준의 자동차 추격전 역시 성룡식 카체이스 장면의 아기자기한 재미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용형호제>는 <프로젝트 A> 시리즈,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와 더불어 '성룡'이라는 캐릭터를 확고히 한 작품이다. 유머는 조금 낡았지만, 몸을 던지는 성룡의 스턴트는 여전히 '인간 문화재'급이다. 80년대 서울 피카디리 극장에서 개봉해 상당한 흥행 성적을 거둔 작품으로, 가볍게 성룡의 순수한 오락 영화를 즐기고 싶다면 <용형호제>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