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던가, 어린시절 우연히 티비에서 이 영화를 접했더랬다.
꼬꼬마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벌렁거렸었다.
누군가 천사에 대해 물어본다면 섭소천이 바로 천사일 거라고.
나이를 어느정도 먹었을 때 우연히 '천녀유혼'이 생각이 나서 비디오집 가서 죄다 빌렸더랬다.
막상 보기 전엔 어린시절 때의 착각이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막상 영화를 틀고 나서 성인의 눈으로 바라본 그녀는 정말 미.친.듯.이. 아름다웠다.
차가운 초승달 같으면서도 따뜻한 보름달 같은..
세상에 이럴 수가 있을까나,
섭소천은 한동안 내 꿈속에 나타나 소중한 내 밤을 빼앗아갔었다.
그리고 그녀를 잊는 데 거의 한 달이 걸렸었다.
솔직히 섭소천같은 귀신이 나타나 홀리는데 안 홀리면 남자 아니거나 *일거다.
지금이라도 나타난다면 한목숨 바쳐 기꺼이 홀려줄 용의가 있다. -_-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왕조현'이 아니라 천녀유혼1에서의 '섭소천'이다.
왕조현이란 배우의 인적사항이나 사생활에는 전혀 관심없다. 오로지 섭소천, 닥치고 섭소천이다.
천녀유혼2에서의 청풍은 인간이라서 신비하지 않기 때문에 패스.
천녀유혼3에서의 소탁은 섭소천을 고대로 베낀데다가 싼틱한 이미지라서 패스.
역시 원작을 따라가는 속편은 없는가보다.
이 영화를 왜그리 늦게 발견했는지 모르겠다.
주성치 영화의 최고봉으로 꼽는 서유기 시리즈, 그중에서도 보는이의 애간장을 녹인다는 선리기연.
보면서 눈물 흘린 분 적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영화가 명작이 된 게 주성치의 명연기와 짜임새 있는 스토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자하선사가 없었다면 절대 명작이 되지 않았을 거라고 자신한다.
여기서도 거듭 말하지만 배우 '주인'이 아니라 서유기의 '자하'다.
20대 초에 겨우 섭소천을 지울 수 있었던 내가 자하를 알고 나서 다시 미쳐버렸다.
섭소천이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면
자하는 발랄하면서도 슬프디 슬픈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월광보합을 구해서 즐거워하는 장면과 지존보에게 고백하기 직전의 설레어하는 장면,
지존보의 심장속에 들어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과 지존보의 꿈 속에서 불나방이 되겠다는 장면.
섭소천이 하얀색 한가지 빛깔이라면 자하는 노란색과 회색의 두가지 빛깔을 가지고 있다.
정말 그녀가 내 앞에 있고 하늘이 기회를 준다면
기한을 만년이 아니라 억년으로 정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막상 생각해보면 지금 왕조현이나 주인은 아줌마가 되어버렸을을 터.
배우는 늙어도 캐릭터는 늙지 않으니 영원히 그모습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