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미스트-희망은 실존한다. 다만 네가 감당할 수 있을까?

NEOKIDS 작성일 08.01.12 00: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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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개인적으로 절절했던 이유는, 아마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최근까지 겪어봤었기 때문이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어랏 니가 뭔데 괴물이 날뛰는 세상을 경험해봤다냐 라고 말씀하실 분은 없으시리라 봅니다만....껄껄.

 

그 괴물보다 더 무서운 건 시스템이죠. 그것도 인간이 만들어놓고 스스로 어찌할 수 없어 끌려가는.

 

 

초반에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표현하려고 몇 페이지에 걸쳐 써놨던 스티븐 킹의 원작 초반을 영화는 삽시간에 달려갑니다. 깔

 

끔하고 좋은 실력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요. 대부분 원작이 있는 것들의 문제가 아예 원작에 함몰되어서 초반에 망가지든

 

가 하는데 확실히 영화의 매력적인 요소를 잘 알고 있는 감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비주얼적 구도가 좀 밋밋한 맛이 있

 

기는 하지만요. (확실히 비주얼적인 요소라는건 일종의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렇게 길게 끌고 싶지 않은 초반을 휙 달려서 마트부터 시작하는 캐릭터들. 전에도 한 번 공포영화에 대해서 평을 하다가 이

 

런 말을 한 기억이 납니다. 가장 공포스럽게 만드는 건 이성적으로 불가해한 어떤 것들이 처음엔 무시할 정도이다가

 

(혹은 그렇게 느끼는 걸 억눌러 놓다가) 점점 더 존재감을 키우면서 캐릭터들을 압도해 오는...

 

 그런 면에서 따진다면 공포영화 내에서도 역시 캐릭터의 성장이란 큰 뼈대가 빠질 수 없는 것이겠죠. 하지만 의외로 그 정도

 

를 벗어나도 괜찮은 것들이 있습니다. 이 영화도 그 중 하나라고 하고 싶습니다.

 

 

아예 초반부터 공포적인 상황이 닥쳐오는 거죠. 슬금슬금 오는게 아니라 마을에 울려퍼지는 사이렌 소리 같은 것으로. 이것

 

은 사실 급변하는 사회에 대한 은유, 혹은 그 시대에 존재했던 핵에 대한 공포의 비유 쯤으로 말할 수도 있겠죠. 어쨌건 이런

 

대규모 단위로 평범한 삶들이 안개에 의해 고립되고 시스템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때라는 설정 자체는 재난영화와 흡사한

 

정도입니다. 그러면 누군가들은 스스로의 권력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누군가들은 거기에 기대려 하죠. 어떤 작품 내에서

 

는 심지어 주인공 조차도 이런 식인데, 이런 기댈 곳을 찾지 못하고 맨땅에 헤딩해야 될 상황이 되면  (초반 부분의 그 법조인

 

과 주인공의 갈등 자체를  유심히 보시면 알겁니다.) 주인공의 여정은 시작되는 것이 스토리의 보통 구조입니다. 미스트의 구

 

조 역시 이런 부분에 충실합니다. 곤경에 빠진 주인공이 그 곤경을 어떻게 헤쳐나가는가.

 

 

기본에 충실했다는 건 그만큼의 차별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건만, 이건 그렇지 않습니다. 안개 속에서 나타난 크리쳐, 그리고

 

크리쳐들이 나타난 원인들에 대해서 구구절절이 설명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도 그 중의 하나죠. 애로우 프로젝트니 뭐니 살짝

 

살짝 지나갈 뿐, 또 그 살짝 지나가는 것 때문에 애꿎은 젊은이 하나 인간들 스스로의 손에 죽어나가는 상황.

 

나머지는 니덜이 알아서 생각해주셈 하는 태도는 일견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그건 감독이 주요하게 전달하

 

고 싶은 부분을 위해서 버릴 수도 있는 것이겠죠. 그리고 그건 자연스레, 괴물보다 인간이 더 무섭다, 라는 결론으로 이어집니

 

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전체적인 면에서 그걸 절절하게 표현하는데는 불충분하게 다가옵니다. 광신적으로 변해가는 사람들이나 마

 

녀사냥 종교가의 클리셰는 말 그대로 클리셰의 측면에서만 끝나는 부분들이 있고, 좀 더 착란적으로 변해가는 사람들을 묘사

 

기엔 또 2시간이나 먹어버렸는데도 더 시간을 먹기를 원하는 괴물같은 원작이미지와 싸워야 하는 측면들도 있었으리라 봅니

 

다. 아이러니의 부분에서도 미진한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특히 결말 부분은 불만을 토로하는 관객들도 꽤 보였으니까 말

 

이죠. 이런 부분들을 상쇄시켜 주는게 괴물들의 등장부분이고, 특히 그런 부분들은 리듬을 잘 타고 있기는 합니다. (무엇보

 

다....전 벌레괴물들이 싫어요.....으어어어어ㅠㅠ)

 

 

또다른 미덕으로는 자신이 쓰고 싶은 스토리가 있다, 그걸 어떻게 축약할 거냐? 영상적으로는 어떻게 풀어낼 건가? 하는 해답

 

과 과제들을 간직하고 있는 영화가 이 미스트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면에서 스티븐 킹의 분위기를 살리려고 정도로 가기보다는

 

조금만 더 힘을 써줬더라면 어떻게 변했을까 하고 나름대로 아쉬운 영화가 미스트라고도 생각합니다.

 

 

 

 

 

사족으로.......

 

크리쳐들이 떼거지로 나와 다 때려부수고 잡아먹다가

 

인간들에게 철퇴를 맞든 뭐하든 통쾌하게 싸워 제끼는 게 취향이신 분들은......

 

이거 관람 마시고, 에이리언대 프레데터 2나 클로버 필드를 기다려주심이 현명하신 줄로 아룁니다.

 

(저도 두 작품 다 무척 기대하고 있습니다 껄껄~ 클로버 필드 같은 경우는 예고편 봤는데 작살이더군요. 평소 상상하던 것들

 

을 그것도 무려 블레어 윗치 방식으로 만든 예고편이라니.....껄껄~ 에이브람스 멋진눔)

 

 

 

또 하나 사족으로.....

 

 

블레이드 런너가 개봉 당시 그렇게 관객들에게 외면 당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앞으로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레이건 보수를 뽑

 

았는데 분위기가 너무 어둡지만 그럼에도 매우 현실적이고 안닥쳐오리란 보장이 없었기 때문에 무의식중에 거부했었다는 분

 

석을 필름 2.0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걸 감독도 느끼고 해피엔딩을 급조했지만 역시 자폭의 결과였을 뿐이었구요...

 

 

그런데 왜, 개인적으로는 관객들의 불평섞인 목소리를 들으면서 극장에서 나오는데

 

이 영화가 과거 그랬던 현상이랑 묘하게 겹쳐보이는 것인지?

 

ㄲㄲ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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