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사항
1. 글이 좀 깁니다.
2. 아직 인디4를 보지 않으신 분들의 감상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
인디4를 보지 않으셨다면 이 글을 읽지 마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3. 나름 재미가 없다는 이유를 정리해 놓은 것일 뿐, 그러므로 이 영화는 슈레기다 라고 외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이 영화를 재밌게 보신 분들도 많고, 저도 나름 걍 유머러스 한 부분들은 즐겁게 봤습니다.
다만 아쉽다 아쉬워~ 이런 부분들을 말하려는 거죵. 껄껄.
뭐, 저주를 퍼부을 정도는 아니지만, 확실히 재미없다는 분들의 심정을 이해할 만도 하죠. 나름 저도 슈퍼맨 리-턴-즈 때와 마
찬가지로 슈퍼맨이 날라다니고 음악이 들리는 상황에서 이미 뻑갔다는 수준까진 갔었지만, 이번의 인디는 그렇게까지 잘 되
지는 않더군요. 물론 초반이야 두근반 세근반 했지만.
그래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렇게 재미없는 이유가 있다면, 그렇게 ‘전과 같지 않다’는 푸념이 속출할 정도면 나름 전
편들과의 차이점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차이점이야 말로 어떻게 보면 인디아나 존스가 버리지 말았어야 할 어떤 정수가
아니었을까. 그런 점을 정리해 본 결과입니다.
1. 특수효과가 너무 독이었던 것 같아......
이전 제 리뷰에서 지적했던 부분이지만, 정말 이 부분은 아쉬운 게, 물론 현재의 영화를 보는 관객 시선이 높아졌다고는 해
도, 인디의 수준이라면 어느 정도의 아날로그성은 무진장 참아주고 오히려 올드팬들의 찬사를 제대로 확보하는데도 이익이었
을지 모릅니다. 이 부분은 이후의 5번 제목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도 생각되네요.
진보한 기술 몇 가지는 확실히 인디의 맛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첫째로 펜싱 장면. 라보프
군과 케이트 블란쳇의 차 위의 펜싱 장면 같은 것이야 지금 기술로는 껌도 아닙니다만, 이걸 레이더스의 수준에 맞춰서 본다
면, 그 때 과연 그런 장면이 가능했을까요? 레이더스 최고의 스턴트는 나치가 운반하는 성궤를 쫒아 달려가는 인디의 자동차
추적 씬이었습니다. 그건 정말로 그 스턴트들을 목숨 걸고 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진정성이 배인 화면들이었던 거죠.
그 진정성. 어떤 일이든 일어나더라도 인간의 시각과 인간의 한계 내에서 벌어질 수 있는 극한까지를 아슬아슬하게 갔던 것.
그것이 인디의 매력이었는데, 그것은 저 아래 5번부터 무너지기 시작해서는 끝까지 사라져 가버립니다.
2. 인디는 이제 더 이상 가치를 수호하고 있지 않아?
그런 진정성 외에도, 인디는 어떤 가치들을 수호하던 인물이었습니다. 그 가치들은 비판적인 시선에서 여러 가지가 나와 있는
데, 백인 양키 사회의 도덕에 대한 수호라든가, 기독교 사상에 대한 수호라든가, 혹은 가부장적 가치에 대한 수호 등등등 오만
가지 것들을 포함하고 있지만.
어쨌든 그는 뭔가를 지키고 있는 자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올인하죠.
올인하다 보니 보고 있는 사람도 모르게 그에 동조하게 되고, 거기서 희열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과연 이번의 인디가 거기
에 올인하고 있었는가, 라고 하면 솔직히 그렇지는 않다는 거죠. 처음에 맥거핀에 걸려들게 되는 장면까지는 그럴싸하지만,
인디가 뭔가를 지키기 위해서 싸운다는 생각이 그닥 썩 와닿지 않는 겁니다. 왜 와닿지 않을까?
이는 냉전시대라는 배경컨셉 자체를 돌이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찌라는 적은 정말 인디에게는 최적격의 적이었습니다. 그
들이 했던 짓 자체도 악마적이고, 대다수의 독일 국민들도 그 역사 자체에 대해서 봉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고. 고로 그들이
어떤 음모를 벌이든 간에 인디가 그들을 막음으로서 뭔가를 수호하는 상황이 자동적으로 벌어지게 되는 거죠.
그런데 냉전시대로 오게 되면, 그 당시의 미국이라고 해서 썩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다는 사실들을 이미 정보들로 알
고 있을뿐더러, 지금 소련이 무너진 것이 어떠한 전쟁과 잘못된 판단들을 거쳐 봉인된 형태로 끝난 것이 아니라, 계속 살아오
다 보니 흐름에 자연스럽게 도태된 형식이 되어버린 지경인지라, 자꾸 나치처럼 봉인시켜야 할 어떤 집단의 묵계가 깨져버리
면서 인디가 도대체 뭘 지키려고 하는지 참 모호하게 되어버리는 거죠.
그래서 내용 중에 보면 인디 자신도 그 빨-갱이 사냥의 희생자가 된 걸 허망하게 여기는 상황도 나옵니다. 가만 보세요. 언제
3편을 내리 오는 동안 인디가 미국에게 배신당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나요? 그렇고 저런 것들이 묘하게 겹쳐, 과연 인디
가 뭔가 수호를 하고 있긴 한 걸까 하는 의구심이 스며들게 만들어버린 것이고, 그것은 결국 어느 정도의 패착이 되는 거죠.
3, 조력자들이 너무 빈약하잖아....ㅠㅠ
이것도 전의 리뷰에서 한 번 말했었던 겁니다만......
1편에서는 인디의 조력자들은 말 그대로 조력자들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인디의 첫 등장이기 때문에 인디의 모든 전형들
을 굳혀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죠. 2편에서는 조력자들이 나름 이런저런 소란을 피우지만 결국 해야 할 때는 뭔가 나름
의 행동들을 취함으로서 매력을 획득하는 캐릭터들이었습니다.
3편에 와서 조력자들의 위치는 중장년들의 우정과 동지애라는 식으로 격상되죠. 흐름이 지속되는 내내 인디는 그들의 테두
리 안에 있고, 마지막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석양을 향해 달려가는 장면에서는 그런 테제의 굳건함 안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인디 씨리즈 중 가장 안정적인 형태의 관계망이 생깁니다. 숀 코네리와의 부자지간 대화도 감성적인 면들보다는 개그와 이성
적인 면들이 훨씬 더 많고, 단순히 부자지간이라는 관계를 너무 크게 부각시키지는 않는 상황들을 집어넣음으로 오히려 느낌
상으로는 우정에 더 가깝게 만들고 있죠.
그런데, 이번 테제는 가족, 그것도 처자식이었습니다.
전의 조력자들이 가족이라는 혈연관계가 아닌 일종의 동지적 의식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그들의 관계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
고 가는 관계상의 가벼움이 있었죠. 뭐 이렇게 말하긴 그래도, 어느 때는 막말을 해도 받아들이고 받아치는 그런 관계가 있었
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그 조력자들이 처자식이 되어버리면서, 한 번도 그런 가족관계를, 그것도 지가 가부장이 되어본 적이 없는 놈이 느닷
없이 그런 처지가 되니 이건 아무리 인디라고 해도 갈팡질팡이 되는 거죠.
아마도 시나리오 작가조차도 골치 아팠을 테죠. 느닷없이 아버지 입장으로서의 인디의 심정과 대사를 생각하려니. 아들놈과
의 대화. 뭐 자유롭게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거지, 했던 인디가 가서 학교 졸업해 이색갸 의 상황이 될 정도로. 이
건 관객조차도 참 민망스럽게 만드는 거랄까요. 익숙하지 않은 인디이니 말이죠.
그 전까지 관계망에서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인디는 거의 없었던 게, 숀 코네리와의 관계만 봐도 중요한 부분에서만 가족 이야
기가 튀어나왔는데, 이제는 계속 몰랐던 가족관계를 깨달으면서 성장하는 인디로 이야기가 흘러야 한다는 이야기죠. 성장하
는 인디라......이런 테마는 3편에서 이미 써먹었던 이야기지만 그것을 능가하지는 못하는 형태의 것이었습니다.
차라리 마지막에서 라보프가 뭐, 아직 인정하긴 싫지만, 일단은 아버지로 불러볼깝쇼, 라는 태도이기만 했어도 조금 그럴싸했
을까 말까 한 상황에, 이건 서로가 덤뻑덤뻑 인정해버리고 언능 가벼운 관계로 나아가려고 하니 뭔가 벅찬 느낌이 되어버려
관객에게 전달되는 면도 보이게 되죠.
4. 흐름의 박자를 너무 3편 성배편의 차원에서 의식했네.
씨네21 652호 기사에 의하면, 원래 레이더스는 스필버그가 나도 조낸 일정 땡겨서 빨리 찍을 수 있는 사람이야~비용도 줄일
수 있고~라는 걸 입증해 보려는 성격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빨리 찍었죠. 그렇게 빨리 찍을 수 있으려면,
프리프로덕션에서 엔간한 모든 것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콘티가 먼저 제대로 확정본이 나오고, 그 다음에는 콘티대로 속도
전 찍기. 천샷 찍고 허리펴기 같은 상황이 되어야 하죠.
이러한 경향은 2편까지 연결됩니다. 너무 박자가 빠른 나머지 몇 개의 정적인 샷을 집어넣어서 흐름을 조절해야 했을 정도로
인디 2편은 빠른 박자를 자랑합니다. 3편에서는 이게 일정정도 무너지지만, 그 대신 몇 개의 인상적인 구조물과 함께 지루해
질 것 같은 부분에서는 어린 시절 이야기나 부자지간의 이야기를 삽입함으로서 안정을 찾죠. 그런데.......
이번 건 왠지......스타워즈 에피소드 1-3의 서사를 보는 기분이었달까요......
그것도 불충분한.......
애초에, 마야문명의 크리스탈 해골이라는 소재를 설명하고 거기까지의 진행상황을 이렇게 저렇게 넣다보니, 뭔가 막 길어지
는 느낌. 이건 3편의 성배 설명에서도 조금 그런 면이 있었지만 어차피 기독교 문화의 소재들이 어느 정도 친숙함을 획득하
는 반면 마야문명은 전혀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크리스탈 해골이 왜 도전해야 할 큰일이 되는지 설명을 해줘야
하는데 그런 씬들을 조금씩 낑겨넣다 보니 박자 감각이 흐트러지기 시작합니다. 거기다 개그 낑겨 넣어야죠, 액션 구조물 넣
어줘야죠, 거기다 가족 간의 감정선도 넣어줘야죠, 점점 엿가락이 늘어지기 시작합니다. 빠른 게 미덕이었던 인디 시리즈
가.....
거기다 조력자들도 가족관계가 둘이나 있고 또 정신 나간 늙은이와 언제 배신할 지 모르는 뚱땡이 하나가 껴있으니 이건 2편
처럼 그들에게서 주고받는 한방을 크게 기대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동지애를 느끼기에는 인디의 가부장적 책임이 어깨에 너
무 크게 지워져 있고, 그러다 보니 인디는 나이도 먹었는데 혼자서 악전고투. 그 결과는 레이더스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그렇
다고 3편의 안정으로 흐르지도 못하는 힘든 상황이 되는 거죠.
5. 오파츠와 핵폭발은 치명적인 오바였다. 맥거핀은 과연 효과적이었던가?
에이리어51-핵폭발-마야문명으로 이어지는 전체의 수순은 이미 한 번 ‘빠꾸먹었던’ 전력이 있는 라인입니다. 스필버그는 아
이돈노우로 일관했고 해리슨 포드는 그런 영화는 안찍겠어 했던 전력이 있는 라인. 이 라인을 짰던 건 조지 루카스였습니다.
조지 루카스 자신도 이혼 때문에 힘들었던 때였고, 그만큼 스토리 자체가 어둡게 나갔던 거죠. 그 이후 여러 명의 시나
리오 작가들을 거치는 동안 이 라인이 무너지질 않았던 이유도 상당히 궁금하네요.
아무리 새로운 인디를 보여줘야 한다는 집념이었다지만 기독교 계열의 친숙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2편의 다이아몬드처럼
하늘에서 뚝 떨어져 지어낸 것도 아니고, 실제로 있는 것들을 조합해가면서 하자니 그만큼 낑겨넣고 설명하는게 더 길어지
고, 그래도 얻은 효과는 없고.
거기다가 핵폭발이 일어나는데 냉장고 속에서 살아남은 인디라니.......ㅠㅠ 먼치킨도 이만저만이 아니게 되었죠.......넌 현실
속에서 주먹질하던 그냥 인간이란 말이다......그것도 몇 번을 걍 행운 때문에 살아남은.......
(거기다 보통 그 낙진 속이면 모험이고 나발이고 일단 디지는 게 수순인데.......ㅠㅠ)
아예 처음부터 이런 코드의 혼란 속에서 마야문명 속으로 출발하려니, 거기다 점점 외계인이 관련되어 있다는 코드가 부각되
다 보니 예전의 인디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느낌이 드는 거죠. 그래도 최소한 아무리 초자연적인 것들을 맞닥뜨리더라도 어느
정도였고 납득이나 가능했지.
등등으로 정리해 본 결과, 정말로 인디4 스토리 짜기가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건, 그만큼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유
기적이고 견고하게 진행되어 왔다는 데서 추측할 수 있죠. 그럼에도 그냥 진행을 시켰던 건, 이 인디라는 캐릭터에 대한 스필
버그-루카스 팀의 애착 (혹은 집착) 이 아니었을까 하네요.
사족으로......
정말 우리나라 자막센스는 죽여주는 것 같습니다......
제대로 듣진 못했지만 '아이 러브 아이크', 즉 난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더 좋아 뭐 이런 식의 발음을 들은 것 같은데
그게 '난 공산당이 싫어' 같은 이승복스러운 대사로 변질된 듯한.......-_-;;;
솔직히, 이것도 맛을 떨어뜨린 하나의 일등공신이 아닐런지 싶네요.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