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닝 - 인간이 이해하게 만들어야 재밌는데...

NEOKIDS 작성일 08.06.20 0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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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의-

 

1. 스포가 좀 있습니다. 아직 보지 않으신 분이라면 참고하세요.

 

2. 영화를 이야기할 뿐 즐겁게 영화관람을 하신 분들의 감상을 해치려는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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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요~도망가요~위험해요~ 도대체 어떤 스토리를 위해서? 나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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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 나잡아봐~~~~~~~~~라~~~~~~    식물들: 이런 시밝 거기 안서~? 주겨불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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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연기력은 있는데 언제나 불운의 역만 맡는 존 레귀자모. 항상 아까움을 느끼는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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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무슨 '재미'를 말하려고 한거냐. 샤말란.......ㅠㅠ

 


 

 


글쎄요.

샤말란의 영화를 식스센스 이래로 보질 않아서 뭐라고 말을 못하겠습니다만,


샤말란에게 인디4의 시나리오가 맡겨졌는데 그가 쓰다가 포기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참 다행이다, 아니면 더 망가졌을 거다. 뭐 이런 말은 자신 있게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 느닷없이 사람들이 자살행위를 한다, 그리고 그것이 테러라는 식으로 흐른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런 것도 아니다. 도대체 뭘까. 그러면서 겹치는 혼란.

여기까지가 해프닝 예고편을 보면서 전달받은 거였습니다.


그리고 전 같은 분야의 영역은 아니지만 대가로써 단 하나의 이름을 떠올렸죠.

스티븐 킹.


물론 미스트와 겹쳐 보인 건 아니었지만, 스티븐 킹의 소재들은 일단 그 환상적 구조를 차근히 짚어가는 데서 점점 두려움을 증폭시키거나 서사성을 주입하는 데 탁월한 사람이죠. 황금가지에서 나온 그의 단편집을 보면 그 역시 이런 것을 다루는 데 있어서 어떤 치기나 유치함 같은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소재를 가지고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 가는가 하는데서 방향성을 잃지 않는 스티븐 킹의 두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캐릭터가 살아있다는 것, 그리고 하나는 앞에 나타난 환상적 상황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이 확실히 위해와 갈등을 야기하는 존재로써 부각된다는 것. 그리고 그것들이 스토리를 자아내는 거죠.


물론 샤말란은 스티븐 킹과 달라~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르영화든 뭐든 간에 절대로 어기지 말아야 하는 전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소재에 함몰되지 않아야 한다는 겁니다.


소재에 함몰되지 않아야 한다. 이 말은 소재라는 것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것과 어울리는 스토리가 없으면 과감히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요즘은 캐릭터라는 영역까지 추가되겠군요.

 

예전에 리뷰에서 적었던 히치콕의 말을 다시 한 번 인용해야 될 것 같습니다.

“포드의 컨베이어 벨트 조립 라인이다.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과정들이 쭉 흐르듯이 보여진다. 그리고 마지막에서 자동차가 다 만들어진 걸 검사하려고 문을 여는 데 시체가 차 안에서 툭 쓰러져 나오는 거다. 아이디어가 좋다고 생각했지만 쓰지 않았다. 그것과 어울리는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단 소재 자체도 맨 처음 벌이 사라진 일을 이야기할 때부터 아예 못을 박습니다.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라고. 아무리 가설이라고 해봐야 가설일 뿐, 실제적으로 검증되기 전까지는 이론에 불과하다고.


소재부터도 이런 식으로 먼치킨이 되어버려 난리인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캐릭터까지 밋밋합니다. 누군가를 구하러 간다, 라는 라인까지는 하도 써먹었으니까 가족단위의 대피다, 뭐 이런 식으로 전환하긴 하는데 갈등도 아침TV드라마만큼의 것도 없고 어쩌다 터지는 사고들로 플롯을 연명하는 식으로 가다 보니 전체적 구도가 더욱 악화되어버리는 거죠.


이것과 정말 잘 비교가 되는 걸로 전 X파일을 들고 싶네요.


캐릭터는 캐릭터 나름대로의 과거와 사연을 가지고 이상현상을 파고들어갑니다. 그 이상현상들의 결론은 언제나 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상현상을 인간이 이해할 수 없어~라는 식으로 못박아버렸다면 멀더와 스컬리 가 그렇게 헤매며 생명까지 위협당해야 할 이유도 없죠. 거기에, 그런 캐릭터들이 갑론을박을 벌이면서 현상에 대해서 접근해 가는 과정들이 갈등과 스토리의 전진을 보이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건들이 터지면서 방향전환도 수월하게 되어가는 거죠. 이것과 비슷한 것으로 요 근래 봤던 맨 오브 어쓰도 들 수 있겠네요.

드라마로 제작되어 긴 편수 속에서 나름 생명을 획득한 것이 해프닝과의 차이점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스티븐 킹은 '닥치고 종니 쫒아오면서' 위협을 가해오는 존재들을 그려버립니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 풀어갈 수 있기에 쉬운 구조도 되죠. 투모로우랑도 비교해 볼까요? 뭐가 어찌 되었든 일단 아들을 구하러 간다는 기본적인 틀거리가 있기 때문에 스토리가 진전되고 그 사이사이의 자연의 위협들이 표현되어 융합되는 겁니다.


그런데 해프닝은. 이 모든 걸 던져버린 느낌입니다.

그럼 이런 질문만 남죠. 왜 장르영화의 재미라는 껍질을 굳이 뒤집어쓰려 했던 걸까? 라는.

 

결국 정리해보면.
 

사람들이 죽는다. 어떤 물질 때문이란다. 그래서 피한다. 피하는데 갈등이 없다. 그래서 결국 낑겨넣은 게 여자가 철이 덜 들어 바람 핀 거다. 이상 현상이든 자연재해든 간에 인간은 그 속에서 공포를 느끼고 극복해가야 한다. 그런데 극복할 만한 게 없다. 심지어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라고 했는데 그 자연현상조차도 대강 분석은 된다. 그럼 일단 주인공은 살아서 피할 수 있는 억지가 겨우 마련된다. 대사타이밍도 뜬금없다. 왜 하필 그 상황에서 약국에서 본 여자 이야기는 하나. 우주전쟁처럼 좀 이상한 캐릭터도 하나 나오는데 자연에 아무 위해도 가하지 않으면서 살던 그 사람이야 말로 정말 살아남아야 하는 것 아닌가 했는데 그 사람도 죽여버린다. 일단 주인공들 빼고 무조건 다 죽는다. 그런데 그 죽는다는 과정도 이상하다, 물질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게 아닐까 라고 했고 주인공도 그런 추론과정을 거쳐서 결론에 이른다. 그런데 왜 그 물질을 흡입하면 안전에 대한 신경만 훼손되는 게 아니라 자기 파괴의 욕구까지 가지게 되는가. 그건 설명 안 해 준다. 왜? 그냥 이상현상이니까. 니가 이해할 수 없는 거니까. 먼치킨이니까. 그러면서 왜 어설픈 가족주의는 낑겨 넣을까. 갈등 빚을 것도 없고 지들끼리 해결할 것도 그다지 크게 부각되지 않았는데 마지막의 그 어색한 희희낙락과 파리의 모습이란.


이게 박찬욱 식의 시각으로 실험과 재미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화라면 얼마든지 환영입니다만.

ㅠㅠ 그런 것도 아니었잖아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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