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선] 견자단 추조룡의 리얼 육박전 영화

제우스민이짱 작성일 08.06.26 03: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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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 말하지만 홍콩영화의 흥망성쇠는 두 가지 상반된 교훈을 한국영화인에게 던져준다. 홍콩은 작은 나라라는 제한된 영화 시장에서 끊임없이 장르영화를 만들어왔고 자신의 장기에 온 역량을 집중하였기에 수십 년 동안 아시아 최강의 영화제작국이 될 수 있었다. 또 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홍콩영화계는 자신들의 제한된 성공에 도취되어 끝없는 대량 자기복제를 저질러왔다. 그래서 인내에 한계를 느낀 영화팬들은 더 이상 극장을 찾지 않았고, 몇몇 스타라고 일컬어지는 존재들의 영화에만 ‘열혈팬’들이 그나마 줄은 서는 컬트 영화로 생명을 이어왔다. 오래 전 쇼 브러더스 영화가 막을 내렸고, 이소룡이 요절했으며, 성룡이 나이 들어감에 따라 화려했던 홍콩의 액션영화는 그 불꽃이 사그라지고 말았다. 게다가 어느 순간 [옹박]을 들고 나온 태국식 액션영화는 상대적으로 홍콩액션 영화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물론 홍콩영화가 [옹박]식 태국 액션물에 미치지 못한다는 말은 아니다. 이미 쇼 브러더스 시절에 장철 감독의 영화는 이른바 ‘양강(陽强)문화의 최절정 미학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예스 마담] 등의 영화를 통해 아기자기한 손동작에서 벗어난 리얼 액션을 선사했었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하는 많은 홍콩 액션영화는 어설픈 액션배우들의 답답한 손동작과 발동작, 그리고 넘어지는 장면이 대부분의 러닝타임을 때우는 것을 마냥 지켜봐야 했다. 왜냐하면 수많은 액션 배우들이 있지만 이소룡이나 이연걸 같은 브랜드에 걸맞은 액션을 보여주는 배우는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면에서 보자면 견자단은 현존하는 최고의 리얼 액션 스타일 것이다.

   견자단이 한국 액션 영화팬에게 깊은 인상을 준 것은 아마도 [황비홍2]에서 이연걸과 펼쳤던 화끈한 액션 씬 때문이다. 이후 많은 영화를 통해 견자단은 확실히 ‘급’이 다른 ‘액션’ 연기를 선사했다. [도화선]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도화선]은 몇 년 전 홍콩액션영화계에서 무척 오랜만에 만나보는 성공적 액션물 [살파랑]의 후속편인 셈이다. [살파랑]에서는 견자단이 홍금보, 오경 이라는 불세출의 액션스타들이 팬을 열광시키는 액션을 보여주었다. 견자단은 엽위신 감독과 함께 [살파랑], [용호문]에 이어 [도화선]을 찍었다. 이들은 그들의 특기를 잘 알고 있었고 팬들의 기대치에 부응하는 액션을 보여준다.

  [도화선]에는 홍콩 흑사회를 주름잡는 또 하나의 계보인 월남계 조폭세력을 보여준다. 월남방(越南幇)이라는 일컬어지는 이들 조폭은 적어도 ‘홍콩 조폭영화’에 있어 새로운 신흥세력임에는 분명하다. 가난과 배고픔을 벗어나 홍콩에 스며든 이들 월남출신들 삼형제는 홍콩 삼합회가 판치는 흑사회를 하나씩 접수하는 것이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월남방’의 면모는 마치 [스카페이스]에서 뉴욕에 갓 들어온‘토니 몬타나’(알 파치노)가 밑바닥에서 시작하여  한 계단씩 올라가는 것을 보는 듯하다. 월남방 삼형제는 잔인함과 폭력, 그리고 형제애로 똘똘 뭉쳐 홍콩 경찰마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른다.

  영화는 천하의 사악한 조폭집단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응징, 체포하는 열혈형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 화려한 육박전 속에서 형사 집단의 고뇌가 서려있다. 오랜 세월 고난을 함께한 형사조직의 팀워크와 합법적 수사의 한계 등이 액션과 액션사이에서 그대로 관객에게 전해진다. 견자단의 리얼 액션 연기는 ‘워띠’(臥底,비밀잠입요원)로 출연하는 형사 고천락의 임무로 더욱 빛을 발한다. [무간도] 때문에 ‘워띠’는 홍콩 느와르의 주요 캐릭터가 되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수많은 워띠 출연영화가 있었다. 볼 때마다 이들 워띠의 위험천만한 임무가 영화의 긴장감 조성에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월남 조폭들은 워띠의 생명뿐만 아니라 고천락의 애인(범빙빙)의 생명까지 농락한다.

  [용호문]이 화려한 그래픽과 탁월한 액션 장면을 선사했지만 스토리라인에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엽위신 감독과 주연겸 제작을 맡은 견자단은 이 영화에서 홍콩액션물로서는 드라마에 꽤 공을 들였다. (제작자 황백명의 역할도 크다고 한다!)

   잔인하기만한 월남 삼형제가 모친에게는 지극 지순한 효심을 보여주는 것은 단지 코믹한 효과를 노린 것은 아니다. 많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아온 흉악범의 이중심리를 보여주는  홍콩식 변형인 셈이다. 고천락과 범빙빙의 러브 라인도 무난하다. 그리고 견자단과 증측사(배달피자에 폭사당하는 형사반장 역) 등 동료형사들과의 의리도 이 영화의 드라마를 굳건하게 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화끈한 것은 물 만난 리얼 액션배우들의 액션 실력 때문일 것이다. 견자단의 실력은 현존 최고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견자단과 함께 라스트 액션을 보여주는 사람은 추조룡(요즘은 ‘예성’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도 한다)이다. 추조룡 역시 만만찮은 무술 내공으로 영화의 후반부를 꽉 잡는다. 월남방 형제인 석행우는 정종 소림사 무술인. 주성치의 [쿵푸 허슬]에서 그의 실력을 이미 한 차례 선보였었다. 석행우는 어쩐 일인지 이 영화에선 이름을 ‘행우’라고만 달고 있다. 아마도 중드팬이라면 월남방의 보스로 출연한 인물이 굉장히 반가울 것이다. 바로 여량위(呂良偉)이다. 몇 차례 리메이크된 홍콩 드라마 사상 최고의 인기 작품이었던 [상해탄]에서 주윤발, 조아지와 함께 나왔던 바로 그 ‘정력’(丁力)이다. ([상해탄]은 1980년 작품이다.)
 
  [도화선]에서는 홍콩 형사들의 고달픔과 베트남 출신 갱들의 무자비함, 범빙빙(판빙빙)의 쑥쑥 늘어나는 연기력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견자단과 추조룡이 한 달간 촬영했다는 후반부 액션 씬은 액션매니아에게 충분한 아드레날린을 제공해 줄 것이다

 

 

출처:

박재환의 중국영화이야기

http://www.kinocine.com/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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