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분만 보는 글...스포만빵 - 멋진놈 지독한놈 재밌는놈

육회한씨 작성일 08.08.14 19: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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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액션을 보여주기 위한 영화.

"내 영화의 장점, 다른 감독의 영화보다 앞설 수 있는점이 무엇일까?" 라는 자문에
김지운감독은 두말없이 "액션연출"이라고 답하고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 시키는 노선]을 택한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최소한 그 의도는 최고의 성과를 이뤄 냈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요.

감독이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싶어 했을 듯한 곳에서는 깜짝 놀랐고
멋있다고 느끼게 하고 싶어 한 듯한 곳에서는 어김없이 멋있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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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집니다.
정말이지 멋집니다.



(아. 나도 좀 영화 개봉하면 빨리빨리 보고 싶은데... 하는일 없이 바빠서. 큭.)

이번에도 어김없이 뒷북리뷰라서
당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어쨌든 여기서부터 스포일러 입니다.




2.
주인공은 확실하게 송강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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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명이 대등한 비중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기대하고 보면 재미가 반감되겠지요.

놈놈놈은 주인공의 특징을 타이틀로 잡았습니다.

타이틀을 이렇게 잡는것은 그만큼 영화가 캐릭터가 강점이라는것을 나타내는 테크닉인데
감독의 강점과 의도가 그건 아니었던 것을 보면 이 타이틀은 좀 문제가 있는듯 하군요.
인상은 강렬하지만.




2-1.
정우성 -박도원
정우성의 캐릭이 약하다는 평이 있는데

정우성은 [좋은놈]이라기 보다는 [멋진놈]이 아닐까요.

정우성의 성격묘사는 더 적어도 상관없을듯 합니다.
정우성이 좋은놈이란걸 보여주려는 시도는 모두 시간낭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예 스테레오 타입의, 전형적인 정의의 자유인으로 묘사하는게 좋았을것 같습니다.
정우성은 성격 필요없고, 멋짐. 멋짐의 화신, 덩어리. 고갱이. 순수절정. 뭐 그런겁니다.
그것이 바로 정우성의 캐릭입니다.

귀시장에서 펼치는 "대놓고 와이어액션"(?) 은 정말 멋져서 짜릿짜릿하고
"역주행 일본군사냥"도 상당히 멋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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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의 키워드는
잘생기고 멋지지만 차가운.
쿨한놈.



2-2.
이병헌 - 박창이
이놈은 한마디로 개망나니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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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이 추구하는건 자존심인데 왜 돈도 좋아하느냐,
이점은 캐릭도 정우성이랑 겹치고일관성도 떨어뜨린다" 라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이병헌의 키워드는 그냥 악당인것 같습니다.

나쁜놈. 아주 지독하게 나쁜놈.

술에 쩔어 있다가 때빼고 광내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고 말 한 친일파 김판주의 말 처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병현은 그렇게 자존심을 목숨보다 소중히 지켜온 놈은 아닙니다.
그냥 남이 더 잘났단 소릴 듣기가 싫은거예요. 돈도 좋아하고.
부하도 다치든 말든 함부로 다루고. 잔인하고.

그냥 나쁜놈이라니까요.  


제멋대로인 인간흉기. 이것이 이병헌의 키워드가 아닐까요.
악독한놈.



그런데.

이병헌의 나쁜놈캐릭은 상당히 디테일하고 매력적이지만
역으로 이병헌의 디테일, 잔인성이
영화의 전체적 분위기를 자꾸만 어둡게 끌기도 합니다.

정우성이 일본군사이를 역주행하면서 상대를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리는 장면.
이 장면은 예상보다 (악평을 읽고 각오했던 바 보다)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을 안좋게, 어이없게, 튀게 만든것이 이병헌의 잔혹액션이었다고 봅니다.

로봇이나 괴물이 아닌, 맨몸뚱이 인간들이 나오는 영화에서 신나는 건액션을 보여주자면
무수한 이름없는 병사들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병현이 영화의 전반에서
이들도 아픔이 있다는걸 지나치게 보여 줘 버린겁니다.

한마디로

[정우성의 멋짐] 과 [이병헌의 잔혹]은 쟝르가 다릅니다!!

여기서 삐걱거림이 발생한 듯 합니다.
송강호의 똥침과 더불어 영화가 잔혹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정우성의 무대]가 어이없게 보여질 가능성이 생긴 것이고
또 정우성의 존재감이 줄어들게  된 역할도 한 것으로 보입니다.



2-3.
송강호 - 윤태구
송강호가 영화를 살렸다는 말이 많은듯 합니다만,
역으로 이것은 세명의 비중이 엇비슷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말이죠.
영화는 좀 더, 확실히 송강호를 주인공으로 세웠어야 좋았을듯 합니다.

일단 영화는 송강호를 주축으로 진행이 되지만
감독의 의도는 [세놈이 대등할것] 이었던것 같습니다.
우선 제목이 세명의 비중이 대등함을 암시하고 있고
클라이막스의 세명의 대결이 심증을 더욱 굳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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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 솔직한 감상은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물론 대등한 3인의 1:1:1 대결이라는 설정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만...
설정이 너무 과다했다고나 할까...
보물을 쫓는 다수의 추격전 역시 매력있는 설정인데
[추격전]과 [1:1:1대결]은 엄연히 서로 다른 설정이고,
갑자기 설정이 억지로 바뀌는듯한 느낌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캐릭묘사가 부족해서 아쉬운 인물은 다름아닌 송강호 입니다.
웃기긴 많이 했습니다만,
웃겨서 호감은 올라갔는데 더이상의 깊이가 없습니다.

일례로, 태구의 동업자이자 꼬붕인 만길.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놈이 이병헌에게 당할때
캐릭터 관계상, 관객은 굉장한 분노를 느끼고
이병헌에게 확실한 적의를 느끼게 되야 할 장면인데
아마도 이병헌의 잔혹성에 치를 떨면서도
이병헌에 대한 분노와 적의의 감정은 그다지 느끼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것은 원인을 찾자면 송강호의 캐릭, 송강호와의 관계묘사가 약했던 탓이고
또 결과적으로
이병헌의 성격 묘사에 충분한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병헌의 캐릭을 약하게 느끼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게 아닐까요.

또, 개인적으로
저는 마지막에 송강호의 할머니가 보고 싶었습니다.
다이아몬드를 찾았으면 뭔가 완전무결한 해피앤딩은 아니더라도,
결국 현상범은 현상범. 도망자의 삶에는 변화가 없더라도
여생이 얼마 안남으신 할머니의 짤막한 호강정도는 보여줘도 좋지 않았을까요.

아무튼 웃겨서 호감은 가는데 거기에서 한발짝 더 나가
살아있는 리얼한 인간이라는 느낌이 부족합니다.
정우성이랑 이병헌은 별달리 그러든가 말든가 안아쉬운데,


송강호는 아쉽습니다.






3.
1:1:1이 문제였다!

감독은 [대결]에 집착을 한것 같습니다.
웨스턴! 하면 속사결투가 빠질수 없다! 라는 생각이었던것 같습니다.

그런데 송강호는 그 대결에 낄 동기가 약하죠.

그래서 만들어진 장치가 송강호의 과거였던 듯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과거가 있는 송강호]가
"몰라... 그거 뭐야... 무서워" 입니다.

아, 이상해요. 이거 뭡니까.

"가장 현실적인 능력치와 호감도 높은 송강호가 재치와 운으로 살아남는다"
기대했는데
"알고봤더니 송강호가 젤 고수였다" 라니,

귀시장에서의 여운까지도 혼란이 오게 되지 뭡니까.사용자 삽입 이미지



꼭 속사결투 장면을 넣는다면 클라이막스에서의 1:1:1대결이 아니라
영화 초반에서 정우성의 멋짐을 부각시키는 에피소드로 등장시키는게 좋았을 듯 합니다.




4.
유전에 관하여

보물이 [일본이 시추해 놓은 유전]이라는 설정은 몇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먼저

중국의 고대유물따위가 아니라 일본이 발견한 유전이라는 점을 알게되면
생겨나는 의문점은 영화를 거슬러 올라가
애초에 일본 손에 지도가 없는, 영화가 시작하는 시점까지 돌아가게 됩니다.

일본만큼은 그곳의 위치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지도가 없더라도 갈 수 있든가,
지도없이는 그곳에 갈 수 없게 된 이유가 나와야 합니다.
하지만 별다른 배경설명 없이, 일본군은 자신이 발견한 유전을 스스로는 찾아가지 못합니다.

한편
추격의 플롯에서 가장 많은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는 것 중 하나는
[따돌린 놈이 어떻게 다시 쫓아오는가] 입니다.

이거 상당히 귀찮습니다.
근데 이 아이디어의 품질에 따라 작품 질의 인상이 상당히 갈리는 것 같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놈놈놈에서는 이 아이디어의 필요성을 무시하는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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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는 모두를 따돌리지만
살아남는자는 모두 송강호를 찾아냅니다.

만약 보물이 고대유적이라면 단서가 꼭 한가지라는 법은 없고
따돌려도 다른 단서로 쫓아 올 수도 있었겠죠.
그러나 놈놈놈에서는 그런 과정은 그냥 건너 뜁니다.



다음으로

[유전]은 지금까지 찾아온 길과 마찬가지로, 변함없이 황량합니다.
위장하던 나무판이 무너지며 유전이 드러나는 장면은 시각적쾌감이 있었지만
최후의 결전의 무대로서는 아무래도 황량합니다.

놈놈놈에서는 크게 네번의 액션이 있는데
열차, 귀시장, 황야, 유전
이 네 무대에서의 싸움입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만족도의 순위를 매긴다면 아마 대부분의 관객이 [귀시장>열차>황야>유전]일 것입니다.
반드시 그렇다는 철칙은 아니지만,
입체적이며 복합적이고, 독창적이며 낯설은 무대에서의 액션이
더 재미있는 법입니다.
그런데 놈놈놈에서는 뒤로 가면 갈수록 황량한 무대로 옮겨집니다.

차라리 등잔및이 어둡다는 격으로
가깝고 익히 알고있던 도시의 한 구석에 보물이 숨겨져 있었다면  
그래서 일본군이나 마적단을 무찌르는 과정을 귀시장에서의 전투분위기로
클라이막스를 시가전으로 배치시켰더라면
전체적인 만족감은 더욱 커졌을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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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판에서의 추격씬도 그렇습니다.
무수히 많은 엑스트라와 말들이 나자빠지면서 포탄도 뻥뻥 터지지만
[단순히 어느지점으로 이동하는 도중의 추격전]이 [황량한 벌판]에서 펼쳐지므로
액션 내용이 상당히 다양하고 반복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개인적으론 만족하지만)
지루하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송강호는 왜 석유를 못알아봅니까?

보물의 정체를 유전으로 한 가장 큰 이유는
(보물찾기 영화는 결국은 보물을 그다지 손에 넣지 못하는 결말이 정석이듯이)
[눈앞에 보물을 두고도 그 가치를 모르는 아이러니]의 재미를 주기 위함이겠지요.

물론 그시대엔 석유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송강호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데요?
휘발유를 넣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석유는 모른다?


물론 시대적 상황이나 송강호가 처한 상황에서
그가 유전 채굴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거기에서 부를 이끌어내는건 여러모로 어렵겠죠.

그렇다고 "이러이러한 이유때문에 내겐 금화상자가 낫지 이런건 보물도 뭣도 아니야"라고
설명을 해서야 이런건 재미가 없고요.
결국 재미를 위해서 송강호는 저게뭐여? 할 수 밖에 없엤겠지만
또 관객도 그순간 모두 재밌었겠지만
조금 지나니 이점도 좀 걸리네요.

아무튼 [결국은 손에 못 넣는 보물]로써 [유전]은 참신한 아이디어였지만
좀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군요.



5.
스토리...가 단순한 감은 있지만,
역시 이게 스토리를 강점으로 미는 영화도 아니고 욕먹는건 우습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본 문제점은 대략 이 세가지군요.
보물이 유전이라는 설정이 야기하는 몇가지,
이병헌과 정우성이 이끌어내는 이미지의 상반됨과 송강호의 깊이.
그리고 액션의 순서.

한가지로 말하자면
셋에게 동등한 비중을 주려고 한 시도가 가장 영화를 망치게 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부터가 실수죠.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보다는
정확히는
쿨한놈 악독한놈 괜찮은놈 이겠죠...
그래서는 어감이 이상하니
멋진놈 지독한놈 재밌는놈 정도로 해 둘까요?

그보다는 역시
[캐릭터가 아닌 액션이 강점이다]
라는걸 드러내는 제목이 더 좋겠지만...


그리고 포스터의 카피. [딱 한놈만 살아남는다!]

개인적으로 전 이런거 무지 싫어합니다.
왜 거짓말을 하고 그래요.
이런건 처음엔 관객을 끌지만 입소문을 안좋게 나게 한다구요...




어쨌든 상당히 재밌게 봤고 DVD 나오면 꼭 살겁니다.
별 다섯개 만점에 저는 네개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1000만은 좀 무리일듯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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