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라는 작품 자체를 생각해보면 항상 주제는 한 가지였습니다. 인류의 미래를 지켜라.
그건 일종의 오로라를 만들어내고 작품 전체에 스며들었죠. 그 주제는 터미네이터가 자아냈던 어떤 다른 것들보다 먼저, 무게감을 만들어냈습니다. 3편은 솔직히 그 전편들의 분위기야 니들도 알잖니 따라와 하면서 날로 먹으면서 액션만 채워넣던 고약한 작품이라고 생각되네요. 그래도 멸망의 날이 왔다는 엔딩 자체는 건졌지만.
그 무게감이 완전히 제거된 상태에서 어떤 주제를 넣을 것인가. 시나리오 작가들은 2편의 교훈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건 바로 기계도 인간처럼 될 수 있다는 상황. 그것까지 비벼넣고,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반전들까지 집어넣는 것도 괜찮았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죠.
감독, 맥지.
화면이나 액션의 합은 미녀삼총사보다야 낫지만, (안나으면 정말 주거야 하고)
트랜스포머2의 예고편보다도 못 미 친다고 할까,
일단 기계와 싸우는 미래세계가 되었다면 시간차를 어느 정도 감안하더라도 2편의 초반부에서 보여주는 정도의 압박감은 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초반부 장면도 그다지 대박이지는 않았죠. 나름 전쟁영화들을 참고했다고 하는데, 솔직히 전쟁영화가 아니라 2편의 초반부만 참고해도 셀베이션의 초반부는 훨씬 더 좋게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네요. 거기에 라이언 일병 구하기 정도의 초반씬까지 합한다면 훨씬 더. 그런데 전쟁영화 참고 했다는 인간에게서 고작 나온 참신한 게 헬기내부씬 정도 밖에 없다니......-_-
그런 것부터 시작해서 맥지는 왠지 그나마 깔끔하게 뽑힌 시나리오에서 좀 더 리듬감을 살리는데 실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편이 지금 다시 보면 중간중간 늘어지는 것 같아도 결국 그 늘어진다고 생각되는 부분들 때문에 액션에 무게감이 생기는 것과는 대조적이죠. 새라코너가 힘들어하고 어린 존 코너와 터미네이터의 관계 설정 등이 필요했던 그런 차분한 감정이 없는 터미네이터는 3편과 다를 건 딱히 없죠.
예를 들면 지금도 아까워 죽을것 같은 캐릭터가 마커스입니다. 도대체 마커스에 대한 무게감 구축이 전혀 되질 않아요. 그냥 스토리가 가고 존 코너가 카일 리스를 구하고 나중에 심장이나 주기 위해서 작동하는 식의 서브 캐릭터 따위로 치부하고 만 듯한 느낌인데, 사실 가장 주제를 표현할 수 있었던 중요 캐릭터가 바로 마커스였던 거죠. 잘만 하면 새라 코너, 존 코너, 아놀드의 삼각편대와도 같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거기다 몇몇 액션씬들은 실소를 유발하기도 하는데, 1,2편에 대한 오마쥬가 너무 심하다는게 단점입니다. 특히 클라이막스 씬들은 1,2편에서 나왔던 수많은 명장면들의 오마쥬로 짜집기한 것까지 이해는 하겠는데, 그 이상을 넘어서질 못합니다. 이건 분명히 맥지의 실책입니다.
그럼에도 신기한게 있다면, 극이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것이고 이것은 크리스챤 베일의 공로가 크다고 생각되네요. 정말 이 극은 코너가 무너지면 인류뿐만 아니라 영화가 다 죽는 상황이었는데, 베일은 자신의 역할을 십분 이상 해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스운 건, 이건 마치 현실세계에서도 터미네이터 그 자체 같다는 겁니다.
배우의 무게감과 특수효과의 화려함이 싸우는 전쟁. ㅋㅋㅋㅋ
사족으로,
맘에 차지 않는 것만 늘어놨지만, 그래도 때려부수는게 좋아! 라면 추천입니다.
사실 터미네이터2 부터는 블록버스터도 나름 메세지란 걸 가질 수 있다는 그 차분함 때문에
터미네이터 보는 눈이 까다로와진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