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절대 크리스티나 리치의 나신 때문에 본 것이 아닙니다! 아니에요! 아니라구요!
쩝......
애프터 라이프의 설정들은 어떻게 보면 꽤나 동양적인 부분들이 있습니다. 사자를 살아있는 것처럼 대한다는 개념이 말이죠.
실상 한국의 무속신앙이나 민간사상을 살펴보아도 이 개념은 꽤나 뚜렷합니다. 무속신앙 안에서 사자(死者)는 먼 여행을 떠나
야 합니다. 그전에 이승에 있던 것들과의 인연을 끊어버리는 것들도 존재하고, 또 죽음으로 인해 불안한 상태를 달래어 저승
으로 보낸다는 개념들도 존재하죠.
이러한 개념의 차이를 서양인들이 표현해 낸다는 것은 당연히 호러스러운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만약 진짜 제대로 사자의
문제를 동양적으로 이해하고 표현하려 했을 때, 애프터 라이프의 표현영역들은 상당한 힘을 가지게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애프터 라이프의 진짜 논란거리는 다른데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JJ에이브람스와도 맞먹는 낚시질의 문제랄까요.
영화는 시종일관 장례사의 말이 진짜인가 아닌가에 시선을 맞춥니다. 하지만 어떤 게 진실이고 어떤 게 거짓이라고 명확히 판
별될만한 힌트 자체를 거의 주지 않습니다. 그나마 마지막으로 유추해 볼 수 있는 부분이 마지막 장면이긴 한데, 이 장면마저
도 딱히 답을 주지 않지요.
이러한 영화와 비슷한 것으로, 인셉션에 영감을 주었다는 혐의를 가진 엑시스텐즈가 강하게 떠올랐습니다.
엑시스텐즈도 가상현실게임을 사람이 하고 있으며, 기계나 사람 둘 중의 하나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뫼비우스의
고리처럼 계속 순환하는 양상을 띄는 형식이죠. 끝내는 거기서 벗어났는지 못벗어났는지에 대한 문제도 있구요. 마지막까지
도 못벗어났다는 메세지를 전해주는 듯한 느낌입니다.
엑시스텐즈가 이런 과정에서 전형적인 스토리 구조에 도전하는 만용(?!)을 저질렀다면, 애프터 라이프 그것보다는 지향하고
자 하는 순도도 이야기의 밀도도 낮습니다. 오로지 스토리를 끌어가는 기술적인 문제만 남아있는 상황에서, 여주인공의 캐릭
터가 끌어가는 갈등에서 포기까지의 라인이 의외로 매끄럽지 못하고 충분히 설명되지 못하는 상황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지
요. 초기에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캐릭터라는 문제도 만만치 않구요. 거기에 꼬마 캐릭터가 하나 붙었는데도 엔딩에 도달하기
까지 라인의 밋밋함은 더 큰 문제입니다.
편집의 템포를 엄청 빠르게 해놓았다면 정말 대단한 작품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수도 모른다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