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시사회 덕에 봤습니다. 낄낄낄.
문득, 요즘 발간중인 서적 하나가 떠오르더군요. 스님의 주례사. 그 선전문구가 기억하던대로 옮겨보면.
"자꾸 배우자에게 덕을 보려고 하니까 결혼생활이 유지가 안되는 겁니다. 상대방에게 덕보기 보다는 뭐 하나라도 베풀고 해주려고 하면 결혼생활은 저절로 유지가 될겁니다" 라는,
정확하게 옮겨지진 않았어도 대강 이런 뜻의 말. 하지만 역시, 덕담이란 그 말대로는 다 안되는 게 세상살이이기 때문에 덕담인 거겠죠. 인간이 3대 성인이 아닌 이상, 결국 배우자 덕은 보고 싶은 게 사람 심리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덕담에 관해 집착하고 갈등하는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그렇다고 그 갈등들이 무겁진 않습니다. 만화처럼 가벼운 수준이라 입가에 미소를 띄우게 만들 정도는 됩니다. 손목시계같은 기계에 의해 덕담이 현실이 되는 것일뿐.
다만 그 뿌리가 되는 덕담은 동양권과 전혀 틀린 이야기입니다. 노력이 없어도 서로가 원초적 필링부터 잡아땡겨져서 해필리 에버 애프터 할 수 있는 사랑. 그런게 과연 가능할까요.
이 영화의 미덕이라면 역시, 타이머라는 기계로 치환되는 '사랑에 대한 강박관념들'을 무리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것 정도가 될 겁니다. 다만, 그것이 '미쿡' 기준이라는 점이 좀 거북살스러울 뿐, 그것도 대강대강 넘어가면 무리는 없습니다. 다만, 이 영화의 부덕의 소치라 말할 수 있는 건, 그 타이머에 영화도 같이 집착해버린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뭐, 이것도 이해 못할 것은 아닙니다. 애초에 타이머라는 기계가 세상을 그렇게 바꿔놨으니 어쩔 수 없다, 라는 베이스가 깔려있는 상황에선 말이죠. 그런데 이게 자승자박이 되는 느낌이 강합니다.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한 자유의지를 인정하기에는 타이머라는 설정이 마치 곰덫처럼 시나리오 전체를 물고 놔주지 않아버린 형국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해필리 에버 애프터,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개념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타이머라는 것도. 하지만 그런 두 인생이 해필리 에버 애프터하도록 놔두지 않는 수많은 태클들이 있기 때문에 사랑에 관한 드라마들이 범람하고 소설이 쓰이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거죠.
수많은 사람들은 보수적이고 평온한 사랑보다는 격랑의 사랑에 대해 더 갈망하는 경향들이 있습니다. 그걸 현실에서 이룰 수 없기 때문인데, 수많은 로맨틱 코메디들이 그래왔듯. 이 영화도 그런 미덕을 보여줬어야 합니다만, 타이머라는 것이 만들어놓은 보수적인 세상에서 캐릭터가 선택할 것은 아무리 봐도 영화가 선택한 엔딩 이외에는 없더라는 거. 이게 참 골때리는 부분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놈의 엔딩이 개인적으론 참 어지간히 맘에 안들더라 이 말이죠 ㅋㅋㅋㅋㅋ
오히려 이런 부분에선 차라리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나 <천년여우> 등에서 한 수 배워야 하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사족으로:
천년여우는 고인이 된 콘 사토시 감독의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입니다.
개인적으로 콘 사토시 감독의 작품들은 상당히 강추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