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액션류의 영화들을 볼 떄는 대체로 상황이 딱 보이게 마련입니다. 어떤 영화들은 멋지기도 하고 씹어볼만한 알맹이도 있습니다. 어떤 영화들은 멋지기만 하고 알맹이는 가볍습니다. 어떤 영화들은 멋지기만 하고 알맹이가 아예 없기도 합니다. 가장 최악은 멋지지도 않은게 알맹이도 없는 영화들입니다.
그럼 써커펀치는 어디쯤인가, 라고 물으면, 사실 좀 독특하긴 합니다. 멋지기는 무지 멋집니다. 액션만으로 따지자면, 당최 로봇들끼리 싸우기만 하면 피아구분이 잘 안되다시피 하는 마이클 베이의 화면 구성력이나 편집보다는 훨씬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확실히 뭔가, 저패니메이션 적인 화면구성이나 느낌들은 그 때까지의 잭 슈나이더보다는 좀 희한하기도 했고, 총과 칼을 함께 쓰는 액션의 느낌이라는 부분에서는 개인적으로 공부도 되었습니다.
그렇게 멋진데, 그럼 알맹이의 부분은 어떤가의 부분을 말하라고 한다면, 글쎄요.....이건 있다가도 없는 듯 없다가도 있는 듯 허허실실이라고 말을 해야 할지, 제목에 써진 것처럼 있는 척이라고 해야 할지.....애매모호한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이 영화의 구조상에서 가장 비견될 수 있는 영화가 하나 떠오르는데, 그것은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판의 미로입니다. 이 영화의 구조상만으로 따지면, 판의 미로에 나오는 여자아이에게 세라복을 입히고 칼과 총 쥐어주고 온사방 뛰어다니는 거나 마찬가지.......까지 되면 다행인데 그보다 등급은 더 낮은 매력의 골조들이 채우고 있는 형국이랄까요.......
가장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은 역시 그 액션을 활용하는 구조상의 문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액션 하나는 정말 끝내주는데, 그것을 보여줄 때는 꼭 스토리 자체와 따로 분리되어 개인의 환상이란 액자구조로 기어들어갑니다. 액션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액션 자체를 아예 환상이라고 못박는다는 거죠. 그렇게 따지면 뭐 매트릭스는? 이런 질문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건 차원이 틀린 이야기지요. 매트릭스는 전뇌공간과 현실공간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처지이고 그것을 잘 활용하지만, 써커펀치는 그런 것도 아니고 완전히 액션 자체만이 환상속의 그대이니.....
이렇게 되면 아무리 액션이 멋있어도 그것을 받쳐주는 책받침의 품질이 적당하지 못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책받침을 써본 세대만이 알 수 있는 그 품질 차이......적당한 속의 물렁함과 겉표면의 딱딱함이 공존하는 상황을 유지하지 못한 채 아크릴판만큼이나 매력없는 필기감(?)을 전해준다는 것. 써커펀치의 약점은 이렇게 비유를 해보고 싶네요.
대체 왜 그렇게 스토리 자체와 유리된 감각의 액션을 추구한 것일까도 거시기(?)했지만, 그런 괴리감이 생기다 보니 주제의식은 나레이션으로 못박아야만 겨우 설 곳을 찾는 영화적인 조악함 등등에서 그닥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다는 부분, 이게 액션 자체의 힘과 상충하는 부분이라는 것. 여기서 이 영화의 이질감이 증폭되는 것은 아니었을까,
나름대로 추측해봅니다.
그냥 좀 압축하면,
뭔가 주제있는 척이 오히려 액션의 쾌감을 더러 깎아먹는 모양새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흠.
사족으로,
써커펀치의 액션은 정말 감독이 얼씨구나 좋다능 하면서 만든 액션이라는 게 눈에 보이더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