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타락천사

늑대본능 작성일 11.04.28 21: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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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후 신세대 작가 무라카미 류는 “한 없이 투명에 가까운 불루”를 통해 타락한 인간 군상에 짙게 깔린 순수를 표현했고, 거장 무라카미 하루키는 “노르웨이의 숲”에서 방황하는 젊음을 노란빛깔 우울로 터치했다..

이런 색책감을 더한 순수는 왕가위 감독의 95년 화제작 “타락 천사”에서 비오는 날 커피를 마시는 듯한 슬픔으로 잘 표현된다.

1-간략줄거리

왕가위는 주인공 5명에게 타락적 군상의 5가지를 대입시키면서도 그들 내면에 숨겨진 천사를 절제된 은유 화법으로 포착해나간다.

킬러 지민(여명)은 동업자인 제이(이름이 안나온다.-이가흔)의 사전조사로 범죄 장소와 시간을 배정받고 일을 한다.
지민은 간혹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의 형식적 인사에 답해 몇 푼의 돈과 아이스크림을 주고 섭외한 사람들과 찍은 가짜 가족 사진을 보여주며 인사를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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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는 늘 몸에 달라 붙는 슈미즈 스타일에 그물망 스타킹, 담배를 즐긴다.그리고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머리를 내린다.그녀는 지민의 일을 돌봐주면서 그가 없는 틈을 타 그의 방에서 그의 체취를 즐긴다. 그리곤 흔적을 지우고 쓰레기 통을 뒤져선 그녀의 방에서 최근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핀다.이것이 그녀의 사랑법이다.

제이가 기거하는 여관엔 주인 홀아비와 벙어리 아들 “하지무”(금성무)가 살고 있다.
하지무는 다섯 살 때 유통기한이 지난 통조림-중경삼림에도 연관된다.-먹은 후 벙어리로 살아간다.돈이 궁할땐 그는 밤마다 타인의 가게를 열고 들어가 가짜 주인 행세를 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강제적으로 손님으로 맞는다.한편 살인을 하면서 현장에 있던 아이를 살려준 지민은 점차 나약해져가는 자신을 느낀다. 그러다가 아르바이트로 대신 돈을 징수하는 일을 해주다 총탄을 맞은그는 이제 떠나야함을 느낀다.제이에게 만날 것을 제의하고 그녀가 나타날 술집에 그의 메시지를 남긴다.제이는 그의 이별메세지가 담긴 주크박스 선곡 1801번을 들으면서 심한 상실감에 오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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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깊은 상실감에 잡혀있던 지민은 비내리는 거리에서 금발의 염색을 한 여인 제나(역시 이름이 없다.)를 만난다.

한편, 계속 가짜 주인 행세를 하던 지무는 애인에게 채인 여인 미스 양(양채니)를 알게되고 사랑을 느껴간다.

그러나 미스양에게 있어 지무는 곧 잊혀질 존재일 뿐이며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음으로 이별을 고한다.상실감에 빠진 지무는 허탈한 웃음으로 대신하며 일본인 사토의 일식집에 일하게 된다.

그곳으로 지민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와선 사토에게서 많은 조언을 듣게 된다.
그러나 지무가 틀은 주글박스 1810번을 듣게 되자 다시 이곳으로 오지 않으리라 결심한다.
계속 지민을 찾아다니던 제이는 지하철에서 지민의 향수를 갖은 제나를 만나게 되고 그를 만나게 해달라 한다.
비오는 날 지민와 제이는 그들이 일을 시작한지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그날 제나에게 이별을 고하는 지민의 말에 슬픔을 주체할수 없어 울음을 터뜨리는 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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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의 마지막 부탁으로 일을 실행하던 지민은 그가 장소를 선정하고 시간을 맞추지만 결국 장소배정 실패로 적들의 집중 총탄세례를 받게된다.
“사람은 자신없는 일은 하지말아야 한다.”라는 독백과 함께 숨을 거두는 지민.
사토가 아들에게 보내는 생일축하 비디오 테이프 촬영에 감동을 느낀 지무는 그날밤 아버지의 모습을 촬영한다.지무에게 화를 내면서도 사랑으로 가득찬 아버지의 모습을 짙은 담배 연기로 감상하며 우울한 기쁨에 빠져드는 지무.
몇일후 아버지는 사망하고 지무는 유품을 정리 하면서 자신이 촬영한 비디오테이프 속의 아버지를 보면서 슬픔과 그리움에 빠져든다.
어느 식당에서 상실감속에 스파게티를 먹는 제이와 싸움을 하다가 피투성이가 된 지무는 서로의 감정이 교류하게되고 이별이 약속된 긴 터널을 오토바이로 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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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감상평

이 영화는 왕가위감독이 홍콩 밤거리를 걷다가 타락한 자신속에 천사같은 순수를 발견한 후 만든 영화답게 동화적인 요소로 가닥찬 영화다.

지민은 비록 킬러지만 세일 목적을 위해 접근한 동창의 부탁에 마음쓰고,제이에게 이별을 말로 못해 주글박스로 대신 한후 쓰린 감상에 젖어 방황하는 모습,그리고 비오는 날 만난 제나와의 이별속에 그녀의 행복을 기원하는 대사는 살인을 하지만 타인들은 알지 못하는 순수로 가득찬 천사임을 보여준다.

제이는 지민에게 사랑을 느낀후 스스로 그들간의 묵시-감정교류-를 깨뜨리려 한다.그의 체취를 살펴보기위해 그의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지하철에서 혹은 그의 단골술집에서 고혹적인 모습으로 마음을 나타낸다.탕녀같은 모습이나 순수한 일편 단심같은 마음이 전해진다.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동업상의 원칙인 감정을 갖지 않는다는 규약이 깨짐에 따라 슬픈 결말로 내닫는다.


비오는 날 만나고 헤어지는 제나는 오래전에 지민과 이미 만남과 이별을 경험했다.“제가 왜 금발을 하는지 알아요?사람들이 잊지 않기를 바래서예요.사람들이 절 기억했음 해요.”
“뭐라고요.그럼 왜 절 따라 왔죠.가버려요.” 그녀는 지민의 팔을 물어버린다.
“무슨짓이야?” “흥,좀 지나면 당신은 절 잊어버리겠죠.하지만 그 팔의 상처를 생각할 때 마다 절기억할거예요.” 그런 뒤 동물같은 울음을 터뜨리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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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녀의 천진한 대사와 행동에서 느끼듯 일순 천박하며 이별에 둔감할듯한 캐릭터이지만 누구보다도 외로움과 상처에 민감하고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앨리스임을 짐작한다.

비오는 날 그 비를 바라보며 기쁨에 겨워 환호를 지르는 그녀에게서 곧 눈물같은 비처럼의 이별을 예감한다.개인적으론 가장 사랑스런 캐리터다.“어서 그녀가 종착역으로가 진짜 사랑을 했음한다.”이런 지민의 쓸쓸한 대사에서 그녀에 대한 애정을 느낄수 있다.

지무는 괴팍하면서 제 멋대로인 전형적인 깡패같은 사람이다.가짜 주인 노릇을 한다거나 강제적은 방법으로 손님을 만들거나 아버지를 골탕먹이기등 그러나 그는 한 여자의 종이 같은 슬픔을 공유할수 있으며 친구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벙어리이지만 그의 표현방법은 일반 사람들의 언어보다 더 한층 진솔하며 느낌이 강하다.늘 아버지의 화를 돋구거나 골탕을 먹이는 그이지만 60회 생신을 맞은 아버지를 위해 아버지의 모습을 비디오에 담아 아버지에게 선사한다.
그리고 몰래 아버지가 혼자 비디오를 감상하는 것을 보면서 짙게 담배를 내 뿜으며 쓸쓸한 기쁨의 눈동자를 한 그에게서 부자의 끈끈한 정을 느낄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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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버지가 언제나 살아계셨음 한다.언제나 아버지가 나를 돌보기를 원한다.그러기에 난 어른이 될 필요가 없었다.”그에게 있어 아버지는 이 세상에 하나 뿐인 의지였다.아버지의 사후 비디오 테입장면중 아버지가 요리를 하며 웃어버리는 장면만을 반복해서 보는 그의눈물없는 슬픈 눈동자의 미소에서 더할 나위 없는 동정과 사랑을 주고픈 천사다.

“난 언제나 사람과의 마찰을 피하지 않는다.왜 피하겠는가?그것은 새로운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기회다.”피투성이의 얼굴로 담배를 피우며 독배하는 그의 자조적인 모습에서 상실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를 볼수 있다.

미스 양은 이기적이며 자신의 범위내에서 선.악을 구별하는 여인이다.모든 것을 자신에 맞추어 생각하는 여인으로 자신의 화를 표출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 금아령-나중엔 금발령으로-을 쫓아다닌다.그후 지무와 헤어진 후엔 그를 기억도 못한다 .

이 영화가 기억에 남는 것은 이런 캐릭터들이 묘한 뉘앙스와 퇴폐적이며 슬픈 삽입곡들과 함께 전율적인 하모니를 이루기 때문이다.

주크 박스앞에서 흐느적거리는 고혹적인 이가흔의 연기와 비오는날 환호하는 제나.하늘을 보며 숨을 거두는 지민.자신의 존재를 기억하지도 못하는 미스 양앞에서 춤을 추는 지무.....

“이 길이 끝나면 우린 곧 헤어져야 함을 안다.그러나 오늘 밤만은 이대로 있고 싶다.”

이별의 끝이 이 도로가 끝나는 순간임을 알면서도 오늘을 사랑하리라는 제이와 지무는 새벽을 가로지르며 눈물겹도록 노란 자유를 느낀다.

오늘도 밤 거리에서 방황하는 타락 천사들을 위한 시.

이게 20세기 후반 동양적인 포스트 모던니즘의 완성 “타락 천사”이다.
“사랑했단 말을 기억하지 못하나요.깊고 굳은 그 맹세 어디로 사라져버렸나요.그대여 떠나시려면 아무말없이 가세요.이별의 말은 너무나 슬프답니다............”
주크 박스 1810번의 '망키타' 노랫말처럼 오늘을 살아가는 슬픈 타락천사들을 위한 시를 완성시킨 왕가위에게 아직도 갈채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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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늑대본능 

사         진: 불펌 

사 진 효 과 : 늑대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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