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럴해저드, 우리나라 말로는 도덕적 해이 라고 표현합니다.
말 그대로, 도덕적 책임감이나 양심이 전무한 상태를 이야기합니다.
이걸 보기 전에 월스트리트2-머니 네버 슬립스를 먼저 보시는 것도 좋을 겁니다.
한창 미국의 불황 소식이 터지던 2008년에서 2009년 쯤, 미국의 어느 금융기업 사장이 책임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한편으로는 동정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도대체 어느 정도이길래 자살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까, 그 이면의 사정들을 알고 싶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 영화에 출연하는 인간들이 그 뉴스를 보고 어떻게 생각했을까도 대강 짐작이 가더군요. 아마 낄낄거리며 비웃었겠죠.
다큐멘터리라는 부분으로 영화를 주목해보면, 이 소재로 마이클 무어는 절대로 못만들었겠다, 이런 느낌입니다. 마이클 무어는 특히 선동에 강한 편집을 잘하는 느낌인데, 이 다큐멘터리는 주로 인터뷰에 치중하며 금융권에 빌붙는 그들의 뻔뻔함을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오히려 찍고 있는 쪽이 순수해서 되려 언설적으로 공격을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린스펀 같은 핵심적인 인사들은 아예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대부분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사람들은 거의 거절했고, 인터뷰를 하던 사람들도 묵비권, 앞뒤 안맞는 변명, 말을 꼬아서 하기 등등으로 얼버무립니다. 영화가 전하고 있는,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금융권 거품불황의 책임이 있는 자들이 불황이 터지고 나서 자국내 수천만명과 전세계가 고통을 받고 있는 동안 벌어간 액수입니다. 이쯤 되면 어디 가서 총맞아 죽어도 할 말 없는 인간들이죠.
그러나 이 영화의 진짜 공포스런 모습은, 특히나 금융법의 개악이나 저축은행 상황이 터지고 있는 현재의 우리나라 상황과 전체적인 모습들이 너무나 닮아있다는 데 있습니다.
부시 정부 때 불황사태 조짐들이 보이고 평가등급의 거짓들이 뻔히 보이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던 래리 서머스, 밴 버냉키, 행크 버튼, 팀 가이트너를 중책에 다시 기용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모습은 imf사태의 주범 중 하나인 강만수를 재정경제부로 다시 앉히는 모습과 겹쳐질 때 공포를 느끼게 합니다. 그 강만수를 위시한 패거리가 주장하고 있는 것들 역시 이 영화 속에서 앨런 그린스펀이나 그 패거리들이 하고 있는 모습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현재 한국은 그런 사람들의 주도 아래 메가뱅크를 만든다는 소식도 계속 들려오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불황의 시장 속에서 기업이 합병되면서 이런 메가뱅크들이 만들어졌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부 주도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황당무계함마저 느끼게 만들죠.
강만수 같은 사람들이 노리는 건 결국, 다큐멘터리 속에서 이 월스트리트를 둘러싼 사람들이 노리고 있는 것과 별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이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묘미라고 생각되네요.
나레이션을 맷 데이먼이 했다는 것도 나름 특색이 있습니다. 83회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 수상한 영화입니다.
사족으로.....
정말 미국의 교육수준이란 것이 얼마나 엉망진창인가도 유추가 되니 더욱 공포스럽습니다......
제대로 교육받았다면 이딴 파생상품이나 스-왑질에 의심이라도 해보고 휘말리지 않았을 겁니다만.......
그런데 여기엔 대학교 등록금 이야기도 스쳐지나가더군요.
어쩌면 이렇게도 판박이 세상이 되어갈까, 더더욱 무서워집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