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세계관 하나는 죽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화폐인 세상, 누군가가 시간을 착취해가는 세상이라니. 이 설정 자체는 개인적으로는 현재 미국 내에서 오바마의 부자세금올리기론과 공화당의 부자세금못올려론의 용호상박으로 인한 상황들을 재밌게 매치시킬 수 있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그럴싸한데, 이야기는 어떻느냐........
일급수와 동해에서 갓잡아온 싱싱한 해산물과 청정지역 한우 꽃등심살 딱 모아놓고
그만 동네분식집 라면이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군요 -_-;;;
조금 더 다른 말로 하자면,
군데군데 재료는 맛있는데 전체적으로는 대강 끓인 라면이라는 해괴한 상황이 되기도. -_-;;;;
구조적으로 따져보자면, 기승전결로 놓고 볼 때 기에서 승 초입, 주인공에게 동기를 부여하게 해주는 부분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도망자가 된 그 이후부터가 당최 뭘 이야기하려는지조차 모를 지경이 되었습니다. 사회를 전복시키려고 맘먹은 놈이 보니 앤 클라이드 같은 짓으로 일관하며 추적플롯만 따라간다는 건 상당히 밍숭밍숭하기 짝이 없습니다.
특히, 백만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라는 순간까지의 이야기 전개가 느슨하고 무의미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리 쫒기고 저리 쫒기며 좌충우돌 하다가 최소한 백만년 정도는 있어야 돼! 라는 뜬금없는 말이 나오면서 또 일사천리로 직행하기 시작하는데, 그 백만년 시간의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쌓이는 과정이 논리비약적이니 클라이막스도 김빠지기 이를데 없습니다.
거기다가 의적이라는 요소를 집어넣는데, 그 의적이라는 요소도 가만히 보면 그 세계관에 재앙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들이 하는 일은 그 세계관의 경제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감독이 경제학적인 생각이 없었던 건지 시나리오 작가가 멍청했던 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비록 자유시장경제를 가장한 계획경제의 형태라 하더라도 말이죠. 더 큰 문제는, 그 세계관 내의 사람들이 당최 사회란 것을 부정하는 기운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때문에그 영화의 세계관에서 시간을 돈으로 다시 현실세계에 치환해 봤을 때, 주인공이 한 일이란 끽해야 누군가가 예금해놓은 돈을 길바닥에 뿌려버리는 범죄스러운 일이 전부이니 세계관 설정상으로도 말이 안맞고 몰입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죠.
의적이란 요소에 관객들이 몰입하도록 표현하는게 정말 어려운 겁니다. 왜냐하면, 의적이 상대하는 지배시스템이나 통제체계는 누가 봐도, 명백히, 잘못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말도 안되는 압제체제 (이퀄리브리엄)나 기계가 지배하는 세계 (매트릭스) 정도는 되어줘도 이젠 모자랄 판국인데, 인타임의 세계관과 지배시스템이 현실세계의 모순점과 그리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면 그만큼 몰입감이 떨어지는 핸디캡을 제거해 줘야 한다는 이야기죠. 그래야 의적이 입지적 정당성을 가지고 자기 주장을 하면서 극을 끌어갈 수 있게 되니까요.
또 다르게 말하면, 아까운 부분이 많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 깔아주는 아버지의 부분, 미닛맨의 부분, 킬리언 머피의 캐릭터, 여주의 아버지 캐릭터 등등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다만, 똑같은 두 장면을 겹쳐써서 주인공의 추락과 클라이막스를 표현한 것만큼은 정말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이긴 합니다. 그 부분은 찡하더군요.
사족으로,
고친다면,
1. 아버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레지스탕스였었다
2. 킬리언 머피가 아버지의 친구이자 그를 잡아넣은 사람이었으며, 킬리언 머피는 고뇌하고 있음에도 그 둘을 쫒다가 막판에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3. 영생 경제인 집단을 현실과 비슷하지 않은 좀 더 마피아적인 면모로 표현해준다
4. 미닛맨이 조직적이고, 아버지가 속해있던 레지스탕스 집단이 주인공 남녀를 도와 미닛맨들과 한 판 대결을 펼치며, 실은 미닛맨도 부유층과 결탁되어 있다는 등이나.
5. 타임키퍼가 좀 더 폭압적인 면모들을 가지고 있다.
라는 부분들로 고쳐보고 싶군요.
(그럼 이퀄리브리엄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