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특징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밀덕들에겐 축복이나 다름없는 영화"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차대전 전함 미조리호의 포 장전, 엔진 구동방식, 모든 디테일 살리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현대 구축함의 전술 운용 방식과 그것들을 이용한 머리 싸움 등등이
이 작품의 백미니까 말이죠. 정말 그 디테일들을 보면서 혀가 내둘러졌네요.
정말 보는 내내, 작가가 아주 자료를 제대로 구성하고 제대로 사용하고 있구나, 라는 점이 팍팍 느껴집니다.
(그 노인분들 진짜 미조리호 탑승자들인지도 궁금)
그렇다고 이 영화가 마냥 밀덕들을 위한 영화냐면 그렇지도 않은 것이,
시나리오의 기본은 잘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캐릭터를 완전한 찌질이로 만들어 놓았다가 그 캐릭터가 모험을 만나고 변화해 가는 모습의 설득력이
어느 정도만 되어 있어도 사실 스토리는 지루해지지 않습니다.
이걸 모르는 마이클 베이나 맥G 같은 놈들이 망쳐놓은 영화들과 배틀쉽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감정선을 건드리는 사건과 그 이후 이성의 영역인 전략전술 싸움으로 흘러가는 부분에서도
상당히 매끄럽고 좋습니다. 다만 감정선을 건드리는 부분(형의 죽음 부분)의 연출력은 못내 아쉽습니다.
이런 성향은 이 작품의 원작이 하스브로의 옛날 보드게임 배틀쉽이라는 점도 크게 한 몫을 했다고 봅니다.
(영화 중간에 이런 보드게임 느낌을 나게 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거기에 도덕적 당위의 설정 자체가 독특하긴 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미군이 먼저 발포를 하고 있고 외계인이 그에 대해 방어대응을 하는
상당히 희한한 논리가 버티고 있다는 부분인데요.
외계인은 절대로 민간인이나 저항의 의사가 없는 경우 건들지 않는 젠틀함을 보여주고 있어
항상 저 개쉐들이 먼저 악독하게 선빵날렸기 때문에 싸운다는
그놈의 미국 정의 공식을 무시해버렸다는 점에서도 독특했습니다.
여러모로 남자관객들에게는 보드게임을 즐기는 듯한 느낌의 부분들이 살아있어 어필할 부분이 많지만,
여성관객들에게 이런 부분이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상당히 지루할 수도 있을거라 사료됩니다.
사족으로.....
1. 배의 모양이라든가가 비슷해서 그런진 몰라도,
미조리호 출항의 시퀀스는 왠지 우주전함 야마토가 생각나 버렸습니다.....특히 욱일승천기가 계속 보이다 보니 -_-
2. 일본을 큰 축으로 끼워넣는 부분에서는 왠지,
일본의 완구시장을 노리는 하스브로의 꼼수 같은 면도 적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아무래도 시장규모가 시장규모다 보니 말이죠. ㅎㅎ
3. 굳이 흠결을 잡자면, 그렇게 광대역의 자기장 방어막을 형성할 줄 아는 외계인들이
왜 자기네 함선의 방어막을 형성하는 장치는 만들지 못할까, 라는 설정상의 틈새가 있지만
뭐 이거야 대응논리를 만들자면 얼마든지 말을 만들 수 있는데다
그런 것은 크게 느껴지지도 않게끔 연출력이 흥미진진하게 해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