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세에 노화가 멈추고 1년의 시간을 부여받는다.
이 세계에서는 시간이 다 돈이기 때문에
시간 3분으로 커피를 사고
2시간을 내고 버스를 타고
59년쯤 내면 스포츠카를 탈 수 있고...
뭐 이런 식이다.
빈민가의 아이들은
25세가 되자마자 부모가 진 빚을 갚기 위해 1년을 몽땅 써버리고
결국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하루살이 인생이 되고 만다.
시간이 0이 되면 그 자리에서 심장이 멈춘다.
빈민가의 거리에는 시간이 없어 죽어버린 시체가 즐비하다.
그에 비해 수천억년을 쌓아둔 최상류층 부자들은
자기들만의 구역에서 수십명의 보디가드들에 둘러싸여
안전하고 고급스러운 삶을 영위하고 있다.
시간이 더 필요하면 빈민가의 물가를 하루아침에 상승시키고
누군가에게 빼앗은 시간들로 점점 더 부자가 되어간다.
이 남자,
눈앞에서 엄마를 잃었다.
이틀치의 대출금을 갚고 1시간 반을 남겨서 버스를 탄 엄마.
버스비가 두시간으로 오른 것을 모르고 차에 올랐다가 승차거부를 당한다.
아무도 차를 태워주지 않고
아무도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아들이 기다리는 곳까지 걸어서 두시간.
아들을 만나 시간을 충전받으면 되지만
남은 시간은 한시간 반.
엄마는 그야말로 목숨 걸고 뛰어간다.
버스에서 엄마가 내리지 않자
아들도 엄마에게 닥친 위험을 감지하고 미친 듯이 뛰어간다.
생명을 건 질주.
눈앞에 서로를 마주보며
필사적으로 달리지만,
단 1초가 모자라 엄마는 죽고 만다.
아들의 품에서 그대로 절명하는 엄마...
사람들은 몇분, 몇시간을 위해 강도질을 하고
10년을 가진 사람은 살해당하기 일쑤다.
이 남자, 엄마를 앗아간 시스템에 복수하기 위해
최상류층으로 파고들어가는데...
목숨을 건 도박,
그리고 거기서 만난 한 여자...
너무 많이 가져서
가진 걸 빼앗길까봐 세상에 담을 치고
자유를 잃어버린 극상류층의 삶.
부익부 빈익빈.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놀라운 은유를,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는, 그럴 수 밖에 없는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기막힌 설정이지만...
결국은 용두사미.
흘륭한 아이템을 끝까지 소화하지 못한다.
그래도 중반부까지는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로 흡입력이 있다.
장발장을 쫓던 자베르 경감을 연상시키는 집념의 타임키퍼는
그가 지키고자 하는 것이 신념이나 공익이 아니라
결국 돈, 시간, 시스템이기 때문에 존중이 안 되고
남자에게 반하는 여자는 설득력이 부족하고
그들의 강도행각은 어이가 없지만
우리가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낭비하고 있는가,
모두가 소중한 것을 잃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여러가지를 돌아보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