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아닙니다. 죄송해요.

케이즈 작성일 12.09.12 11:44:45
댓글 6조회 4,477추천 3

한창 때는 하루에 서너개씩 올라오던 게시판이

지금은 뭔가 좀 심심해진 느낌이 들어서 다른 이야기를 써볼까합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중 하나는 보고 감상문을 작성했고,

하나는 다른 분들이 '헐, 대박 실망'이라고 적어놓았으니

마땅히 적을게 없네요.

내일부터는 꽤 재미진 영화들이 나온다고하니 글이 많이 올라오겠죠?

그래서 쉬어가는 의미로(누구마음대로...)

연극 리뷰를 올려볼까합니다.

사실 연극과 영화가 비슷한 점이 많지 않나요?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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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광고에 남자와 여자의 대화가 나오더군요.

영화보고 밥먹고 차마시고. 내일은 차마시고 밥먹고 영화보고.

마땅한 데이트코스가 없으니 만나면 영화는 봐야겠는데,

지금처럼 잘못된 시기를 만나면 볼 영화는 없고, 그렇다고 안만날 수도 없는 미묘한 사태가 발생합니다.

그럴 때 대학로에서 연극 한편은 어떨까 생각합니다.

가격은 물론 좀 비싸요. 영화보다는요.

할인을 해준다고는 하는데, 이상하게 그냥 제값내고 보는 느낌?

이런저런 할인을 다 해주니까 모두 할인을 받고 영화를 보는 거겠죠.

보통 만오천원 정도 하더군요. 비싸죠? 네, 비싸요. 젠장. 그러니 가끔 보는걸 추천합니다.

그런데 이 비싼 돈을 주고 낸 연극이 모두 재미 있느냐, 하면 그게 또 아닙니다.

어떤 연극은 스토리와 멀티맨의 조화가 적절히 이루어져서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는 반면에

어떤 연극은 스토리가 중심이라 자칫 졸아버리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하고,

어떤 연극은 스토리는 나몰라라하면서 멀티맨에게 모든 책임을 맡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멀티맨은 누구냐.

인원에 제한이 있는 연극의 특성상 다양한 역활을 소화하는 배역을 말합니다.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습니다.

보통 주인공들이 스토리를 이끌어간다면, 멀티맨들은 다양한 역활을 소화하면서

극의 웃음 포인트를 잡아주고 관객들이 지치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있는 조미료 역활을 해줍니다.

문제는 이 멀티맨의 포지션이 커지면 커질수록,

스토리는 '이게 뭐임?'이 되고, 멀티맨의 행동은 '어머, 유치해'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웃고는 있지만, 만오천원씩 내고 내가 이 연극을 봐야하나...라는 후회가 생길 수 있는거죠.

최근에 봤던(그리고 지금도 상영중인) 연극을 중심으로 느낀 점을 적어 보겠습니다.

 

1. 내 남자의 혈액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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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인가 봤던 것 같은데, 지금은 배우가 조금 달라졌을 겁니다.

물론 시간이 흐른만큼 스토리가 더 다듬어졌을 수도 있고요.

기본적인 내용은 혈액형 특징에 따른 남자의 행동들을 회상하는 내용입니다.

그렇다고 'A형은 무조건 소심!' 이런 내용이 아니라

그 나름대로 소심해 하는 이유가 있는 등 나름대로 스토리 상에 고심한 흔적이 보였던 연극입니다.
(아마 후기에 '나 무슨 형인데 아주 엿같이 묘사해놨음'이라는 글을 최대한 방지하려는 몸부림이 아니었을지)

큰 스토리가 있는건 아니고, 에피소드 형식으로 '아 그렇구나'하면서 가볍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연극이었습니다.

여자친구(혹은 남자친구)와 사귄지 얼마 안되어서 볼 수 있는 장르가 한정되어 있다면

이 연극을 추천합니다.

가볍게 볼 수 있고, 많이 웃을 수 있고, 상대방의 행동을 한번 더 생각하고 배려하게 해주거든요.

결론은 돈은 아깝지 않았습니다.

이건 별 네개.

 

2. 배고파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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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스토리 중심의 연극입니다.

출연진이 서로 얽히면서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같이 본 상대가 부담스러워서였는지, 아니면 연극이 생각보다 유치해서였는지,

아니면 제가 이 연극에 너무 기대를 하고 가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쉽게 몰입이 되지 않고, 배우들의 상황이 어색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배우들의 문제였을수도 있겠네요.

만약 제가 돈을 내었다면 심히 후회했을겁니다.

이건 별 세개.

 

3. 러브 액츄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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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돈을 내고 봤고, 내가 고른 연극인지라 많이 후회했습니다.

사랑하는 남녀의 기간에 따른 여러가지 상황을 보여준 연극인데,

일단 기본적으로 멀티맨에게 너무 의존을 했던 것 같습니다.

분명 스토리 중심의 연극임에도 스토리보다는 잔재미와 멀티맨을 위주로 내용이 보여지기 때문에

많이 웃다가 나중에는 그냥 좀 무덤덤해지는 감으로 보고 나왔던 영화입니다.

같이 봤던 분도 '좀...'이라고 평했던 것 보면 저만의 느낌은 아니었을 겁니다.

스토리가 다듬어졌거나 배우들의 연기가 달라졌다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합니다만...

일단 지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건 별 두개.

 

4. 시크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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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에서 펼쳐지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관객참여를 많이 유도했고요. 그에 따라서 웃음의 유무가 조금 바뀌기는 하지만

사회풍자를 기본적으로 하는 것 같습니다.

스토리 중심이라고 생각되는데, 아직까지도 긴가민가한 이유는 극 중반부에 나온

원불교 스님이 너무 임팩트를 크게 터뜨리고 가셔서

잔잔하게 마무리를 지어야함에도 불구하고

스님의 여운덕에 사람들이 웃을 준비만을 하고 있었다는게 단점이랄까요.

실컷 웃다가 갑작스럽게 잔잔하게 마무리되었던 것은 스토리의 문제라기 보다는

스님의 존재감이 너무 컸어요.

어쨌든 재미있게 봤습니다.

근데 재작년에 본 것이고, 스님은 그저 단역일 뿐이고, 그 배역이 매번 바뀌기 때문에

지금은 좀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이건 별 세개.

 

5. 수상한 흥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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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보러 들어갔다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연극입니다.

이 연극 이후로 이쪽 소속 배우들(특히 김보람씨)의 팬이 되었고,

후에 내놓는 작품들도 별 고민없이 선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내용은 유령을 보는 청년의 이야기인데,

황당한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연극은 발랄하게 흘러가면서

여러가지로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마무리도 깔끔하게 떨어지는 것이 뒤끝도 없었고요.

스토리와 멀티맨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사람들을 웃기는 타이밍과 감정을 잡게하는 타이밍 조절이 괜찮았습니다.

지금은 2기로 넘어가서 배우들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단... 돈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사진 못 찍은 것은 매우 후회가 됩니다.(포토타임 때)

이건 별 네개.

 

6. 웨딩브레이커(임이랑지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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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무엇보다 김보람씨(가운데) 때문에 본 연극입니다만

정작 김보람씨는 못봤죠. 그날 다른 배역이더군요.

근데 그분이 좀 더 이쁘...

...

어쨌든.

원제는 임이랑지우기였습니다만 지금은 웨딩브레이커로 바뀌었습니다.

내용은 '자신의 존재를 원치않는 미래의 아이가 과거로 돌아가 부모의 결혼을 막는 것'입니다.

제목이 바뀐 이유는 모르겠지만(임이랑 지우기가 훨씬 마음에 드는 제목인데...)

내용자체는 괜찮았습니다.

운이 좋게도 수상한 흥신소 때 보았던 배우들이 주연으로 출연해서 더 반가웠고요.

멀티맨, 멀티걸의 돋보이는 활약과

사랑하는 이에 대해서 조금은 생각하게 하는 연극이 아닌가 싶습니다.

스토리가 조금 황당하긴 하지만, 의외로 이야기가 괜찮게 풀려갑니다.

수상한 흥신소 때에도 비슷했는데...특이한 소재로 잘 푸는군요.

이건 별 다섯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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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기본적으로 별 네개이상 준 연극들의 기준은

'돈을 내고 또 보고 싶냐'의 기준이었습니다.

물론 모든 연극들이 몇번을 보더라도 다른 재미를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첫인상이라는게 매우 중요한지라.

그런 의미에서 제 기억이 맞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번 더 보러갈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매번 같지 않은 연기를 열정적으로 펼치는 배우들에게 박수를.

티켓을 한데 묶어서 호객행위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야유를.

단순히 아르바이트로 보지도 않은 연극을 추천해주는 이들에게는 분노를.

이런 허접한 글을 보고 계신 짱공식구들께는 추천을.

 

이상 영화리뷰 게시판에서 쓴 뻘 글을 마칩니다.

 

덧1. 앞으로는 정말 영화만 보고 올릴게요.

덧2. 악플만은 달지 말아주세요.

덧3. 이게 게시판의 성격에 맞지 않아서 이동이 된다면 어디로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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