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영화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있으므로 영화를 관람 후 읽으시길 권합니다.
1.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꽤 재미있다.
이런 영화에서 메세지나 큰 담론을 원하는 노력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유흥거리로서의 재미를 생각한다면 꽤나 괜찮게 돌아왔다.
‘돌아왔다’라는 말이 중요하다.
3편은 영 별로였었으니까.
기대를 하지 않았던 1편이 큰 성공을 한 후,
기대와 우려 속에 나온 2편이 정말 많이 선방한 영화였다는 것을 증명해낸 것이
바로 3편이었으니까.
2.
4편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3편이 왜 별로였는지를 짚어야할 것 같다.
적어도 4편은 3편의 단점을 보완해서 나온 영화니까.
첫번째는 단순화 된 마석도의 캐릭터.
눈치도 빠르고 빌런을 추적하고 함정까지 팔 정도로 유능했던 1편의 마석도는
2편부터 조금씩 지능이 낮아지는 것 같더니, 3편에서는 모든 스탯을 힘에 몰빵한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단순무식한 캐릭터에서 오는 개그를 잡으려했겠지만,
비대해진 몸과 더불어 무지에서 오는 개그를 던지는 마석도의 모습은 크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두번째는 마석도 원맨캐리의 형태가 강화되다 못해 그게 전부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적어도 1편과 2편은 형사팀이 전체적으로 움직여서 빌런을 추적하고 상대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악당을 체포한다.
특히 1편에서 서사를 쌓았던 형사팀은 2편에서 성장과 동시에 캐미를 보여줬다.
단점은 1편을 봐야 좀 더 캐릭터들과 이들 관계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겠지만,
장점은 1편을 봤다면 이들이 각자 활약하고 당하는 장면에서 크게 몰입할 수 있었다는 것이고
이정도는 시리즈물에서 어느정도 감수해야할 장점이고, 최대한 이용해야하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물론, 과하지 않는 선에서.
세번째는 빌런이 영 임팩트가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15세를 고집하는 순간부터 고민하던 지점이었을 것인데,
그래도 2편에서는 도끼를 마치 둔기처럼 ‘패고’ 칼로 찌르는 장면은 최대한 동선으로 숨기면서
잔인한 장면을 최대한 줄이되, 인물의 연기력과 연출로 악당이 얼마나 잔혹한 인물인지 보여줬다.
하지만 3편은 냉혈한으로 묘사되어야할 주성철이 칼잡이 리키와 비중이 나눠지는 바람에
악당에게 서사를 부여할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다.
메인 빌런이 주성철이 되어야했다면 칼잡이 리키의 비중을 좀 낮췄어야하지 않았나 싶은데,
문제는 비중을 높인 리키 또한 15세라는 한계 때문인지 그다지 잔혹해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4편은 이 단점을 어떻게 보완했는가?
3.
재밌는 점은 3편의 제작이 끝난 직후 4편 제작을 거의 바로 이어서 들어갔다는 것인데,
단점을 보완해서 나왔다는 것은 이미 3편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본인들이 더 잘 알았을 수도 있다.
(혹은 감독의 역량일수도. 3편과 4편은 감독이 다르다.)
무식한 마석도는 지능이 딱히 상승한 것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마석도가 잘 아는 분야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오프라인에서 범인을 추적해서 함정을 파고 잡아내는 것은 마석도의 전문 분야.
그 외의 상식들은 마석도에겐 불필요.
모르는 것들은 깔끔하게 더 잘 아는 상대를 구하는 식으로 보완했다.
이와 연계되어서, 더 잘 아는 상대를 구하기에 자연스레 팀이 꾸려지고 다른 캐릭터가 드러나게 된다.
전작에서 김만재 외에 비중이 거의 없었던 형사 팀은
4편에서 마석도를 적극 서포트하며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마석도 혼자 다 해’가 아니라 ‘팀이 움직이면서 해결하다 마석도가 방점을 찍는’ 그림이 되었다.
또한 3편에서의 단점을 인지해서인지 4편에서는 장동철의 비중을 확 줄여버렸다.
반대로 백창기가 어떤 인물인지를 더 많이 묘사했는데,
그로인하여 관객들에게 ‘이 놈 진짜 위험함’이라고 인지시킬 수 있었다.
또한 마석도를 1:1로는 누구도 못당한다는 설정을 이미 넘치도록 충분히 알고 있었기에
2:1, 성능이 너프된 나이프로 적당한 위기감을 조성했고,
그 위기감이 결국 더 큰 쾌감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단점을 보완했다,로 끝이 아니라 액션적인 면에서는 시리즈 중 제일 좋지않나?할 정도로 좋은 장면이 많았다.
특히 백창기와 그 하수인이 다수를 상대할 때의 장면이라던가
마지막 비행기에서의 격투신이 백미였다.
4.
까메오로 여기저기 나온 반가운 얼굴들을 제외하고라도, 과연 이주빈과 장이수의 합류가 필요했나?하면
영화를 본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적어도 장이수 역할은 꼭 필요했다.
또한 극이 진행되는 도중에 뜬금없이 나온 이주빈과의 케미는
이주빈의 외모가 있었기에 설득력이 있었던 장면 또한 있었기에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은 적절했다.
오히려 이주빈의 분량이 적다고 느껴졌는지 착수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굳이 데려가기도 했지만…
특히 사이버범죄가 연계되어 있으니 그쪽 관련해서 누군가를 데려와야했었고,
(1편의 막내가 나왔으면 어땠을까 싶긴 한데 그것보다 더 전문적인 인재가 필요한 상황이었으니.)
장이수는 필리핀에서의 이원 동시작전을 펴는 상황에서
아직 관객들에게 인지도가 부족한 형사팀을 이끌며 활약을 해주었기에 영화적으로는 꼭 필요한 조연이었다.
메인포스터에 걸릴 활약이었고, 비중이었다.
또한 단순한 극중 비중을 넘어서 장이수의 등장과 함께 영화의 텐션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것이
왜 장이수라는 캐릭터를 버리지 않고 계속 품고 가는지 제대로 보여줬다.
(근데 마지막 경찰사칭은 형량이 적지 않을텐데… 벌금으로 마무리시켜줬으려나?)
5.
서두에 말했듯이 영화가 꽤 잘빠졌다.
2편과 비슷한 정도로 재밌다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적으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영화의 전체적인 구조가 2편과 가장 비슷한 것 같다.
장이수가 나와서 활약하는 것까지?
확실한건 2편을 나름 재밌게 봤지만 3편은 좀 짜친다,라고 생각한 사람들에게는
4편이 크게 실망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1편과 같은 범죄도시는 아마 앞으로 없을 것 같다.
15세를 고집할 것이고, 팀업무비로 조연들을 더 살리고 협업을 더 중시할 것 같으니.
2,4편 정도가 앞으로 범죄도시에게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덧1.
권일용 교수님의 연기는 다른 의미에서 소름돋았다.
까메오니까 그랬겠지.
덧2.
이제 마석도도 진급해서 자기만의 팀을 꾸릴 때가 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