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어2] 왜 우리는 그 스토리에 분노하는가

케이즈 작성일 20.06.21 17:4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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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게임에 대한 정보보다는 스토리에 대한 스포가 가득하니 주의를 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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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스트 오브 어스 2를 개발한다는 소식이 맨 처음 들렸을 때,

많은 이들은 환호했습니다.

그 많은 이의 절대 대다수는 1편을 플레이했던 사람들이었을 것이고,

주인공들에게 많은 감정 이입을 했던 사람들이었을 것입니다.

 

조엘을 한번 더 본다는 사실에, 엘리의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그리고 그들의 그 이후 스토리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모두 흥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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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기린이에요!)

 

라오어1은 유저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시대 배경을 납득시키기 위해 혼란이 도래한 모습을 묘사했고,

그 과정에서 조엘이 딸을 잃으며 크나큰 상실감을 갖게 하는 느낌을 유저에게도 공유시켰으며,

딸을 잃는 원인이 그나마 믿을 수 있었던 정부의 사람들이었음을 보여주며 왜 조엘이 사람들을 불신하는 캐릭터가 되었는지

차근차근 보여줬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몇년의 시간을 넘어서 맞이한 내적으로 망가진 조엘의 모습에 거부감을 느끼기보다는

그 모든게 쌓여서 저렇게 변했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충분한 시간을 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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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진행 중 차를 구하는 에피소드에서 나오는 빌이라는 캐릭터는,

조엘에게 엘리가 없었으면 이렇게 되었을거라는 코멘트가 있었습니다.

사람을 불신하고, 차라리 감염자들은 예측이 가능하니 사람보다 저것들이 더 낫다는 그런 캐릭터지요.

 

조엘에게 엘리에 대해 부정적 충고를 해주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조엘은 엘리와 대륙을 횡단하는 과정에서,

냉소적이고 날이 서있던 모습에서 서툴지만 점점 엘리에게 마음을 열고 보호하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변화합니다.

 

단순히 배달해야하는 물건에서 보호해야할 대상,

주고 돌아오면 땡인 사람에서 이별을 각오해야하는 대상으로 변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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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구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할 유일한 키였지만,

조엘에게 엘리는 그 이상의 가치가 되어버렸고 때문에 모두를 적으로 돌리며 엘리를 구출해냅니다.

인류를 구할 마지막 방법이라는 상황은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를 구해야하는 상황을 유저에게 납득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 모든 시간을 플레이하며 캐릭터의 감정에 충분히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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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풀어놓을 때는 두괄식으로 할지 미괄식으로 할지 항상 선택해야합니다.

결과를 보여주고 이유를 설명해야할지,

이유를 설명하고 결과를 맞이해야할지를.

 

지금 이 상황은 아마 게임 플레이 초반, 그러니까 두시간이 안되는 상황에서 나오는 상황입니다.

유저는 그동안 엘리로 조작을 하다가 갑자기 애비로 바뀌고, 도움을 받고 조엘을 잡아죽이기 직전까지 애비로 조작해야합니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동안 유저들이 애비를 플레이하면서 느낀 감정은

'아 게임 시스템은 이렇구나' '와! 토미! 와! 조엘!'

그 이상은 없었을겁니다. 

 

그 이외의 것을 표현하지 않고 '무언가 있다'정도의 뉘앙스만 풍겼으니까요.

 

아마 스토리작가 딴에는 충격적인 스토리라인이고, 복수의 굴레가 돌아왔다고 표현하고 싶었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애비라는 캐릭터에 유저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공감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못해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상황은 유저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충분한 애정을 쏟았던 캐릭터가 쌩판 모르는 애한테 처절하게 죽어가는 장면을 보는건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만약 애비라는 캐릭터에 유저들이 분노하기 원했다면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대다수의 유저는 애비의 감정보다 엘리의 감정에 더 공감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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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의 이 표정은 묘사가 굉장히 잘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자, 이제 우리는 앨리의 분노에 공감하고 애비에게 증오의 감정을 담아서 플레이 의지를 강하게 담아서

저X를 죽일거고 저 집단을 모조리 씹어먹어버릴거라면서

조엘이라는 유저를 대변했던 캐릭터를 어렵지만 그렇게 떠나보내면서 플레이를 이어갈겁니다.

 

그렇게 감정선을 이어가며 스토리를 풀어나가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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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조엘을 죽인 애비가 플레이어블 캐릭터라는 것이고,

그 애비로 엘리를 상대해야하는 구간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애비의 상황을 이해시키기 위해 플레이 캐릭으로 만드는 것 까지는 이해하지만

이 캐릭터와 엘리와의 조우를 그리는건 굉장히 섬세했어야하는 작업입니다.

 

가장 감정의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인데 이 둘을 번갈아가면서 플레이해야하고,

심지어는 1편의 플레이어들이 애정하고 2편의 감정에 가장 공감하는 엘리를 상대해야하는건,

정말 X같은 경험이었을겁니다.

 

이것은 스토리를 넘어서 제작진의 실책으로 봐야할 것이

사람의 감정이 그렇게 폭 넓게 왔다갔다하면서 양쪽 모두를 헤아릴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대다수의 게임들은 복수 무용론을 스토리에 집어넣으려해도 한 캐릭터, 한 집단의 시점에서 그것을 풀어나가지

이렇게 극단적인 시도는 잘 안합니다.

 

공감받기 힘드니까요.

 

물론 그것을 훌륭하게 소화할 수 있다면 대단히 좋은 작품이겠습니다만,

그러려면 절대 조건이

이 반대편에 있는 캐릭터에 유저들이 몰입할 수 있는 여지를 줘야합니다.

가장 큰 조건은 이 캐릭터가 '매력적'이어야한다는겁니다.

그게 외모가 되었든 성격이 되었든 상황이 되었든.

 

그러나 이미 시작부터 비호감을 만들어버렸으니 이 애비라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기 어렵고,

매력을 느끼기 어려우니 모순적이고 논리적이지 못한 행태를 더 크게 받아들이고,

논리적으로 모순적인 캐릭터가 ㅈ논리로 내가 애정을 갖고 플레이하는 캐릭터를 때려눕혀야 스토리 진행이 된다는건

굉장한 스트레스입니다.

 

'그래도 어디까지 가나 보자'라는 마음으로 끝까지 참고 플레이한 유저들을 기다리는건

선택지가 없는 일방적인 용서였습니다.

 

지치고 회의감에 든 엘리는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게임을 플레이해야하는 유저는 그럴 수 없습니다.

그 상황에서 유저에게 선택지를 남겨놓고, 각각 다른 엔딩을 남겨놓으면 안되었던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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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는 루크를 찌질이로 만들고 설정 붕괴를 시켜가며 새로운 주인공을 어떻게든 부각시켰고,

터미네이터는 2편의 그 모든 고생을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리고 여전사였던 사라코너를 그저 꼰대로 만들며 새로운 시대를 선언했습니다.

 

적어도 팬덤을 갖고 있는 작품의 속편이라면,

전 작품에 대한 예우와 그것을 애정으로 함께해준 팬들을 헤아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게임과 같이 플레이 하면서 작품 내 주인공들에게 적극적인 공감을 하는 것들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문제점을 요약해서 몇가지로 간추려보자면,

1. 스토리의 서순배치를 잘못하는 바람에 새로운 캐릭터에 매우 강한 비호감이 박혀버렸다.

2. 가장 극단적인 대립상황에 있는 캐릭터 둘을 모두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만들면서 유저들의 감정에 혼란을 가져왔다.

(차라리 나중에 DLC로 애비편을 따로 내든 했어야한다고 봄)

3. 그 모든 불리한 상황을 끌고나가기에 애비라는 캐릭터는 외모, 성격, 논리같은 모든 매력이 부족했다.

 

물론 이 모든 상황은 1편을 굉장히 재밌게 한 사람들에게 한정한 것으로,

2편을 처음으로 접하는 분들이라면 큰 문제는 안될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전문가 리뷰와 유저 리뷰가 크게 갈리는 것도 그러한 이유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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