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간만에 글을 써보는 군요.
오늘 글 쓴 이유는 여러분들께 좋은 작품을 추천하기 위해서 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아실겁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라는 작품을요.
애초에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으로 시작된 이 걸작은 1984년작이며, 짱공에 들락날락 하는 세대라면 안봤던 이보다 봤던 이가 더 많을, 지금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자연과 인간의 조화, 혹은 인류에 대한 희망이 곳곳에 뭍어나오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나우시카의 이야기를 단지 희망찬 미래로만 바라보게 하고싶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는 또 다른 나우시카에 관한 이야기를 코믹스라는 카드로 꺼내들었습니다.
7권의 코믹스로 재탄생을 시킨거지요. 굳이 재탄생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애니메이션과 코믹스의 내용이 초장부터 완벽하게 다른 방향으로 전개가 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기억하시는지요. 바람계곡 나우시카에서 나오는 희망의 예언을요.
『푸른 옷을 입고 황금벌판에 내려선자. 잃어버린 대지와의 인연을 다시 맺어, 우리를 푸른대지로 다시 인도할 지어다.』
이 예언은 애니메이션의 마지막에서야 이해할 수 있고, 콧 끝이 찡해지는 감동을 잔잔히 일으켜주는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코믹스에서는 완전히 다른 해석이 필요할 정도로 내용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애니메이션이 인간과 거대한 벌레 오무의 싸움으로 대변되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에 대해서 다뤘다면, 코믹스에서는 인간과 인간의 전쟁이 주요 테마로 부각됩니다.
내용도 인간의 추악한 면모를 부각시키기 위해서이니 만큼 매우 디테일해졌습니다. 물질주의가 만연한 사회적인 의식에 대한 비판 (자연과 함꼐 사는 이들이 거대한 제도에서 사는 이들에게 벌레취급 당하며 차별받는 현실로써 표현합니다.)과 지배욕을 참지 못하고 전쟁을 일으키는 인간과 인간의 전쟁등을 내세우며 등장인물의 설정과 숫자도 대폭 바뀌고 늘어났지요.
일단 남자 주인공도 바뀌었습니다. 원래 남자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페지테의 태풍은 주조연으로 내려간 대신, 나우시카와 정신적인 교감을 깊이 나눈 세롬이라는 코믹스 오리지널의 인물로 대체되었습니다. (화질이 너무 구려서 올리긴 힘드니 양해를..) 그 외에 나우시카의 사부라거나, 대승정, 여왕, 거신병의 설정이 더욱 매력적으로 바뀌었습니다.
거신병 또한 정말 많은 변화를 갖게 됬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의 거신병은 그저 갈 때까지 간 인간의 욕망이 어떤 결과를 일으키는 지에 대해서 재앙급으로 묘사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인 것에 비해, 코믹스에서는 정말 신기할 정도로 감정을 자극하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바로 나우시카의 아들로써 등장합니다. 물론 직접 낳은 것은 아니고요.. 애니메이션에서 나우시카와의 정신적인 교감을 하는 오무의 역활은 바로 이 거신병이 맡았다고 보시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특히 서로 파괴하는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우시카의 소원에 따라 압도적인 힘으로 인간의 전쟁을 멈추려 왕과 1:1 대면하는 모습은 오히려 작내의 인간들보다 더욱 인간적인 모습입니다. 최후에는 정말 콧 끝을 찡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케릭터입니다.
그리고 여왕의 설정변경은 참 많은 것을 말하고 있는데, 애니메이션의 여왕은 말 그대로 인간의 탐욕을 표현했던 케릭터였다면 코믹스에서는 새로이 추가된 왕의 아래에서 왕과 오라버니들에게 서출인 자신의 목숨을 위협받으며 살기위해 독립을 꾀하는 개념녀로 바뀌었습니다. 특히 나우시카의 서포터 역활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실패하여 절망하던 본인을 격려하며 홀몸으로 전쟁을 말리는 나우시카의 당찬 모습을 보고, 내가 언제 절망한 적 있었냐는 듯 점차 역경을 딛고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전형적인 주인공의 포지션을 맡고 있습니다. 여왕은 즉 절망속에서 다시 일어나는 인간의 진취적인 모습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코믹스로 재탄생 시킨 이 작품에서 인간의 심판자이자 조력자의 모습으로 등장한 거신병과 함께 가장 긍정적인 변화를 갖게된 케릭터가 아닌가 싶어요.
또 설명하고 싶은 케릭터는 왕입니다. 애니메이션에서의 여왕보다 더욱더 강하고 흉악하고 야심찬 케릭터이지요. 수많은 정복전쟁을 일으킨 정복왕입니다. 전형적인 제왕병 환자이지요. 제왕병이란 간단하게 말하여. (이영도씨의 피마새를 참고했어요.)
『자신이 왕의 그릇이라 여기며 왕국의 부활이라는 헛된 꿈을 꾸는 자들을 비아냥거리며 하는 말이다. 인간들 사이에서만 있다.』
『티나한 왈. 후들겨 패서 제 정신으로 돌리는 것이 그들을 도와주는 일이다.』
여기서 나오는 왕의 특징을 아주 콕 찝은 말입니다. 본인이 통합된 인류의 왕이 되야한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행동합니다. 마지막에 가서는 신처럼 되려고 발악하는 것까지.. 전형적인 악역의 모습이자, 인간의 추악한 지배욕을 잘 보여줍니다.
이제부터 정말 중요한 스포일러가 될 것인데, 코믹스판 나우시카를 보실 분이라면 뒤로가기를 누르는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애니메이션과 코믹스판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인간 그 자체입니다.
다들 썩은 숲, 부해를 아실겁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부해는 세상의 정화장치라고 볼 수 있겠지요. 고대 문명이 서로서로 거대한 전쟁을 벌이고 오염된 별을 다시금 정화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썩은 토양을 빨아들이고 지하에 깨끗한 환경을 조성하며 점차점차 지표면까지 깨끗히 하는 시스템이죠. 즉 인간을 위한 장치가 바로 부해입니다. 인간이 다시금 오염없는 세상에서 살기 위해 만들어 놓은..
그러나 코믹스 판의 인간은 우리같은 인류가 아닙니다. 유전자 조작이 가해진 일종의 세상의 오염잣대를 재기 위한 인간을 닮은 종입니다. 서로 핵전쟁을 일으켜 온 세상에 방사능 오염을 일으킨 전 인류는 최후에도 추악한 짓을 저지르고 사라졌습니다. 바로 무엇인고 하면, 자신들의 유전정보를 남긴 생체 연구소를 남겨두고(얼마나 과학이 진보된 문명인진 모르겠지만 연구소 건물 그 자체가 생물입니다..), 그 연구소를 지키기 위하여 방사능이 오염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오염에 강한 현생인류를 창조한 것입니다.
방사능에 강한 신종 인류를 세상에 퍼뜨려놓고, 그들을 뒤에서 조종하며 연구소를 신처럼 떠받들게하며 세상의 오염이 정화되면 정화되어 갈 수록 깨끗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피를 토하고 죽게 만들어 놓은 것이지요. 즉 간단히 말하면 작내 인류의 파멸이 예정된 세상이라는 겁니다. 나우시카가 쓰러져가는 아들과 함께 모든 것을 일소한 뒤에 마지막에 가서 수만년을 살아온 연구소장에게 이 모든 것을 듣고 절망하게 되지요. 연구소장이 목숨을 구걸하며 인류의 구원자로써 나우시카를 지목하며 자신을 살려야만이 인류가 멸망하지 않고 세상에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는 장면은 정말 오싹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나우시카는 짤없죠!
그리고 최후의 전투를 마치고 아들과 함께 연구소를 완전히 파괴한 뒤에 연구소에서 나온 푸른 피를 뒤집어 쓴 나우시카를 본 많은 이들(나우시카와 같이 연구소를 없에버리려고 한 사람들과 왕의 명에 따라 연구소를 지키던 사람들은 밖에서 전투중이었습니다.) 은 거신병이 토해낸 광선으로 황금빛으로 물든 주변과 나우시카의 모습을 본능적으로 매치시키며 예언의 왕이 나우시카라며 떠받들지만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나우시카는 인류에겐 절멸하게 된다는 정보를 완전히 은폐시키고 끝까지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준 세롬과 같이 사라집니다. 인류에겐 희망같은건 전혀 없는 비극적인 엔딩이죠..
애니메이션과 전혀 정 반대의 충격적인 엔딩에 깜놀해서 여기저기 뒤져봤는데 미야자키 하야오가 인터뷰에서 한 말 중에 이런 것이 있다고 하더군요.
"젊을 적의 나는 인간에게 희망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세상에서 인간은 지워져야만 하는 추악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즉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뀌어진 가치관을 이 코믹스를 통하여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코믹스 판은 정말 숨이 끊어질 것만 같은 아픔을 간직한 작품입니다. 전쟁, 욕망, 생명에 대한 갈망을 정말 처절하게 한컷한컷 버릴 것없이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엔딩도 어떤 의미에선 정말 대단하다 싶은 그런 작품이죠.. 이제 미야자키 하야오는 애니메이션에서 손을 땐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새로운 작품들을 보고 싶다고 갈망하게 만드는 그런 만화책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