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름다움의 극치
14000명이 60만 시간 동안, 그것도 한 사람의 지휘 아래 만들어진 이 영상은 마치 어딜 찍어도 사진이 되는 마스터피스와 같았다.
그 아름다움 속에는 인간의 본질과 인생이 담겨있단 느낌이 들었기에 더욱 감명 깊게 가슴에 와닿았다.
2. 우화
처음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얼룩말? 오랑우탄? 그리고 하이에나? 이건 도대체 무엇일까. 그리고 그 속에서 혼자 인간이던
파이는 또 무엇일까하고 말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파이가 어미 오랑우탄에게 "네 새끼는 어디갔어?"하고 묻자
그저 눈물 고인 눈을 바닥을 향하던 장면이었다.
그리고 미친 듯이 파이를 공격하던 하이에나에게 죽던 그 오랑우탄이 기억에 남는다. 다가가지도 못하고, 하이에나에 비해
약하디 약한 오랑우탄을 지켜만 보던 파이의 모습이 또한 기억에 남는다.
호랑이가 나타나는 순간은 바로 이 때다. 자신의 연약함을 부셔버리고, 야성을 일깨우던 순간.
3. 길들어지지 않은 호랑이와 나
얼룩말을 끝까지 다 먹어치웠던 호랑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언제나 주변을 맴돌기만 하던 파이. 야성을 잠재우지 못하던 호랑이.
그런 호랑이를 길들여야 했던 파이. 그리고 파이로 인해 조금씩 변화 되던 호랑이. 조금씩 마음을 열고 다가가 끝내는 호랑이를
끌어안던 파이.
4. 신
아마 그런 과정에서 가장 필요했던 것은 신이 아니었을까. 인간으로 인해 상처받고, 자신을 치유해야 하던 이유가 바로 신이
아니었을까.
5. 인생
지나놓고 보면 코메디인 것이 인생이라한다.
인생을 왜곡하며 돌려보고, 두려워하던 것이 똑바로 바라보았을 땐 별거아니여서 그럴 것이다.
바로 그런 것이 파이의 모습이지 않았을까.
6. 영화의 현실
하지만, 슬픈 현실은 이안 감독이 만든 영화 속에만 있는 것뿐만 아니라 그가 만든 외적인 부분에서도 보여진다.
마치 CG는 자기가 다 만든 양, 돈을 안줘도 되는 것인양 VFX 영상 관련자를 매도하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그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낀 것을 영화에 담았을 텐데, 어찌보면 이런 우화를 좀 더 현실로 가져온 사건이 아닌가 싶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IT 기술자가 천대 받는 것이 너무 당연한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영화 자체로는 별점이 4지만, 이안 감독과 그 제작사의 별점은 하나도 너무 많은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