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적으로 말하자면,
맨오브스틸은 슈퍼맨 1편과 2편의 합본입니다.
1편의 스토리 전반부의 성장 에피소드에 2편의 조드장군 전투씬을 합쳐넣은 상황이지요.
(조드장군 부하들과 붙는 시골마을에서의 전투씬은 예전 슈퍼맨 2에서 조드장군이 마을을 습격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때문에, 영화는 세개의 부분으로 나눠집니다.
전반부는 슈퍼맨의 어릴적 이야기를 우주선을 탐사하고 아버지의 의지와 만나는 슈퍼맨과 함께
교차편집으로 다뤄 부피를 줄이려 노력해보고,
이후 조드장군 패거리와의 전투,
그리고 조드장군의 위협을 제거하고 그를 무찌르는 전투.
뒤 두 개의 전투씬은 특수효과 면에서의 문제들 외에는 그럭저럭 골조는 꾸려가고 있기 때문에,
뭐라 하고 싶은 맘은 없습니다.
문제는 늘어지는 전반부에 있습니다.
전반부는 거의 다 아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기에, 사실 색다를 게 없습니다.
수퍼맨을 배트맨 만들려고 하다가 망쪼가 된 스타일 같은 느낌까지 갖게 할 정도로,
뭔가 무게를 덧씌워주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항상 접하던, 슈퍼맨 주변의 전형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기 때문에
슈퍼맨에게 새로운 무게감은 쥐뿔만큼도 생성되지 않습니다.
단지 신선한 것 딱 하나는 조나단 켄트의 죽음 씬인데,
왠지 이 씬 하나만 갑툭튀 너무 느낌 괜찮고 좋은게,
어쩌면 크리스토퍼 놀란이 각본에 전체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의심까지 들게 만듭니다. (각본은 공동각본입니다)
이상하지요.
인간들 사이에서 소외되는 씬도, 인간들에게 자신의 힘을 숨기는 씬도,
홀로 남은 종족이라는 고독을 느끼라고 만들어준 씬들도 있는데도 불구,
전혀 무게감이 생기지 않는다니.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아무래도 그러한 이미지를 덧씌우는데 있어서의 생각이 어느 한 가지로 집중이 되지 않았던게 패착이 아니었을까, 생각되네요.
물론 여러가지 수퍼맨의 고민이야 있겠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메인은 사실,
슈퍼맨이 인간같은 감정에 신같은 힘을 가진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스스로를 통제를 할 수 있게 되었는가의 스토리가 되었어야 한다고 봅니다.
틴에이지 시절에, 아무리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슈퍼맨은 애입니다.
애가 그렇게 왕따를 당하고도 지가 가진 힘보다 더 초인적인 참을성을 가질 순 없다고 보는데,
자신이 가진 힘에의 심취, 분노, 교만 같은 것들을 주제로 해서
좀 더 개망나니 같고 교만한 슈퍼맨의 어린 시절을 그려냈다면 좀 더 신선하지 않았을까,
그럼 조나단 켄트가 죽을 때에 그 의미가 몇곱절은 배가되면서 좀 더 격한 감정선을 건드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이 있죠.
아니, 애초부터,
화가 나서 자신을 모욕한 놈의 트럭을 때려부수는 젊은이가.
중고딩 때에는 훨씬 더 어른스럽게 그 힘에의 욕구를 제어할 수 있다는 게 말도 안되고요.
그런데 처음엔 능력에 시달리는 괴로움도 집어넣고
그 와중에도 또래 애들도 구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왕따 당하는데 또 홀로 남은 종족의 서러움 등등으로
슈퍼맨의 고민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해버리는 상황이니.
하나에 집중하지 못한 전반부가 후반부의 멋진 장면들까지 집어삼켜 추락시키는 아쉬운 영화입니다.
사족 1.
오토모 카츠히로의 스팀보이라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이것과 형태가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겠는데,
그 애니도 정말 후반부의 씬들은 압도적이긴 합니다만,
너무 비주얼적인 화려함에 치중한 나머지 진짜 골조가 되는 중요한 부분들을 허투로 가버린 것은 아닌가, 이런 느낌입니다.
사족 2.
조드 장군의 해석은 전에 비해 좀 더 나아지긴 했습니다. 지도 나름의 정의가 있다는 식의.
하지만 좀 더 나아가서 그거에 슈퍼맨이 겪었던 그 분노와 혼란을 겪는 조드, 그리고 그걸 거울처럼 바라보며 싸우는 슈퍼맨 같은 느낌을
좀 더 주효하게 써먹었더라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내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사족 3.
전투장면을 보면서 느낀 거지만,
드래곤볼을 이렇게 만들었다면 대박쳤겠네, 라는 느낌이 잠시 ㅋㅋㅋㅋ
사족 4.
다음 글엔 이렇게 만들면 어떨까 하는 내용을 한 번 써볼 작정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