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미 논할 타이밍은 지나간 시점 같기도 하지만 그만큼 좀 마음을 관찰해야 할 시간 정도로 치부하면 의미없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관상이라는 영화 자체에 대한 스토리의 문제라든가 하는 것들을 문제삼고 싶지는 않습니다. 스토리는 누구나 봐도 재밌고 말이 될만한 얘기들로 채워져 있으니까요. 거기다 이것은 로널드 B 토비아스의 플롯론 중에서 희생자라는 플롯과도 일치하는 면들도 있습니다. 일부러 끼워맞추기를 하지는 않은 자연스러움이 있지만, 도덕적으로 낮은 단계에 있는 사람이 권력의 줄타기 속으로 들어가 혹독한 시련을 겪은 후 도덕적으로 훨씬 높은 사람이 된다는 전형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상을 다 보고 난 후 묘하게 심기가 불편한 점에 대해서는 한 번 숙고해봐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감정은 다른 영화에서도 느껴본 것이기는 합니다. 효자동 이발사라는 작품이 그것이죠. 아마도, 묘하게 심기가 불편했던 이유는, 이 부분이 현재 한국의 현실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는 지점 때문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조들의 무리를 보수정권의 무리들로, 김종서의 무리를 진보정권의 무리로, 송강호의 무리를 그 사이의 국민들의 무리로 대입해보면 이 관계들은 확 눈에 띄게 들어오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묘하게도, 정확히는 김대중 정부부터 현재의 정부까지의 민의가 요동치는 과정들과 흡사하게 이어지고, 결과적으로는 현재의 상태와 별 다를바 없는 결말로 이어집니다. 그렇게 봤을 때, 희망을 걸었던 국민들이 좌절하고 시련을 겪는 부분으로 보게 되면, 그래서 마치, 그런 권력들에 대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답이 없다는 듯한 패배주의적인 면을 직시하게 되었을 때, 그래서 불편해지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죠. 효자동 이발사도 비슷한 면이 있지만, 마지막에서는 도덕적으로 높아지는 주인공은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저 권력에 짓눌리는 현실만이 반영될 뿐이죠. 그 점이, 절 성질나게 하고 불편하게 했던, 그런 지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ㅋㅋㅋ
사족으로, 그러고 보니 묘하게도 효자동 이발사 때도 송강호가 권력에 짓눌리는 개인 역을 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