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뷰티/프란시스 하 - 대비되어서 아름다운 것.

케이즈 작성일 14.07.22 0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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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극과 극,이라고 생각되는 영화를 보았다.

약간의 기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덕분에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 비교하기는 더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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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뷰티.
60이 넘은 노년의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노년의 힘든 삶을 생각했다면 그렇지 않다.
주인공인 젭 감바르델은 젊은 시절, 책 한권으로 데뷔하여 사교계의 왕이 된 노인이다.
단순히 늙은 사람,이라는 뜻의 노인이지만 그의 삶은 그 어떤 젊은이보다도 바쁘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여유롭다.
그만의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그를 좋은 인터뷰어로 만들어주었고,
그에게 부족하지 않은 삶을 제공하는데 일조를 한 듯 하다.

그는 사교계의 왕을 넘어서, 모든 파티가 그의 존재만으로 초라해지기를 원했고
결국에는 성공했다.
그리고 영화는 그 이후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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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 하.
무용수를 꿈꾸는 젊은이의 이야기이다.
아직 세상을 잘 모르고, 자신의 인생이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다.
어디로 향할지 모르기에 그의 인생은 어떤 삶보다 모험적이고, 충동적이며 불안정하다.
그러기에 하루하루가 그녀에게는 모험이고, 여행이다.

믿었던 친구에게 버림아닌 버림을 받고, 자신의 휴식공간조차 없어서 얹혀사는 그의 인생은 애처롭기까지 하지만,
언제나 밝게 생각할 줄 알며 상대가 불편하지 않게 적당한 위트를 섞을 줄 안다.
때때로 보이는 허세조차 '그래서 청춘'이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여인의 삶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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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레이트 뷰티.
이 영화는 영화 내내 풍부한 색감을 전해준다.
항상 아름다운 장면을 담기만을 원하는 것 같으며, 때문에 여체를 드러내는 일도 숨기지 않는다.
화면 가득 전해지는 풍부한 색 안에서 언제나 바뀌는 수트로 그의 멋진 스타일을 보여준다.
그가 같은 수트를 입은 적이 있었나?
없었던 것 같다.
항상 다른 수트를 멋지게 소화하며 패션감각을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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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 하.
영화 내내 흑백으로 그의 삶을 보여준다.
찬란해야할 청춘을 흑백으로 보여준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지만,
오히려 그의 좌충우돌같은 삶을 다른 신경을 쓰지않고 차분히 지켜볼 수 있다.
흑백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단벌신사나 다름없는 그의 부족함을 가릴 수 있다.
오로지 프란시스, 그만을 지켜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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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끝에서 그리는 영화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극적임과 여유로움이 항상 공존한다.
화창한 날씨에 여유롭게 관광하던 관광객의 급사라던가,
차분한 어둠이 내려앉은 도심에서 펼쳐지는 광란의 생일파티라던가.
죽음을 가까이 둔 나이의 사람들은 삶을 즐기고,
삶을 더 봐야하는 젊은이는 이른 죽음을 맞이한다.

영화 내내 가득차있는 화려함 속에서 오히려 젭은 고독하고 외로워보인다.
그가 마음을 두려했던 사람들은 모두 그를 떠나간다.
삶의 대부분을 정의내린 그이지만,
단 하나를 찾지 못해 다음 책을 쓰지 못하고 주저한다.

첫사랑의 죽음 이후, 로마처럼 정체되어있던 젭의 삶은 드디어 흘러가기 시작하고
주위의 사건들이 그런 그를 흘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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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출발점에 선 청춘답게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며 그린다.
어떻게 이루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꿈만은 소중히 간직하고 있으며,
삶이 위태로워지고 생활이 궁핍해지는 순간까지도
허세와 자신감을 잊지 않으며 꿈을 놓지 않는다.

주위의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가고, 자신만의 안식처조차 얻지 못한 인생이지만,
그래서 더 힘겹고 불만스러울 수 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의 인생은 급류와 같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서 어디로 향할지 짐작조차 되지 않지만,
위태위태하게 자신의 삶에서 버티는 그를 응원하게 된다.

*주의*
이 아래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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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동안 책을 내지 못했던 이유는 영화 전반적으로 다뤄지는 주제이다.
여유로움 속에서 항상 주위를 관찰하던 그의 모습에서 이미 감독은 관객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사람들의 인상에 강하게 남은 책을 내놓고도 '진정한 아름다움'이 뭔지를 몰라서 40년을 헤메였다.
그것이 그가 밝힌 이유였다.

그러나 책을 쓰지 못한 이유는 자신에게 있는지도 모른다.
스스로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라며 이유를 댔지만,
사실은 흘러가기가 무서워서 정체되어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가 아름답게 추억하던 과거의 장면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그 모든게 다 속임수라고 읊조린다.
자신 안에 미화시키며 담아두었던 추억이 그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이유인줄 알았지만,
사실은 그저 그가 나아가지 않았을 뿐.

65번째 생일이 지나가며 쓸데없는 것에 시간을 허비하기 싫어하는 나이가 되고,
첫사랑의 죽음으로 미화시켰던 과거와 마주하게 되고,
그가 마음을 주었던 사람은 떠나가거나 죽게 된다.
떠나가고 죽는 그 순간까지 그는 속임수로 자신의 눈을 가리지만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시 책을 쓰기로 결심한 것은
자신의 세계를 감쌌던 속임수를 인정하고 진실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더불어 세상을 둘러싼 수많은 속임수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는 혜안을 깨달은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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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원했던 꿈에 다다를지 어떨지는 모른다.
현실은 녹록치않고, 매 순간 타협해야하며, 때때로 허세로 자존감을 높여야한다.
타협하기 싫어서 꿈을 놓지 않고 흘러가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불안함은 여기저기 떠도는 그의 거처와 다를바가 없다.

결국 꿈이 시작된 대학교에서, 그 시절에도 경험한 적 없는 기숙사에서 조그마한 자신의 안식처를 마련한 후에야
자신의 꿈과 현실과의 차이를 타협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그의 실패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타협하는 동시에 또다른 자신의 꿈을 찾아내게 되었으며
자신의 인생을 시작하는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자신의 이름조차 따로 내걸 수 없는 혼란속의 삶에서
자신의 이름이 걸린 작은 기숙사방을 얻게 되었고,
그를 넘어서 자신의 성과 이름을 걸 수 있는 자신만의 안식처를 얻게 되었다.
비록 그의 풀네임인 프란시스 할리데이를 모두 걸 수 없어서 이름칸에 맞게 자른 '프란시스 하'가 되어버리지만,
영화의 제목이 시작임을 말해주듯 그녀의 잘린 이름이 그녀의 종착지는 아닐 것이며

언젠가는 그녀의 풀네임이 모두 걸릴 곳을 향해 힘차게 전진할 것이다.
삶은 위태롭고 혼란스럽지만, 그런 현실 속에서 당당히 전진하는 그의 모습은 사랑스럽다.
이름칸에 맞게 자른 풀네임처럼 현실과 타협하는 순간이 올테지만,
그것이 그가 틀렸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그것이 그의 삶을 부정하는 의미는 더더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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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대비되는 영화라 깜짝 놀랐을 정도.
일부러 이렇게 본 것은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이렇게 봐서 더 좋았다.
노년의, 화려한, 여유로운, 정체된 영화와
청춘의, 소박한, 숨가쁜, 급변하는 영화.
색감에서도, 등장인물에서도, 내용에서도 모든 것이 대비되었지만
단 하나, 뇌리에 박힌 것이 있다면
우리 주인공들의 매력적인 웃음이다.
둘 모두 매력적으로 웃을 줄 아는 인물들이며,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본 것이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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