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 하나만 들어줘' 평가가 '나를 찾아줘'와 비교하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고 있다.
나를 찾아줘는 탄탄한 원작 소설보다 느릿하고 지루한 면이 있어 개인적으로 '부탁 하나만 들어줘'가 월등히 완성도가 높았다.
페미니즘을 발랄한 유머로 표현하는 폴 페이그 감독은 샹송의 달콤함으로 포장해 스타일리시한 화면 전개로 B급 유머를 적절하게 삽입한 수작을 만들었다.
정말 노래 잘하는 안나 켄드릭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에서는 그녀의 장기인 노래 실력은 아주 짧게 수초만 흥얼거려 조금 아쉽다.
오지랖 넓은 참견으로 이웃 주민들에게 밉상의 대상이지만 꿋꿋하고 사랑스럽다.
안나 켄드릭의 아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로 연결되면서 부탁 하나를 들어줘야 한다.
아이를 잠시 돌봐 달라는 부탁이다.
아역의 연기는 고의적으로 비현실적인 연기로 영화의 무거움을 가볍게 내려놓는 복선으로 사용한다.
부탁하는 이웃이 블레이크 라이블리라면 같은 여자라도 거부하기 힘들 것 같다.
노출된 수영복을 입지 않아도 그녀는 늘씬하고 매력적이다.
작은 체구의 안나 켄드릭과의 비교로 더욱 돋보이는 비주얼이다.
카메라 렌즈만 들이대도 불같은 화를 내는 블레이크에게 어떤 비밀이 있을까.
초반은 스릴러라는 장르보다는 병맛 코미디로 가볍게 스쳐 지나가지만 가끔 블레이크의 이중적인 눈동자로 복잡한 사건이 펼쳐지는 기운을 느끼게 된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싱가폴 갑부 역을 자상하게 연기한 헨리 골딩이 어리숙하고 본능에 따라 몸을 맡기는 우유부단함을 보여준다.
안나 켄드릭의 불쾌한 근친상간과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암울한 가족관계가 비틀어지고 꼬이지만 코미디 영화답게 고민 없이 풀려 해결된다.
이웃 주민들의 심경 변화도 무척이나 재미있고 쿠키영상의 위트는 허무개그의 정점을 찍는다.
정통 심리 스릴러의 내용으로 흘러가는 스토리를 유쾌하게 만든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