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게에는 오랜만에 후기를 쓰는군요.
그저께 봉오동 전투를 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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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흐름은 깔끔합니다. 군더더기가 없더군요.
그래서, 그만큼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단,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다는건 영화 장르에 따른 취향과도 연관되니 개인 차는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전투씬이 많은 영화를 즐겨 보는 편이라, 제 취향과도 부합되기에 지루하지 않더군요.
어떤 분이 이 영화를 존윅과 비추어 전투 장면이 클래식하다 했는데, 저도 그러한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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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을 자극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억지성은 없었습니다.
그냥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상황이 전개되는 방식의 영화입니다.
물론, 그러면서도 블랙코메디라고 해야 되나요. 이러한 것도 중간 중간 가미가 되어 있습니다.
아마 그래서 더욱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던거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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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논란이 됐었던 환경훼손에 대해 잠시 언급하자면
삼일 전, 이와 관련하여 몇몇 분들의 의견 교환이 있었는데,
저 또한 환경훼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여겨, 이에 따른 의견을 나타낸 바 있었죠.
잘못된 것에 대한 비판은 반드시 있어야 되는거니까요.
하지만, 그 범위를 어디까지 두어야 하느냐로 본다면, 저는 딱 지적선에서 그치는게 적당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생각으로 비판을 한 것이었기에,
다음 날 망설임없이 영화를 보러 간 것이었고, 지금 이렇게 후기를 쓰는 것이죠.
다시말해서, 그걸로 인해 영화를 안 볼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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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뽕 영화가 아니냐라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중국 영화로 "특수부대 전랑2"라는 영화가 있죠.
중국판 람보라 불리는 영화인데,
줄거리를 보자면 은퇴한 특수 부대원이 중국인들과 난민들을 구출한다는
전형적인 중국인 우월주의, 영웅주의를 내세운 내용입니다.
이런걸 바로 국뽕이라고 하는 것이지,
봉오동 전투에는 한민족 우월주의도, 또한 영웅주의도 없습니다.
(심지어, 주인공도 홍범도가 아니기에 영화 어디에도 영웅주의를 찾아볼 수가 없죠.)
단지, 역사가 주제인 영화일 뿐입니다.
이러한 것을 국뽕이라 한다면 지나친 비약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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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다시 영화로 돌아와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세세한 줄거리는 얘기 할 수 없지만,
영화사에서 소개를 위해 미리 공개한, 몇줄짜리 줄거리 안에서 벗어나지 않게 말하자면
영화 흐름의 중심이 홍범도 장군이 아니라, 유인부대라는 점이 마음에 들더군요.
이건 우리가 결과를 알고 있는, 역사 자체가 스포일러인 봉오동 전투를
보는 이로 하여금 생소한 기분으로 접할 수 있게 해줍니다.
왜냐하면, 굵직한 맥락에서 전투의 결과가 어떻다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내부로 들어가 이름 모를 독립군들. 즉, 개개인의 결과까지는 우리가 모르기 때문이죠.
모르기에 각색이 가능한 것이고, 각색된건 흐름의 향방을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유인부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이러한 선택은 영화의 긴박감을 유지하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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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중간 코믹 요소도 들어가 있으면서, 군더더기도 없고, 깔끔하다는 점.
그리고, 이에 덧붙여 이야기의 중심이 홍범도가 아니라, 독립군 유인부대라는 것.
이러한 것들이 영화의 전체 구도에 잘 어우러져, 저는 잘 만든 영화라고 봅니다.
기대 이상으로 매우 만족스럽게 보고 왔죠.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하다 여겨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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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영화를 보기에 앞서 봉오동 전투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간략하게나마 사전에 알고 간다면
영화를 한층 더 깊이있게 관람하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