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를 적기 앞서,
이 영화는 어떤 식으로든 감상을 입에 담는 순간 그것에 그냥 스포로 연결될 정도로
복잡미묘하고 촘촘하고 나름 충격적이기도 한 내용들로 엮여있습니다.
스포가 있다고 이야기해도 '잘못해서 눌렀는데 스포당했네 아오'하며 울고짜고 하는 분들이 있을까봐
일단 다른 이야기부터 하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이 영화는 파이기가 밝혔듯이, 페이즈 3의 마무리가 될 영화입니다.
정확히는 이 다음 영화로써 우리가 아는 페이즈3까지의 어벤져스는 완전히 마무리 됩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스무편이 넘는 마블 영화가 개봉/제작 대기중이죠.
때문에 팬들은 '다음 어벤져스를 이끌 인물은 누구?'라며 차세대 영웅을 꼽아보며 이런저런 추측을 내놓기도 하죠.
여기까지 읽은 분이라면, 그리고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아!'하면서 뭔가 느끼신 분이 있을겁니다.
이제 점점 스포가 나올거고, 아직 늦지 않았으니 영화를 아직도 안보신 분이라면 뒤로가기를 누르고 다음에 다시 읽어주세요.
일단 저는 몇가지를 나눠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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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어떤 마블영화보다 불친절한 영화.
이번 인피니티 워에서의 큰 특징이라면 그 어떤 마블 영화보다도 불친절하다는 점입니다.
이전 영화들은 부족하더라도 다른 영화를 못 본 관객들이 최대한 MUC 설정을 따라오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었습니다.
어벤져스 1은 그 영화만 봐도 재밌었고,
어벤져스 2는 복잡해지긴 했지만 어쨌든 관객들을 위하려는 시도가 곳곳에 묻어있었습니다.
그러나 관객들 모두 느꼈듯이, 이번 영화부터는 전편들을 못 본 사람들은 도저히 흐름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급박하게 흘러갔습니다.
영화 초반부터 등장한 타노스와 로키의 충격적인 죽음이 첫 스타트였던만큼,
그 텐션 그대로 영화의 중후반까지 긴박함을 이끌고 갑니다.
(여담이지만 영화 내내 공평하게 반만 죽이는 타노스는 아스가르인들도 반만 죽였다고 합니다. 나머지 반은 발키리가 데리고 있다고.
토르의 대사 속에 있었다고 하는데 번역에서는 언급조차 안했고, 저는 토르가 비유적으로 한 말로 들어버려서...영알못 GG....)
사실 페이즈3가 끝나가는 와중에 아직도 '난 어벤져스 관심없어서 안봤는데'하면서
덜컥 인피니티워부터 보는 사람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마이페이스로 끌고가는 마블의 뚝심도 대단해보였습니다.
사실 그럴수밖에 없죠.
어벤져스1, 2와는 사이즈 자체가 다르게 인물들이 출연하는데, 그들을 일일이 설명하다가는 영화 재미 자체가 날아가니까요.
'너넨 이미 다 알고 있을거야'
시종일관 이런 전제를 깔고 달려갑니다.
저 때문에 억지로 영화를 봤던 여친은 어벤져스 1 이후로, 토르가 장발일때만을 기억하던 관객이었기에
그냥 멍하니 이 긴박감에 휘둘리다가 허무하게 나왔다고 하더군요.
그럴 수 밖에 없었기에 나와서 물어보는걸 하나하나 설명해줘야 했습니다...ㅋ
2. 이젠 떠나보내야할 때.
이번작을 보면서 생각난 영화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007 스카이폴.
사실 전 007 시리즈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지만, 007의 오랜 팬이셨던 고모와 함께 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007 시리즈에선 항상 나왔던 최첨단 무기도 없었고,
명석하고 날렵하게 총질을 하던 모습과는 달리 부상과 은퇴기간에 따른 능력저하로 굉장히 거칠게 영화를 끌고갔다는 느낌만 있었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난 후 '에이 이게 뭐야'하고 나왔지만
007을 좋아하셨던 고모는 눈가에 눈물을 글썽이시며 엔딩크레딧을 보고 계시더군요.
그 때 알았었습니다. 이 영화는 나를 위한게 아니라, 007의 오랜 팬들을 위한 영화였다고.
인피니티워를 보며 같은 느낌을 받은것은 우연이 아닐겁니다.
우리는 어벤져스의 태동부터 지켜봐왔고,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에 일희일비하며 함께 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함께할 수 없는 것- 그게 세월이고 어른의 사정이겠죠.
때문에 언젠가는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로는 아직 준비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알려준겁니다.
이제 이들을 떠나보낼 때가 되었다는 것.
그들의 졸업에 박수치며 떠나보내야할 때가 곧 온다는 것을.
3. 성장하지 않는 히어로의 한계.
어벤져스 1의 멤버들은 모두 제각각 개인적인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영웅으로서 완성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죠.
특히 개인 타이틀이 나왔던 캡틴, 아이언맨, 토르의 경우에는
각각 3편에 걸친 서사 끝에 모두 각자의 길 끝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스티브 로저스는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를 살며 자신의 신념을 지킬 수 있게 되었고
토르는 멍청하고 힘만 쎈 왕자에서 한 종족의 리더로서의 통솔력과 판단력을 갖춘 오딘의 후계자가 되었습니다.
가장 극적인 변화를 일으킨, 어벤져스의 중심인 토니는 오만방자하던 성격에서
피터의 후견인이 될 정도로 성숙하고 책임감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모두 각각의시리즈를 거치며 조금씩 성장해왔고, 이번 인피니티워에서는 완성된 히어로의 모습으로 각자 활약했습니다.
(사실 헐크도 개인 영화가 있긴하지만....)
모든 히어로 무비가 그러하듯, 더이상 성장의 요소가 없다면 고이기 마련이고, 고인 물은 썩는게 당연한 수순입니다.
때문에 이번 마블의 선택은 당연한 것이기도 하지만 보장된 캐릭터들을 버리는 과감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타노스가 손가락 한번 튕기는 행위만으로 전 우주의 인구 절반이 사라지는 와중에도
어벤져스 1의 멤버들만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닐겁니다.
그들로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그들로 마무리된다...
이 웅장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데 이보다 더 멋진 방법은 드물겁니다.
여담으로, 헐크는 아직 '완전한 성장'을 이뤄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성장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선 배너에게 포커스가 맞춰져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너무 많은 인물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죠.
4.
이번 인피니티워에서 불만을 가진 사람도 있을겁니다. 그동안의 마블 영화와는 뒷맛이 확실히 다르니까요.
고난이 있었고 이를 극복하고 악을 처단하는 영웅의 이야기가 그동안의 패턴이었다면
고난이 있었고 이를 극복하려 했지만 결국 악이 원하는 바를 이뤘으니까요.
때문에 한편에서는 '2시간짜리 예고편'이라며 깎아내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원래 제목은 어벤져스:인피니티워 1부였습니다.
2편의 이야기 중 전반부라고 대놓고 처음부터 광고했었죠. 지금에서야 이름을 나눴지만.
분명 이전 다른 영화들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영웅들은 실패했고, 타노스는 본인이 원한 바를 이루며 만족한 미소를 띠게 되었고
그토록 막고자 했던 전 우주인류의 절반은 소멸해버렸습니다.
그러나 어벤져스 1에서 그러했듯이 실패하고 패배했던 영웅들은 다시금 뭉칠 것입니다.
그들의 이름처럼, 복수를 위하여.
그리고 모든게 원하는대로 끝났다 생각한 타노스는 다시금 이들을 상대해야 할겁니다.
그의 인생을 걸었던 전쟁이 끝났다 생각했지만, 부제가 그러하듯 그 전쟁은 끝나지 않을겁니다..
그들이 사랑했던, 아꼈던 이들을 다시 품에 안을 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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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디씨가 쓸때없이 마블을 의식하며 시간을 허비한 동안
마블은 디씨가 따라잡을 수 없을만큼 한걸음을 내딛고 말았습니다.
이쯤되면 DCEU도 엑스맨:데오퓨처럼 한번 리부트 하는게 좋을 듯 싶은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