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크 리 감독의 영화 [말콤 X] (1992) 중에서
말콤 X가 죽기 직전의 상황에서 Sam Cooke의 'A change is gonna come'이 흘러나온다.
그럼 질문을 해보자.
스파이크 리 감독은 왜 이 장면에서 샘 쿡의 이 노래를 선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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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 Cooke - A change is gonna come (1964)
[Ain't That Good News] 1964 LP, [Shake] 1965 LP
1950-60년대를 수놓았던 R&B 싱어송라이터 Sam Cooke의 많은 노래들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깔끔하고 단정한 이미지로 백인들 취향의 팝 발라드나 업템포의 R&B 곡만을 불러왔던 샘 쿡은,
1963년 Bob Dylan의 노래 'Blowin' in the wind'를 듣고 충격에 빠졌다.
어떻게 그런 주제를 가진 노래를, 갓 스무살이 된 백인 청년이 스스로 지어 부를 수가 있는지,
또한 그런 노래가 어떻게 팝 싱글 히트가 될 수 있는지에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Sam Cooke (1931-1964)
1963년 5월 순회공연 도중, 노스 캐롤라이나 주의 더햄 시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던
시위대 중 한 명과 대화를 나눈 뒤 순회공연 버스로 돌아온 샘 쿡은 곧바로 이 노래를 썼다.
이 노래는 밥 딜런이 'Blowin' in the wind'에서 세상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던 질문,
"사람들은 얼마나 더 많은 세월이 지나야 자유로워질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담았다.
그 대답은 "곧 (Soon)" 이었다.
밥 딜런 역시 샘 쿡의 'A change is gonna come'을 듣고 큰 감명을 받아
'The times they are-a-changin'' 이라는 답가를 다시 만들었다.
샘 쿡의 'A change is gonna come'은 그의 개인적인 음악사로 볼 때
이전까지의 단정하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온순한 흑인 이미지에서 탈피한 첫 싱글 곡이었고
가스펠과 블루스의 뿌리로 돌아간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보컬은 전에 없이 강렬하고 진한 호소력을 담고 있으며, 샘 쿡이 전적으로 편곡권을 부여한
Rene Hall의 오케스트레이션과 프렌치 혼의 구성진 가락 또한 곡의 가치를 높여주었다.
그리고 이 노래는 20세기 팝 역사와 1960년대 격동의 미국 역사 전체를 놓고 볼 때도
커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노래는 발표되자마자 흑인 지역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단숨에 흑인 인권운동의 찬가로 대두되었다. 서로 화합하지 못했던 마틴 루터 킹 목사 쪽의 진영이나
말콤X를 중심으로 한 과격행동파 쪽 모두에게 샘 쿡의 'A change is gonna come'은
일종의 계시록이라고까지 일컬어졌다. 사태가 이쯤 되니 흑인들의 인권운동을
버러지들의 발악 쯤으로 보고 있던 백인 우익 진영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1960년대 흑인 인권운동의 상징이었던 말콤 X (왼쪽), 마틴 루터 킹 (오른쪽)
처음 이 노래의 데모가 녹음된 것은 1963년이었고 1964년 [Ain't That Good News] LP에 수록되었다.
그리고 좀 더 많은 라디오 방송국에서 이 노래가 전파를 타길 원했던 샘 쿡은,
원래의 가사 중 3절을 없애고 30초 가량의 분량을 줄이는 것을 허락했다.
그리고 1964년 2월 7일, NBC 방송국의 Tonight Show에서 이 노래를 라이브로 불렀는데
바로 이틀 뒤인 2월 9일, 비틀즈가 에드 설리반 쇼에 출연하면서 모든 화제가 그쪽으로 집중되는 바람에
NBC 측에서 샘 쿡의 공연 필름을 실수로 보관하지 못하는 불운한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이 노래의 라이브 영상은 초희귀 영상이 되어버렸다. (다시 라이브를 하지 못하고 살해당했으므로)
최초 발매된 싱글판에 누락되었던 3절의 내용은 샘 쿡이 그의 밴드와 실제로 겪은 일로서
루이지애나 주 백인 지역의 한 모텔에 투숙하려다가 쫓겨났음은 물론,
평화교란죄 혐의로 체포되었던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노예로 태어나 인간답게 살아보지 못하고
백인들 앞에서 숨만 잘못 쉬어도 채찍질과 린치를 당하며
평생을 죽음의 공포 속에서 살아야 했던 남부 지역의 흑인들이 이 노래를 들었을 때,
그 심정은 어땠을까. 이 노래에 담긴 진정성은 거기에서 출발하고 있다.
본보기로 처형되어진 흑인들... 그리고 웃고 있는 백인들.
지구 반대편 남의 나라 얘기 같지만...
우리도 일제 식민지 시절 길거리의 개만도 못한 취급을 당했던 아픔이 있다.
이 풍경을 보고 Billie Holiday는 이렇게 노래하기도 했다.
"Southern trees bear a strange fruit..."
"남부지방의 나무들에선 이상한 과일이 열린다네..."
'A change is gonna come'은 1965년 싱글로 재발매되어 팝 차트 31위, 블랙 차트 9위까지 오르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샘 쿡은 그 모습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1964년 12월)
그의 죽음을 둘러싼 상황은 그 당시에는 물론이거니와 아직까지도 명확히 해명되지 않고 있다.
모텔에서 샤워를 하던 도중 지갑과 옷을 몽땅 도둑맞고 팬티 차림으로 모텔 카운터로 나와
여주인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여주인이 발사한 총에 맞아 즉사했다.
팬티 차림의 흑인 남성, 그것도 유명 가수가 과연 그 여주인에게 어떤 위협이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사분오열되던 흑인 인권운동을 한 방향으로 이끄는 데 구심점 역할을 했던
'A change is gonna come'과 샘 쿡이라는 존재는 일부 힘있는 백인들에겐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실제로 말콤X 역시 불과 수개월 후에 암살당했고, 마틴 루터 킹 목사 역시 1968년 암살 당했다.
스파이크 리 감독의 1991년 영화 [말콤 엑스]를 보면, 샘 쿡의 'A change is gonna come'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로서 쓰이고 있다. 비록 OST 음반에는 실리지 못했지만....
샘 쿡의 레이블 ABKCO와 RCA 레이블 간의 다툼 때문에 이 노래는 40년 가까이 정식 재발매되지 못하다가
2003년 [Ain't That Good News]의 재발매 음반과 [Portrait of a Legend: 1951-1964] 음반에 수록됐다.
'A change is gonna come'은 이후의 흑인 운동에도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샘 쿡의 추종자 중 한 명이었던 Marvin Gaye의 명곡 'What's going on'에도 영향을 끼쳤다.
목사 겸 가수인 Al Green은 1996년 록큰롤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서 이 노래를 부르며 샘 쿡을 기렸고,
그 라이브 버전은 권투 선수 무하마드 알리를 다룬 2001년 영화 [Ali]의 사운드트랙에 수록됐다.
I was born by the river in a little tent
Oh, and just like the river,
I've been running ever since
It's been a long time coming
But I know a change is gonna come
Oh, yes it will
It's been too hard living,
but I'm afraid to die
I don't know what's up there beyond the sky
It's been a long time coming
But I know a change is gonna come
Oh, yes it will
I go to the movie, and I go downtown
Somebody keep telling me "Don't hang around"
It's been a long time coming
But I know a change is gonna come
Oh, yes it will
Then I go to my brother... and I say,
"Brother, help me please"
But he winds up knocking me back down on my knees
There've been times that I've thought
I couldn't last for long
But now I think I'm able to carry on
It's been a long time coming
But I know a change is gonna come
Oh, yes it will
나는 강가에 있는 작은 천막에서 태어났지
그 흐르는 강물처럼,
난 태어났을 때부터 달려왔다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난 알고 있어, 세상은 곧 변할 것이라는 걸
아, 반드시 바뀔 거야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나 고달픈 세상,
그러나 죽는 것은 두려워
저 하늘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난 모르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난 알고 있어, 세상은 곧 변할 것이라는 걸
아, 반드시 바뀔 거야
영화를 보러, 시내로 나갔어
누군가 내게 말하네, "어슬렁거리지 말아라"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난 알고 있어, 세상은 곧 변할 것이라는 걸
아, 반드시 바뀔 거야
형제에게 달려가 구원을 요청했지
"형제여, 제발 날 좀 도와줘"
하지만 그는 날 두들겨 패고 굴복시키려 했어
내가 그리 오래 버티진 못할 것이라고
여겼던 날들이 있었지
그러나 이제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난 알고 있어, 세상은 곧 바뀔 것이라는 걸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