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담]용산에서 알바하던 시절(수정)

음트훼 작성일 06.04.16 19: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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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판에 들어와서 '용산'으로 검색해봤는데 글이 딱 하나밖에 없네요.

그래서 용산에서 일해본적이 있는 제가 하나 더 추가해보려고 합니다.



글 시작합니다.




저는 경북 촌놈입니다. 경북 3대 오지인 B.Y.C중에 하나인 B에 존재하고 있죠.

대학은 2년제라 1년다니고 군대를 가려고 1학년 마치고 바로 휴학했습니다.

방학을 하고나서 집에만 있기에는 좀 그래서 서울 친척집에 놀러를 가기로 했습니다.

허나 막상 와보니 너무 할것도 없고 집에는 친척누나 3명, 친척형 1명 이렇게 사는데

누나형들은 자기일 때문에 저랑 못놀아 주기 때문에 그냥 여기서 알바나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친척형하고 조금 돌아다녀봤습니다. 저는 컴퓨터 관련학과라

컴퓨터랑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찾아간 게 용산이었습니다.

한시간 정도 돌아다니다가 A4용지에 써있던 거 보고 찾아간 가게에서

여기는 벌써 구했으니까 다른데 알아봐주겠다며 어딜 전화하더니 그쪽으로

가보라는 거였습니다. 1년이 지났는데 위치랑 가게이름도 기억납니다.

나진 17동 나열 231호. LCD존...여기서 저의 첫번째 알바얘기가 시작됩니다.



가게이름을 보면 알겠지만 LCD를 파는 가게였습니다.

'단지' 나르고 옮기고 배달해주면 되는 그런 일이었죠.

직원은 사장(실장님이라고 부릅니다. 30대 초중반), 부장(40대 초중반),

과장(30대 초중반. 20대 후반으로 봤는데 꽤 동안임. 용산에서 일한지 10년정도 됐다고 했음),

대리 2명(한명은 사장의 처남, 다른 한명은 알바생인데 일한지 1년이 지나서

그냥 대리로 끼워놨음). 그리고 저...이렇게 5명이었습니다.

일단 한달 알바비는 75만원이었습니다. 아침은 보통 집에서 먹고가고

가끔 안먹고 나가는 날은 사먹거나 가게 직원분이 그냥 같이 먹자고 하면서

같이 먹습니다. 점심, 저녁은 꼭 먹고 나옵니다.

75만원 받는 거 치고는 일이 많아서 그랬죠.(그것도 곱배기로 그나마 비싼 거 먹었습니다.)



일은 생각보다 힘들더라고요.

겨울이라서 일거리도 많고...

제가 초중고대학교를 다니면서 몸을 많이 안움직여서 인지 정말정말 힘들었습니다.

초반에는 발바닥에 물집이 막 생겼는데 이건 약과입니다.

발바닥이 갈라지는 무좀도 걸리고, 인대도 늘어났던 적이 있습니다.

한날은 인대가 양쪽 다 늘어나는 바람에 이 꽉 물고

절뚝거리면서 배달했던 날이 기억나네요. 정말 이날은 집에와서 잘때 눈물나더라고요.

누나들도 제가 집에와서 양말벗고 앉아있을 때, 제 발을 보고선...

'아이고...우리 XX이 정말 고생하는구나...'라고 말하곤 했죠.

그래도 전 처음하는 알바니 정말 열심히 해야지 하는 생각때문에

아파도 참으면서, 이 꽉물고 불평불만 안하고 묵묵히 일만 했습니다.

그러니 저보고 '일 잘한다. 정말 부지런하다. 착하다.' 칭찬을 많이 해주더라고요.

일이야 뭐, 배우는 거 며칠 안걸리지만 거래처 외우고 물건 많이 옮기는 경우가

좀 힘들었을 뿐....아....또 짜증나는 게 있었죠.

용산에 사람많은 거 -_- 이거 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 짜증납니다.

특히 토요일. 나진 19동하고 선인 21동 사이에서 벼룩시장 열리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몰리죠.

어쨌든 사소한 거 얘기하자면 정말정말 깁니다. 하하...



용산에서 알바하면서 이것저것 많은 걸 느꼈습니다.




돈버는 게 정말 힘든다는 걸 느꼈죠.

돈때문에 사기치는 거, 돈없어서 부도나는 거...

용산에서 많이 봤습니다. 정말 저경우 나라면...어떡할까...라는 생각도 많이 들더라고요.




부모님께 정말 죄송하고 감사하더라고요.

아버지, 어머니...정말 힘들게 번 돈으로 자신들한테 돈쓰는 건 인색하면서

자식들에게 배푸는 건 정승인 걸 보면...정말 눈물납니다.

또한 사지 멀쩡히 태어난 것만 해도 감사하더라고요.




돈만 있으면 통하는 게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30대의 사장이 40대의 부장한테 막 뭐라그러는데...

정말 뭐랄까. 부장님이 참 불쌍하다고 느껴지더군요.

사장도 원래 같이 일하던 사장이 아니고 원래 있던 사장이

다른 곳으로 옮기면서 그쪽으로 들어간 사장인데 막 뭐라하는 걸 보니...

돈만 있으면 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제가 글도 못쓰고, 말도 잘 못해서 대충 이런식으로 허접하게 끝냅니다.

죄송...(지금 피곤해서 그런 거 같음 -_)

ps 아참...2005년 12월 28일 일을 시작해서

2006년 4월 1일까지 했습니다.

원래 3월 28일날 끝내려고 했으나 사장이

'야~ 내가 너 이만큼 키워줬으면 너도 보답을 해야지..'라고 말씀하셔서

그냥 3일 보답하는 셈 치고 일했드랬죠.

ps2 용산에서 알바했을 때 3달 후부터 한달에 10만원씩 올라갑니다.

같이 일하던 대리 형(원래는 알바생)도 1년이 넘어서 170만원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일 별로 안하고 저한테 더 많이 시키면서 자기는 배달도 적게하고...

가까운 곳만 갔다오고...쩝...짬이 다르니 참는거죠.

ps3 참 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거래처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다보면

그냥 사장들이나 직원들이 막 말걸고...이러다 친해지고...

자주 만나는 알바생들하고 이야기 한두번하다 보면 친해지고...

이런것도 의외로 재밌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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