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담] 이미 본질을 잃어버린 그 곳에서의 알바

Kirth 작성일 06.10.23 21: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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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5년 전쯤 일이군요

군대에서 막 전역하고 복학하기 전 한 석달 시간이 남길래
아르바이트라도 할려고 마음먹었었습니다
그러다 근처 대학교 앞에서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던중
비디오방에서 알바를 구한다는 전단지를 봤었죠

친구들을 만나러 가면서 당장 전화를 했었습니다
그러자 거기 사장님께서 시간되면 지금이라도 보자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친구들한테 한시간 정도 늦겠다고 이야기를 하고서는
바로 그 비디오방에 면접(?)을 보러 갔습니다


비디오방에 들어가니... 사장님께서 알바생 옆에서 티비를 보고 계셨습니다
물론 그 때는 사장님인줄 몰랐죠
사장님께서 굉장히 좋으신 분이셨습니다
인상도 서글서글 하시고... 농담도 좋아하시고... 기분파에다... 아무튼 그런 분이셨죠

'저기.. 아르바이트 구한다고 해서 왔는데요'

'아~ 좀 전에 전화준 학생인가?'

'예...'

'군대는 갔다왔고?'

'네.. 그래서 복학할 때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자취방 보증금이라도 벌려구요'

'오~ 그래? 역시 남자는 군대 갔다와야 철든다니까~ 어디부대 나왔어?'

아무튼 대충 이런 이야기로 10분정도 이야기 했나?
갑자기 사장님께서 이러시더군요

'야 너 여자친구 있냐?'

'아뇨, 지금은 없는데요'

'그럼 전에는 있었겠네?'

'군대가기 전에 있었죠'

'그럼 여자친구랑 비디오방 와본적 있지?'

순간 커억... 싶었습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면접을 보나... 싶더군요
아무튼 이래저래 해서 당장 그 다음날 부터 출근하라고 하시더군요
시간은 오후 5시부터 11시까지 6시간 봐주기로 했습니다
그 때는 24시간 영업이 아니었기에... 12시면 영업을 그만해야 했고
11시에 사장님이 오시면 사장님께 그날 결산 대충해서 넘겨드리고 퇴근하면
사장님께서 마무리 하고 나오시는 식이었죠

아무튼 첫 출근...
제 앞에 알바하던 동생한테 이것저것 인수인계를 받고
어디에 어떤 프로가 있고, 휴지랑 이런건 창고에 있고 자판기 안되면 어디다 전화하면되고...
아무튼 이런것들을 인수받고 나서 교대를 했습니다

그 때 다시 느꼈지만...
비디오방은 영화를 보는 곳이 아니더군요
많이들 가보셨겠지만..;;
룸 하나에 프로가 끝나면 알바들은 부리나케 뛰어가서 청소를 해야 됩니다
그. 런. 데
청소가...;; 생각보다 짜증납니다
밤꽃냄새 배어있는 휴지들, 콘돔... 가끔 여자들 속옷에... 심지어 피묻은 생리대까지 ㅡㅡ;;
그것도 휴지통에 버리면 그나마 편한데
꼭 휴지통에 안버리고 소파 틈새에 끼워놓는 인간이랑
뭔 자랑이나 되듯이 TV위에 걸쳐놓거나
심지어 바닥에 보란듯이 깔아놓고 가는 인간들도 있더군요

가끔 고딩 커플들이 와서 빨간색(18세 미만 관람불가)영화를 틀어달라는 것들도 있었고...
침대방은 없냐고 물어보던 사람도 있었고...
술이 개떡이 되서 와가지고는 나중에 나갈때 옷도 똑바로 못입고 나가는 커플도 있었고...
영화보다가(?)말고 싸우는 커플도 있었고....
아무튼 그랬습니다

그러다가 비디오방 커플들의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죠
가장 중요한것은 영화의 제목이 아니라 런닝타임이라는거~
노골적으로 야한 영화는 못 빌리고 누들누드같은 애니 빌려가는 사람도 있고...
(근데 애니는 시간이 짧죠...ㅎ)
아무튼 그렇게 석달동안 비디오(러브)방 알바를 했었습니다

요새 길거리 다니다가 팔짱끼고 DVD방에 들어가는 커플들을 보면
예전 생각이 가끔 나곤 합니다

짱공유 오시는 분들!!
가서 즐기시는건 좋은데 쓰레기는 휴지통에 버려주세요!! 알바들 조낸 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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