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세상이 정말 좁다고 느껴졌을때...(군대에서)

베스트드렁커 작성일 13.02.11 21:4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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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세상이 정말 좁다는 걸 느낀다.

군생활을 하던 당시에 직접 겪었던 실화이다.

 

 

파주에서 근무할 당시

우리 소대에는 부대와 집이 버스로 6 정거장 밖에 안걸릴 만큼 집이 가까운 녀석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부모님 면회보다는 동네 친구들 면회가 더욱 잦았던 녀석인데.

간부들이 퇴근후에 한잔 한다거나 밥을 먹으러 나가면 가게 되는 동네가 우리 소대원 집 근처였다.

그래서 발생한 에피소드 몇 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1. 파주에서의 헌팅

 

하루는 군대 선임들과 동기와 같이 근무 끝나고 식당에 가게되었는데, 4명이서 주문을 했는데

선배 한 분이 여자친구와 트러블로 먼저 자리를 뜨는 바람에 냉면 하나가 남게 되었다.

워낙 많이 시킨터라 이걸 어떻게 처리할까 하던 도중에

 

식당에 와서부터 눈여겨 보던 옆 테이블 여자 두 명을 보고는 이거다 싶어서

바로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두 분 먹기 부족해보여서 냉면 하나 더 시켰는데 드려도 되죠?" 하며 합석을 했고

그날 여차저차 해서 내 혀 끝에 신이 강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분위기를 주도했고,

그날 내 동기와 나는 번호를 얻어내서 며칠간 썸씽을 타고 있었다.

 

 

부대별로 다르지만 우리 소대는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1달에 1번꼴로 소대 회식을 했고 지휘활동비와 초과근무 수당을 좀 더 털어서 먹을 것과 마실 것이 부족하지 않게끔 했다.

밤이 깊어지고 정신이 알딸딸할 때쯤 소대원들과 나는 여자이야기를 주고받던 차에 얼마 전 헌팅했던 이야기를 했고

당연히 그 동네 살던 우리 소대원은 많은 질문을 했다.

 

 

소대원 : "소대장님!! 걔 나이 몇인지 물어봐도 됩니까?" 

나 : "21여. 왜?"

소대원 : " 어!? 그럼 내친구일 가능성이 많은데... 음... 이름 물어봐도 됩니까?"

나 : " 잠만 핸드폰 좀 보고... 아! 안XX 얘다."

소대원 : "ㅋㅋㅋㅋㅋㅋ 소대장님 저 걔랑 중학교때부터 친구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

             "안경 쓰고 키 조그맣고 눈화장 진하게 하지 않습니까?"

나 : "그런거 같어 . XX..."

소대원 : "ㅋㅋㅋㅋ 걔 남자친구 옆에 2대대에 있습니다. 와... 어떻게 내친구랑 소대장님이랑...ㅋㅋㅋㅋ"

나 : " 야! 나한테는 남자친구 없다던디? 이번주 일요일에 나랑 영화보기로 했어 임마. 진짜여?"

소대원 : " 남자친구가 제 친구인데 사귄지 2년도 더 됐습니다. 저 군대 올 때 같이 술도 마셨습니다. ㅋㅋㅋㅋㅋㅋ"

            " 지금이라도 확인 시켜드릴 수 있습니다. 내일 싸지방 가시겠습니까?"

나 : " 아이 ...ㅆㅣㅂ......너 진짜 아니면 작업할 때 너만 쓸거야."

 

 

....... 그 다음날 싸지방에서 내 소대원 미니홈피에 썸녀의 사진을 확인 후 연락을 끊었다.

솔직히 썸 좀 타고 싶었지만 옆 대대 소대원 친구녀석이 불쌍도하고 더군다나 남자친구 있는 여자를 만난다는게 뭔가 꺼림찍했다. 

 

 

 

2. 화정에서의 헌팅

 

 

 

많은 병사들이 헤어져서 고생하는 것을 많이 옆에서 보며 안타깝게 생각했지만, 그것은 병사들 이야기뿐만이 아니었다.

주변 부사관들, 내 동기들.... 그리고 4년 연애의 끝을 맺은 나역시 그러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외로운 늑대들끼리 뭐 껀덕지 없을까하다가 이브에 화정에 가게되었다.

커플들도 보였지만 동성친구들끼리 모임도 보이고, 이리저리 떠도는 우리와 같은 무리들을 볼 수 있었다.

동기들과 화이팅을 하고 그날 역시도 용기를 갖고 헌팅을 하여 합석에 성공했다.

2:2에서 1:1로  즐거운 밤을...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그 해의 마지막 날, 제야의 종을 보기위해 새벽시간에 소대원들과 피자 치킨을 뜯으며 TV 연등을 같이했다.

이래저래 떠들다가 얼마 전 날 크리스마스 이브 이야기를 했다.

 

 

또 그 소대원이 자기가 아는애 아닐까 싶어서 말을 걸어왔다.

 

 

소대원 : "ㅋㅋㅋㅋ 소대장님 있잖습니까?? 화정이면 저희 동네애들 아지트인데 혹시 제가 아는애 아닙니까?"

나 : "ㅋㅋㅋ 미.친노마 ㅋㅋㅋ 파주랑 화정에 살면 다 니가 아는애냐?

소대원 :" 그래도 지난번 일도 있고 ㅋㅋㅋ 걔네 이름 알려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

나: "김XX, 진XX ㅋㅋ 야! 이번에는 진짜 아니여"

소대원 : "ㅋㅋㅋㅋ 소대장님??? ㅋㅋㅋㅋㅋ 소대장님???ㅋㅋㅋㅋㅋㅋ 왠지 제가 아는애들 같습니다?? ㅋㅋㅋㅋㅋ"

나 : " ㅋㅋㅋ 야 ㅅ.ㅂ 이번에도 니친구면 다음 훈련유공 포상 추천 너할께 새.끼야. 아니면 내일 대대장님 조회말씀할 때 (오렌지카라멜)마법소녀 춰라?"

소대원 : "아 ㅋㅋㅋ 그것까지는 아닌데 정말입니다. 번호만 가지고 계시면 제가 다 알 수 있습니다. "

 

 

소대원은 연락처수첩을 가져와서 이름하고 매치를 했다.                  

 

 

두 사람의 이름과 연락처가 동일했다.

 

소대원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말이 맞잖습니까?? ㅋㅋㅋㅋㅋ"

나 : " 와...ㅅ.ㅂ ... ㅋㅋㅋㅋ 죷같네 진짜... 이런 일이 다 있냐"

소대원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대장님? 소대장님? 저는 괜찮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걔 남자친구 있습니다. 지금 아마 군대에 있을텐데 알고 계십니까?"

나 : "뭐?? 나한테는 없다고 했는디???"

소대원 : "ㅋㅋ 소대장님? 진짜진짜 저는 괜찮습니다. ㅋㅋㅋㅋ 비밀로도 할 수 있습니다.."

            "포상 꼭 챙겨주셔야합니다? ㅋㅋㅋ 저 기대하겠습니다?"

나 : ".........휴.........참나 ㅋㅋㅋㅋㅋ"

      "내가 다시는 전방에서 여자 번호 안딴다. 새.ㄲ ㅑ."

 

다음 훈련 유공자로 약속대로 소대원을 추천하여 정기휴가에 포상을 붙여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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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취사장에 점심먹으러 갔던날 평소 무뚝뚝하시던 너희 어머니께서 보이스피싱에 놀라셔서  

내게 먼저 전화하여 니 목소리 확인하고는 안심하시던 날이 기억난다.

잘 지내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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