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 사회생활을 잘 하는 이유

babyARA 작성일 13.05.24 00:3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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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도 몸소 돈 벌길 원하고, 남자들도 여자에게 돈 벌라는 시대에 맞지 않게 아직도 사회생활은 여자들에게 버거운 벽입니다. 이른바 ‘알아주는 회사들’에서 여자 임원이 늘어났다는 통계가 뉴스가 될 정도로, 여자에게 ‘조직생활’은 만만치 않죠. ‘금녀의 영역’이 없어지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여기저기 처진 금줄과 막힌 유리벽을 여자들은 오늘도 맞닥뜨립니다. 




여자들이 ‘야근’을 안 한다는 수군거림부터 남자들끼리 뭉쳐서 일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쑥덕임까지 여자들의 능력과는 동떨어진 비난이 알게 모르게 이어집니다. 하지만 여자들이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너무 사회가 ‘남성중심’으로 조직화된 게 문제라면 어쩌겠는지요? 따라서 남자들처럼 하나의 톱니바퀴가 되어 조직사회에 완전히 동화되라고 여자들을 쪼기보다는 오히려 남자들은 어떻게 이리도 적응을 잘 하는지 되물을 필요가 있습니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임신과 육아 문제 앞에서 헛기침을 내뱉으며 많은 남자들이 여자들을 꺼린다. 하지만 자신의 부인이나 앞으로 딸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똑같은 경험을 할 수밖에 없음을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영화 <인 굿 컴퍼니> 



남자들의 진급코스 




사회생활 할 때 남자들의 적응도는 대단히 높죠. 남성에게 맞춰 세상이 돌아가는 데다 남자들은 학창시절부터 권력에 따른 수직위계관계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보다는 눈치 보면서 ‘대세’를 따르고 어련히 분위기에 맞춰주는 훈련을 어린 시절부터 오랫동안 남자들은 받아왔지요. 웬만한 남자들이 조직생활에 별 탈 없이 적응하는 이유입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살아오면서 괜히 나섰다가 폭력을 당하면서 남자들은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하라는 대로 하는 습관’을 익혔죠. 적당히 눈치 보고 튀지 않으면서 시간이 지나면 진급하는 삶을 자신도 모르게 많은 살게 됩니다. 자신만의 ‘특이성’을 지키기란 무척 힘들기에, 어느새 남자들은 남들이 하면 자신도 따라하면서 비슷비슷해지죠. 




학교 밖을 나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부모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부모가 되고, 기업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취직을 한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일단 부모가 되고 취직을 하면, 그럭저럭 한평생을 살 수 있다. 특별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국방부 시계는 돌아가고 진급은 된다. 참으로 한국인의 보편적인 삶의 방식은 선택이 아니라 진급이다.『남자의 탄생』235쪽 




한국의 남자들은 학교부터 군대, 그리고 직장으로 이어지는 ‘진급코스’를 거치는데, 생각보다 이 셋은 매우 닮았습니다. 한국의 학교가 군대처럼 만들어졌다는 얘기는 잘 알려졌죠. 앞에 위병소와 연병장, 그리고 막사로 짜인 군대처럼 학교도 수위실, 운동장, 그리고 네모난 건물로 지어져왔습니다. 위계서열에 따른 복종을 강조하면서 머리도 짧게 깎이는 걸 보면 학교와 군대가 얼마나 비슷한지 알 수 있죠. 



           ▲암만 개성이 있더라도 군대를 가면 다 깎이고 뜯어진다. 조직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성’을 당연히 제거하니. 
              그래서 군대를 갔다 오면 정말 ‘철’이 들어 철근처럼 생각과 생활이 딱딱해진다. 영화 <미운 오리 새끼> 




태극전사가 되는 남자들 




군대를 거친 남자들은 직장생활을 수월하게 합니다. 고참의 기분에 맞추며 사회감각을 익혔듯 신입사원들은 알아서 딸랑거리죠. 오랜 시간 동안 몸에 스며든 습관은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옵니다. 자신만의 색깔을 죽이고 전체분위기를 읽으면서 거기에 자신을 맞추죠. 상급자를 떠받드는 훈련이 잘 되어있는 남자들은 임무가 주어지면 수행하기 때문에 금세 직장 속에 자리 잡습니다. 




직장에서 신입사원을 뽑을 때 군대를 다녀왔는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죠. 공동체에 대한 의무를 했는지 안 했는지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기도 하겠으나, 군대를 갔다 와야 군대와 비슷한 직장문화에 잘 적응하게 될 테니까요. 남자들은 자신의 감정과 삶보다는 체면과 시선을 신경 쓰면서 세상이 원하는 ‘태극전사’가 되어버리죠. 




대한민국을 사유재산쯤으로 취급하는 수출 위주의 대기업들은 일본, 중국 경쟁사와의 경쟁을 일종의 전쟁으로 인식하고 사원들을 태극 전사로 여긴다. 해병 캠프에서 고된 훈련을 유쾌하게 해내는, 능력과 애사심이 강한 “씩씩한 남자”가 여전히 대한민국 남성성의 전형 중 하나인 것이다.『씩씩한 남자 만들기』181~182쪽 




학교와 군대를 거치면서 남성들 몸에 배어든 남성성은 남자들을 끈끈하게 묶어줍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급자의 권력은 하급자에게로 넘어가기 때문에 위계질서에 순응만 하면 언젠가는 권력을 갖게 됩니다. 동기들 사이에서 피 튀기는 경쟁이 일어나겠으나 그 경쟁은 위계질서를 자리매김하기 위한 갈등이므로 경쟁이 심할수록 위계질서는 더 단단해지죠. 너무 거칠고 상급자에게 대들지만 않는다면, 남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금세 적응하게 됩니다. 



▲영화 <날아라 펭귄>에서 ‘남자 같은’ 여자 신입은 적응을 잘 하는데, 특이한 ‘남자 신입’은 오히려 골치를 썩게 한다. 조직의 효율 앞에 개개인들은 억압이 되는데, 이래서 생산성이 높을 리가 없다. 군대가 효율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비효율적인 조직이듯, 회사 또한 단순 위계조직으로선 효율성과 생산성을 기대할 수 없기에 오늘날엔 훨씬 느슨한 ‘팀’으로 조직이 꾸려지고 조직이 변한다. 




병영화된 사회조직을 민주화하기 




여자들의 사회생활 시작이 어려운 까닭은 그동안 경험이 짧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오랜 세월 세상은 남자들이 권력을 쥐어왔고, 여자들은 집안에서 삶을 보냈죠. 사회생활 경험들이 쌓여서 이어지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회생활과 개인생활을 딱 구분하지 못해 여자들 중에는 직장에서도 마치 어린 애들처럼 따돌림을 하거나 뒷담화를 하는 이들이 있죠. 




누구로부터 놀림을 당하고 있다고 느끼면 소년과 남성들은 직접적으로 육체적 대결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에 소녀와 여성들은 종종 말을 뚝 멈춰버린다. 여성들은 그 동료를 비공식 모임에서 제외시키고, 회의석상이나 다른 업무상 모임에서 그 동료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인간관계를 그 동료에 맞서는 연합전선으로 활용한다. 여성들은 정면으로 대결하지 않는 쪽을 택한다. 그 대신 그들은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거짓 소문을 교묘하게 퍼뜨린다.『제1의 성』92쪽 




사회생활에서 어떻게 사람관계를 엮어나가고 갈등을 처리해야 하는지 훈련이 안 된 모습이지만, 갈수록 유리천장이 무너지고 사회로 여자들의 진출이 늘어나는 만큼 보다 더 나은 방식으로 해결되겠죠. 다행히도 성공한 여자들이 많아졌고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들을 후배 여자들은 덜 겪게끔 하고자 글도 쓰고 강의도 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조직제도를 바꾸고 있으니까요. 여자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날수록 병영화된 사회조직이 민주화될 수밖에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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