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상담에 써야 할까 하다가 여기다가 올리게 되네요.
사내연애를 한 지 두 달쯤 된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오랫만에 사귀게 된 여자친구이고, 참 성격 밝고 귀여워서 참 많이 좋아했습니다.
회사에다가 알리고 정식으로 공개사내연애를 할까 했는데
회사 인원이 많지 않고 (총 5명) 여자친구가 부끄러워 하는 것 같아서 비밀연애로 계속 만났어요.
회사의 업무가 자신과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여자친구는 입사 3개월차가 되지 않아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고,
퇴사일에 전직원이 모여서 송별회를 해주었습니다.
목요일이였네요.
3차까지 이어지는 술자리에 다들 거하게 취했고,
저는 중간중간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로 많이 마시게 되었습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저는 택시에서 내리고 있었고,
너무 취한 나머지 여자친구가 잘 들어갔는지 확인도 못했어요.
아침에 겨우겨우 출근을 하고, 저도 이렇게 힘든데
여자친구는 얼마나 숙취에 고생할까 싶어서 일부러 연락을 안했습니다.
(사실 매일 제가 술먹으면 자는 버릇이 있어서 매일 혼났거든요.
이번에도 또 술먹다가 졸지 않았나 싶어서...혼날 걱정에 연락을 제대로 못했습니다.)
다음날(금요일) 점심을 먹고 카톡을 한 번 보냈는데 안읽더라고요.
그리고 오후 2시쯤 되었는데 대표님 와이프분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어제 집에 대표님이 안들어왔다고, 혹시 회사는 왔는지 여쭤보시더라고요.
대표님이 아직 출근하시지 않아서 아마 사우나에서 주무시는 것 같다며 끊었죠.
집이 머셔서 예전에도 사우나에서 자주 주무셨거든요.
따로 대표님께 연락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4시쯤인가 여자친구에게서 카톡이 왔습니다. 어제 잘들어갔냐고 하더라고요.
(다행히 혼내지는 않아서, '아, 어제는 안 졸고 잘 마셨구나...다행이다'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렇게 연락이 닿아 다시 신나게 카톡하며 일하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짧은 연애기간 중에 따로 여행을 간 적이 없어서
퇴사기념이기도 하고... 1박으로 강원도에 놀러가기로 화요일에 계획을 잡았었습니다.
차가 없어서 렌트카도 예약했고요.
토요일 아침 일찍 출발하려고, 저희 집에서 자고 같이 출발하기로 계획이 되어 있었어요.
그렇게 퇴근시간만 기다리고 있는데, (회사 앞에서 만나서 같이 밥먹고 집에 가기로 했었음.)
갑자기 일이 생겼다며 여행을 미루면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급한 일이 있겠거니 싶어, 여행은 이제 아무 주말에나 가도 되니
알았다고 잘 마무리 하라고 했죠.
그리고는 퇴근즈음 되더니 사실 할 이야기가 있다며 이따가 전화하겠다고 하더라고요.
평소 그렇게 진지하게 카톡을 해본적이 없어서 (보통 ㅋㅋㅋ, ㅎㅎㅎ 왜 자주 쓰잖아요. 연인 사이끼리)
조금 당황하고 있는데,
사람 육감이 참 무서운가봐요...
계속 여자친구는 '충격먹을수도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어라.'라고 하는데...
제목처럼 그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갑자기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사실, 저희 대표님이 알아주는 바람둥이세요. 재혼 하신지는 얼마 안되셨고요.
사업차 토킹바 같은데 많이 가잖아요.
거기서 접대부들을 꼬셔서 사귀고, 또 다른 접대부를 꼬셔서 사귀고...
그러다 걸려서 출입이 어려운 토킹바가 뙈 됩니다.
손이 떨리고 심장이 벌렁거려서...조금 쉬었다가 다시 올릴께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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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저는 개인적으로 결혼하고 또 바람을 피우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반대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대표님이 성격도 좋으시고, 저한테도 잘해주시고,
무엇보다도 '뭐 다 사람의 개인 능력이고, 나에게 피해주는 것이 없으니 크게 신경 안써도 되겠다.'
하고 바람 피우시는 거에 대해서는 뭐라 크게 말씀 드린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퍼즐이 맞춰지나 보니,
설마..........설마.........하면서도 손이 떨리고 집중이 안되더라고요.
집까지 슬렁슬렁 걸어가면서 계속 생각했습니다. (한 시간 정도면 걸어가거든요.)
여기서 제가 큰 실수를 하나 하긴 했는데, 제가 카톡으로
'혹시 대표님이랑 잤니?'
'그것만 아니였으면 좋겠다~"
라고 보냈는데 카톡을 안읽더라고요.
그렇게 집에 도착하고 계속 불안해서 집에 다 도착하자마자 너무 심장이 벌렁거려서,
택시 타고 여자친구 집앞으로 갔어요.
설마 그 말이 사실이라면, 대표님이 나랑 만나는거를 계속 모른다면,
전 회사 그만두고 다른 직장에 다니더라도 다시 만날 의향이 있었고,
(너무 좋아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그때는 그냥 다 이해해 줄 수 있겠더라 싶더라고요. 지금도 그렇고요.)
그게 아니라 다른거라면,
무릎 꿇고 싹싹 빌고, 내가 엄한 상상을 했다. 너무 미안하다.
이 말을 해주려고 여자친구네 집앞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여자친구에게 카톡이 오더라고요...
'미안하다. 고민해봤는데, 우리도 그냥 안보는게 좋을 것 같아. 서로 불편해졌는데 아닌건 아닌 것 같다. 미안해.'
아차 싶었습니다.
육감이 사실이었고,
그것도 제가 아는, 너무나도 잘아는 분과 그랬다니 너무 배신감이 들었고,
왜 그랬는지 너무나도 궁금하기도 했고,
다 큰 어른들끼리 술에 만취해서 잠깐 실수했을 수도 있겠거니 이해가 되다가도,
제가 회사 대표님을 계속 보고 살 수 있을까
왜 하마터면 이런 일이 나한테 벌어졌을까.
오만 생각에 더 이상 그냥 앉아 있을 수가 없어 택시에서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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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안나더라고요. 그냥 뭐랄까...
그때는 이해해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제가 회사만 이직하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그래도 뭐가 어떻게 되었든 얼굴 보고 얘기하는게 맞겠다 싶어
다시 택시타고 집앞에서 전화했습니다.
너무나도 무덤덤하게,
'헤어지자. 미안하다. 네가 생각했던 그게 맞다. 그냥 긴 말 말고 헤어지자.'
라고 하더라고요.
뭐 무슨 말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 지 모르겠더라고요.
여자친구는 자꾸 끊으려고만 하는 것 같고, 일단 내일 다시 통화하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 모르겠는데
대표님께 바로 전화를 드렸어요.
'대표님, 저 사실 XXX와 만난지 3개월 되었습니다.'
대표님도 많이 당황하시더니, 내일 다시 통화하자고 하시고 끊었습니다.
그때부터는 정말 멘붕이 이런거구나 싶더라고요.
뭐 오만 생각이 다 나면서 눈물도 안나고
그냥 심장만 가쁘게 뛰고 멍하기 걷기만 했습니다.
사실,
대표님이 잘못 한 건 없다고 생각해요.
대표님은 저희가 사귀는 지 모르는 상황이었고, 그냥 대표님의 능력으로 잘 꼬시셨겠구나 싶어요.
여자친구도 잘못은 했지만 용서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술에 만취해서 한 번쯤 실수 할 수 있잖아요.
전 다 용서할 마음이고,
제가 회사만 정리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여자친구는 용서만 빌고, 다시는 못만나겠다고 합니다.
가장 친한 형님께 이 이야기를 말씀드렸어요.
(대표님과 여자친구 모두 아는 분이예요. 회사에 자주 오시는 업계 형님.)
형님께서는,
'이성적으로 생각하자.'
'시간이 지나다보면 다 잊을 수 있지 않겠니?'
'여자 하나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는건 다 큰 어른이 할 행동은 아니잖아.'
'어차피 여자친구도 퇴사했고'
'네가 정말 여자친구를 좋아해서 다시 만나고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면 말리지 않겠다.'
'하지만 이제 못보는거라면 (여자는 다시 안만나겠다고 하니) 그냥 다니는게 맞지 않겠니?'
라고 하세요.
근데 지금 눈만 감으면 별의별 생각이 다들어요.
'누가 먼저 가자고 했을까?'
'여자친구는 순순히 걸어서 들어갔을까?'
'침대에서 무슨 대화를 나눴을까?'
'같이 씻었을까?'
'어떤 체위로 했을까?'
'아침에 일어나서 밥은 같이 먹었을까?'
그게 영상으로 생생하게 상상이 되다보니
지금은 제가 그냥 미쳐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대표님 얼굴 보면 돌아버릴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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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토요일에 회사에서 중요한 짐은 싸고 나왔습니다.
대표님 얼굴을 보면 또 생각이 나서 미쳐버릴 것 같아요.
정말 쪽팔리고, 여자친구와 다시 만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정말 친한 친구 한 명과, 업계 형님한테만 상담을 받았어요.
친구는,
'어떻게 다 잊을 수 있겠냐.'
'지금은 하루에 10번 생각나던게, 그때는 하루에 1번 생각나겠지.'
'그렇게 갑자기 생각이 났을 때 그걸 참을 수 있겠어?'
'회사는 정리하는게 맞는 것 같아.'
'여자친구도 정리하고 새로운 여자를 만나.'
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연애 한창인 2달, 3달째라 그런지
전 못버리겠어요. 미칠 것 같습니다.
지금 충동적인 판단일 수도 있겠지만,
다 정리하고 고향으로 내려가서 제조업이나 할까.
(제가 3차산업에 몸담고 있다보니 고향에서는 할 일이 없어요.)
아르바이트 하면서 조금 더 나 혼자 생각할 시간을 가질까 싶은데...
그렇게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쌓은 커리어가 또 아깝네요.
참 너무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있죠...하하.
한 편으로는,
언젠가는 또 마주칠 대표님인데 정리하고 가는게 맞기도 싶고요.
그리고 그렇게 다 정리하면,
여자친구가 다시 돌아와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도 생기네요.
정말 판단이 안섭니다.
뭘 결정내릴 정신도 없어요.
이틀, 삼일 지나면 좀 정신이 차려질까 싶은데,
아직도 눈만 감으면 생각이 나요.
매일 술에만 의지하면 안되겠다 싶어,
내일은 신경정신과에서 약을 좀 처방받을까 싶습니다.
7년동안 쌓은 커리어를 버리고 나오는게 맞을까요?
조금 더 시간을 가지다 보면 대표님 얼굴을 볼 수 있을까요?
여자친구가 돌아올 확률이 있을지...
일단 술이나 한 잔 해야겠습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도저히...오늘도 못잘 것 같네요.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