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대표님과 여자친구와의 일로 글 올렸던 사람입니다.

쮸쓰 작성일 14.10.17 18: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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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공유 여러분들의 진심어린 조언으로 조금씩 힘을 내어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마음이 다 정리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공유하는 것이 맞다 생각되어 이렇게 하나 더 글씁니다.

(사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심보 같네요.)

 

3주전 금요일 그런 일이 벌어지고, 토요일/일요일을 어쩔 줄 몰라하며 술기운으로 버티다,

월요일에 대표님께 '잠깐 생각할 시간을 좀 달라'라고 하고 무단결근 아닌 무단결근을 했습니다.

(본사에는 집안사정으로 한 주간 휴가처리 했고요.)

병원에서 항우울제와 혈압약을 처방받고 약을 먹어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

계속 걸었어요...무작정 계속...하루에 한 20km는 걸은 것 같네요.

 

무작정 걷다보니 새로 짓는 오피스텔이 보이길래, 집구경도 좀 하고

(전 여자친구가 새집으로 이사가면 안되겠냐고...집이 너무 낡았다고 더럽다고...해서 그게 생각나서요.)

조그마한 중고차 시장이 보이길래, 차구경도 좀 하고

(차 있으면 연애가 좀 수월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술 없이 한 일주일은 버텨봤던 것 같아요.

역시나 잠은 안오더군요. 그냥 그렇게 멀뚱멀뚱...

 

보내다가, 대표님께서 커피 한 잔 하자고 하셔서, 만났습니다.

2주전 수요일이였던걸로 기억하네요.

 

얼굴은 차마 못보겠더라고요. 고개를 푹 숙이고 얘기했습니다.

'대표님이 잘못한 건 없지만, 지금은 얼굴 뵐 자신이 없다. 아직 전 결정내린 게 없다. 여자친구는 아직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랬더니 대표님께서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서 말씀해주셨습니다.

1. 고의는 아니였지만, 진심으로 미안하고 사과한다.

2. 이렇게 말해도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중간중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먼저 가자고 하지 않았던 것은 기억한다.

(전 솔직히 이 부분 못믿겠습니다.)

3. 한국지사는 너를 제외하고 모두 권고사직 처리되었다. 그 동안 업무실적이 좋지 않아 그렇게 되었으니, 회사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저희 회사는 해외 법인의 한국 지사였습니다. 그래서 총 다섯명이 근무하고 있었고요.)

(본사에서 제 위의 세 분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간혹 본사대표가 저에게 다이렉트로 업무상황 체크 할 정도였으니까요.)

 

이렇게 이야기듣고, 차마 둘이서 술마실 기운은 안날 것 같아 커피만 한 잔 하고 나왔습니다.

 

그때 마침 먹던 약도 다 떨어지고, 그냥 친구들이랑 술이나 마시면서 다 풀어버리는 게 맞겠다 싶어 매일같이 술만 먹었습니다. (오늘까지 계속)

술먹고 할 얘기 안 할 얘기 다 하면서...오늘까지 버텨왔네요.

 

 

사실, 이렇게 얘기하면 100이면 100, 다 여자랑 대표가 나쁜놈년이라 할테니, 위로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이렇게 다 떠벌리고 다니면, 제 체면 때문이라도 다시 그 여자는 안 만날 것 같다는 마음도 있었고,

회사가 운좋게 잘 풀려서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나봐요.

(한국지사는 대표를 다시 선임하는 작업중에 있고, 저는 팀장급으로 승진 할 것 같습니다. 물론 그에 맞는 연봉도요.)

 

 

그렇게 근 2주간 회사에서 크게 할 일 없이 지내다가 시간 되면 퇴근해서 술먹고 하는게 최근의 일상이었습니다.

(물론 대표자 변경과 관련해서 법무법인, 세무법인, 인수인계 작업 등 잔업은 계속 있기는 했지요...)

 

 

전 여자친구한테 한 번도 연락 안했다고하면 뻥인줄 아시겠죠...

한 번 연락은 왔어요. 전 여자친구에게서.

'귀찮으니까 이제 연락하지 말아라. 헤어진 이유가 그것때문도 있지만, 원래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나서도,

두 번 정도 카톡 보낸 거 같아요. 그냥 잘지내는지... 이름 한 번 불러보고...(미련이죠.)

역시나 답장은 없었어요.

그래도 카톡에 1이 없어지는 걸 보니, 아직 차단은 안했구나...라는 안도감?

안도감이라 생각하면 안되는데...차라리 차단이라도 당했으면 맘편할텐데...괜한 희망도 생기는 것 같고...

그냥 뭐 여자친구 문제는 아직도 정리중인 상태입니다. 정리해야 하는건 맞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마음만이라도.

 

간단하게 정리하면,

1. 저를 제외한 지사인원은 모두 퇴사처리되고,
본사에서 파견온 팀장님과 둘이서 조촐하게 대표자 변경 및 업무정리중.

2. 여자친구는 마음만으로는 계속 정리중. 생각은 계속 나고요...그래도 요즘은 술먹고 전화나 카톡은 안해요.

정도겠네요.

 

사실 회사일이 너무나도 간단하게 정리가 되면서, 후련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렇다보니 전 여자친구에게 계속 더 미련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럴때마다 다시 짱공유 들어와서 댓글들을 곱씹어 곱씹어가며 봤습니다. 하루에도 열두번씩.

그렇게 현실을 직시하고 나니 또 잠시나마 후련해지고요...

짱공유 여러분들에게 정말 큰 힘을 얻은 것 같습니다.

 

오늘도 한 잔 하러 이제 나갑니다.

어떤 댓글이 달릴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다 제 늙은나이의 연애사(회사일은 다 정리되었으니까요.)에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역시나 오늘도 두서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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